겨울붕어야, 고개를 내밀어라
  • 정수남 (한국문인낚시회 총무) ()
  • 승인 1992.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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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두께 7~8cm면 안심…미끼는 지렁이가 으뜸

 새하얀 빙판 위에서 벌어지는 꾼들만의 축제. 마음에 맞는 조우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어두운 새벽을 가르고 달려와 빙판에 구멍을 뚫고 찌를 드리운 모습이란 겨울의 얼음낚시만이 가지는 정취이다. 어디 그 뿐인가. 빙판 위에 빙 둘러앉아 함께 나누는 술 한잔은 낯선 사람들끼리도 금세 백년지기를 만드는 게 얼음낚시의 매력이다.

 하지만 금년의 상황은 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석지변으로 변하는 이상난동으로 말미암아 중부권 이북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저수지마다 결빙이 늦어져 얼음낚시를 고대하는 조사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러나 예전에 비추어 보면 대개의 경우, 중부권에서는 12월 중순경부터 해빙기까지 얼음낚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몇 차례씩은 꼭 있었으므로 아직까지는 실망하지 않아도 괜찮을성 싶다. 또 벌써 부지런한 조사들은 어느새 어류정 · 경포호 등에서 붕어와의 상면을 마친 상태이기도 하다.

물낚시철에 접근 못하는 포인트까지 공략
 본디 얼음낚시는 겨울 한철 꽁꽁 얼어붙은 순은의 빙판 위에서 행해지는 것이므로 물낚시철에는 감히 접근조차 못하던 포인트까지 마음대로 공략할 수 있다는 게 묘미이지만, 빙질이 문제이다. 대략 얼음의 두께는 7~8cm 정도면 안심해도 괜찮다. 그러나 아침과 한낮의 기온차가 심한 때이므로 무턱대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오랜만에 보는 설원과 동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붕어를 낚는 재미로 과욕을 부리다가는 안전사고를 당하기 십상인 것이다.

 주의할 점은 또 하나 있다. 한파가 불어오는 겨울철이므로 방한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방한이란 보온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조사 개개인이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모처럼 즐거운 출조에서 발을 동동 구르거나 추위로 몸을 웅크려서는 안될 일이 아닌가. 방한복 방한화 방한용 모자 장갑 주머니난로쯤은 꼭 챙겨야 할 필수품이다. 그외에도 미끄러운 빙판 위이므로 낙상을 주의해야겠다. 특히 눈이 오고난 뒤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 자칫 넘어져 타박상이나 심지어는 골절까지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에는 번거롭지만 아이젠을 지참하는 것도 좋다.

 얼음낚시의 포인트는 딱히 어디라고 정할 수가 없다. 혹자는 수심이 깊은 물골이 좋다고 하고, 또 혹자는 뭐니뭐니해도 수초가가 최고 명당자리라고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그날 빙질 상태와 날씨 기온 등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태여 연연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얼음 밑에 깊숙이 숨어 있던 황금빛 토종 붕어와의 만남…. 그것을 위한 채비는 대개 공통적으로 외바늘이나 가지채비이다. 미끼는 간혹 새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지렁이가 단연 으뜸이다. 그러나 같은 지렁이도 한 마리를 쓰는 것보다 두세 마리를 한꺼번에 쓸 때 씨알과 마릿수에서 조과가 월등한 경우가 있으니 출조할 때마다 한번쯤 시도해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주에 가볼 만한 얼음낚시터를 꼽으라면 나는 지체없이 삼산도에 있는 어류정수로를 추천하겠다. 그 곳은 지난 연초에 몇몇 조우들과 더불어 금년의 첫 얼음낚시를 시도한 곳이다. 얼음의 두께가 다소 불안감을 주었으나 수심이 비교적 얕아서 안심할 수 있었다. 조황은 첫번째 낚시치고는 양호한 편이었다. 4치급의 잔챙이도 더러 낚였지만 대체적으로 7~8치급 씨알이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준척 및 월척까지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기상대 예보대로 곧 한파가 한차례 밀어닥친다면 얼음의 안전도는 물론이고 조황도 훨씬 나아질게 틀림없다.

 교통편은 아래와 같다. 신촌에서 출발하는 강화행 버스를 타고 강화를 거쳐서 외포리까지 간다. 외포리에서는 건너편 삼산도까지 운행되는 삼보해운의 페리호로 도선(요금 2백원), 석포리에서 하선하여 보문사행 버스로 다시 갈아타 매음리의 삼도농협 매음분점 앞에서 하차한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뻗어있는 농로를 지나가면 수로가 보인다. 승용차 편으로 출조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페리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며 승용차는 왕복도선료가 9천7백원이다. 이곳에는 매점이 없으므로 식수와 식사는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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