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여론의 미국 … 부시는 초조
  • 워싱턴 이석렬 특파원 ()
  • 승인 1990.11.2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르시아만 위기가 석달을 넘기면서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경제봉쇄가 과연 효력이 있는지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초조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중간선거때 공화당 입후보자들을 지원하러 전국을 순방하며 유세를 한 그는 입후보자들을 추켜세우는 말보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았다.

“전쟁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지금 상태(경제봉쇄)로 기다릴 생각도 없다"고 심정을 밝힌 부시는 그러나 "쿠웨이트 내 미국대사관에는 성조기가 게양된 채 동포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니 마음이 무겁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런 일이 없게 해야 한다. 두고보라, 어떤 방법을 쓸지?라고 주먹을 불끈쥐었다.

얼핏 보기에 미국은 20만이 넘는 대군을 사우디에 보내 바그다드를 박살낼 것 같이 으르렁대며 금방이라도 이라크와 일전을 불사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싸움을 해서 이긴다 해도 미국에 크게 이로울 게 없다. 우선 전쟁을 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다. 고작 몇몇 기름회사 재벌들을 위해 젊은이들을 떼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는 없다는 반전여론이 오히려 거세다. 의회 지도자들도 거의 대부분 이라크와 전쟁하는 것을 내놓고 반대하고 있다.

결국 전쟁이 나면 이쪽저쪽에서 엄청난 희생자가 날 수밖에 없고 그중에서도 미군의 피해가 막심하리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게 할수 있다. 얼마전 미 국방부는 도상작전에서 미군의 희생자가 2만명 정도 생긴다고 판단했다지만 프랑스 국방장관은 적어도 그 2~3배쯤 될지도 모른다고 더 비관적인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2만명이 아니라 2천명만 희생자가 생겨도 2년 뒤 부시는 재선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될지 모른다.

그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무시하기 어렵다. 비록 이라크에 대한 경제봉쇄에 소련도 호응을 하고 대부분의 아랍국가가 미국편을 들었지만 전쟁을 하는 문제에는 다들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직접 이라크 군대의 위협하에 있는 사우디만 해도 다소의 영토할양이 있을지언정 싸움만은 피하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처럼 서로 발이 안맞는 상태다. 설사 이라크를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때나 공격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후세인이 먼저 일을 저질러 미국이 부득이 칼을 뺀다는 구실을 얻게 되는 때라야 한다는 것이다. 사담 후세인이 덤터기를 쓸 만큼 어리숙한 사람일까. 아니면 미국이 또 하나의 '통킹만' 사건을 꾸미게 될 것인가.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