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流網어업 근절해야 한다
  • 장 미셸 쿠스토 ()
  • 승인 1992.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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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앞에 놓인 92년의 세계는 마치 잉크가 마르는 만큼이나 빨리 변하고 있다. 기존의 낡은 정치적 연대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연대의 틀이 형성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앞다투어 각축을 벌여온 이른바 파워 블록의 판도도 바뀌었다. 5백년 전 유럽인들은 북남미에 살던 사람들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역도 성립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대서양을 관통하는 통신과 교통은 동시적이다. 대서양 횡단여행은 몇 시간이 걸리느냐는 문제일 뿐 신 세계와 구 세계를 나누는 경계는 모호해졌다.

 변화는 현대 생활의 유일한 확실성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재의 정치 · 사회적 변화의 흐름은 환경 분야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신기한 것은 국가연합 및 시장 공동체가 세를 확장하는 것처럼 보일수록, 국가의 주권과 긍지는 분쟁의 불씨로 남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중부 유럽에서는 문화 · 인종적 주권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유고슬라비아에서의 피비린내나는 전장의 형태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 오존층 파괴, 대기 및 수질 오염 같은 위험한 환경 변화가 점증적으로 국제적인 추세를 띠는 시대에서는 주권에 집착하는 경향이 그 해결을 방해하는 것일까.

 최근 다뉴브강을 탐사하는 동안에 우리는 그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유럽 8개국을 흐르고 있는 이 낭만적인 물길은 격정의 역사뿐 아니라 한 나라에서 다음 나라로 심각한 공해를 실어나르고 있다. 환경오염에는 국경이 없다. 다만 정부들 사이에서만 국경을 가질 뿐이다. 정말로 다뉴브강을 정화하려면 거대한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통합된 유럽’이 그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국제연합(UN)에 속한 유럽의 전통적인 동맹국과 그 상대국들이 점점 단일 세력으로 변하는 동안 환경의 국제화 추세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나의 아버지 자크 이브 쿠스토씨는 궁극적으로, 아마도 유엔의 주도하에 하나의 ‘높은 권력’에 환경 감시 및 정책을 포함한 각국 주권의 상당 부분을 양도해야 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물고기들이 ‘재생산’되는 어업금지 구역을 지정하자
 최근 유엔은 모든 流網어업을 영구히 금지하는 법안을 토론에 부쳤는데 물론 ‘쿠스토 소사이어티’에서는 단호한 지지를 표명했다. 유망어업은 바다로부터 생명을 빼앗는 탐욕스럽고 무차별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적인 어업 관리에서 중요한 국제 동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망어업 금지령은 지속가능한 어업행위와 관련된 거대한 문제점 중에서 한 요소일 뿐이다. 각국은 자신들이 행하고 지원하고 허용하는 어업행위가 자기들 수역에서 행해져도 좋은지 그 행위의 가치를 재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어떤 어종이 재생산되는 동안 긴 그물을 사용하여 닥치는 대로 잡는 상업적 어업을 말한다. 각국은 또한 전세계의 대양 중에서 적어도 한 곳을 어업이 금지되는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그곳에서는 어떤 인간활동도 금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보호수역’은 문자 그대로 물고기들이 재생산되는 양어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국경이 없는 자원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혁신적이고 긴급한 국제적 행동을 요구한다. 우리는 인위적으로 영토상 특정구역을 지정할 수는 있지만, 생명유지에 없어서 안될 물과 공기는 종이위에 쓴 문자와는 상관없이 자유롭게 흐르고 여행한다. 이는 국가적인 지역 문제가 그 해당국 시민에게 덜 중요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필리핀에서의 불법적인 산림벌목이 산림훼손과 토양침식, 그리고 되풀이 엄습하는 홍수 등을 일으키는 동안 필리핀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다. 인도에서는 자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이 일차적으로 인도사람들의 건강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또한 인도 민족유산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인 타지마할을 더럽혀 그 아름다운 흰 대리석을 거무스름하고 누렇게 변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비록 지역적인 문제는 분명 관심 가질 것을 요구하지만 급속도로 전개되는 정치 환경이 정말 지구적 규모의 환경 문제를 시정할 거대한 출발점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국제적인 추진력이 주어진다면 국가적인 지역문제 또한 분명하게 주목받게 될 것이다.

 자연에서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다. 큰 변동은 때때로 큰 기회를 제공한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5백년이 지난 지금 인류의 인식에서 중요한 변화의 새 기점을 맞으면서 우리는 그 바다(보호수역)를 두 팔로 얼싸안을 수 있는 인간의 지도력을 기대해보자. 우리가 90년대의 초입에서 새해를 맞이할 때 참신한 비전과 과감한 아이디어로 쇄신될 수 있는 지구 생명의 선물을 기대해 보자.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우리 모두의 공동선을 위한 물길을 트는 쪽으로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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