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해묵은 다툼 세계에 여파
  • 류정렬 (한국외국어대교수 국제정치) ()
  • 승인 199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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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있은 직후인 8월10일 카이로에서 개최된 아랍연맹의 20개국 정상회담에서는 사우디에 파견할 '아랍합동군'창설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이때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지부티 쿠웨이트 레바논 모로코 오만 카타르 소말리아 시리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12개국이 찬성했고, 리비아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반대했으며, 알제리와 예멘이 기권하고 요르단 수단 및 모리타니는 유보적인 견해를 표명함으로써 이 사태를 둘러싸고 아랍세력은 행동통일보다는 분열상을 나타냈다.

이 회담에서는 그동안 강경노선을 고집하며 이집트에 대항해온 시리아가 이집트 사우디와 공동보조를 취함으로써, 이 지역의 군사  경제강국인 세 나라가 패권을 추구하는 이라크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 새로운 현상으로 부각되었다.

쿠웨이트 점령 후 이라크대통령 사담 후세인이 처음으로 '후세인 이니셔티브'라는 평화제안을 발표한 것이 8월12일이었다. 이 철군제안 조건 중의 하나가 시리아군의 레바논 철병이었으며 , '미국의 앞잡이'가 된 이집트를 아랍연합군에서 제외하라는 주장도 있었다. 8년간 계속되었던 이라크  이란전쟁시에도 시리아는 같은 아랍국인 이라크에 등을 돌리고 이란편에 서 있었으니 이런관계가 이번 사태에서도 연장되어, 마침내는 시리아로 하여금 이집트 사우디와 공동전선을 형성케 하는 이변이 생기게 하였다.

아랍국가들의 이합집산, 세력관계의 변화는 고질화된 정치적인 병폐이며 아랍세계 안의 패권이나 통합주도권 싸움은 해묵은 싸움이다. 이미 1930년대와 40년대에 아랍세계안의 패권싸움은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나일강 세력'과 이라크를 주축으로 한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세력'간에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1952년 이집트에서 나세르가 이끄는 군부세력이 혁명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아랍세계 안에서 왕정을 타도하고 군세력이 속속 집권하게 되자, 이집트 중심의 '혁신세력계 아랍국가군' 혹은 '공화주의세력'과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계 아랍국가군' 혹은 '왕정세력'간에 대결이 심각해졌었다.

아랍세계 내의 이 두 세력간의 충돌은 1962년의 '예맨전쟁'으로 비화되었다. 이때 전복된 북예멘 왕정은 사우디로 망명하여 새로 집권한 사랄 군사정권에 항전을 계속하였으며,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혁신세력계 아랍국가들은 이 사랄 군사정권을 군사  경제적으로 지원해주었다. 이때 이집트는 6만대군을 북예멘에 파병했었다.

역학관계상 쿠웨이트  이라크전쟁은 이 예멘전쟁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즉 쿠웨이트를 가운데 두고, 이라크와 사우디가 대치하고 있는 반면, 예멘전쟁시는 북예멘을 가운데 두고 사우디와 이집트가 각각 중심이 되어 양 아랍세력이 대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이집트가 사우디를 적극 지원하면서 아랍활동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1930년대와 40년대 이집트와 이라크간의 아랍주도권 싸움을 연상케 한다.

이번 사태로 세계는 또 한번의 석유파동을 겪고 있다. 중동정치는 석유정치이며 미국의 페르시아만 개입도 석유와 국제질서 때문이다. 세계의 관심은 페르시아만 지역에 있어서의 석유의 적절한 생산과 가격유지 및 안정적 공급에 있다. 이번 사태에 휘말려 있는 사우디 쿠웨이트 및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인정하는 석유생산량이 하루 5백42만배럴, 1백50만배럴 및 3백14만배럴씩인데 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국제유가는 폭등하고, 그 여파는 세계경제를 위협하게 된다. 주요 서방공업국가들의 페르시아만지역 석유의존도는 일본 64%, 프랑스 35%, 이탈리아 32%, 영국 14%, 미국 11%, 독일 9%, 한국 7.5%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은 자유개방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유가는 전쟁직전의 OPEC각료회의에서 이라크의 압력에 못이겨 배럴당 18달러에서 21달러로 인상되었고, 계속된 전운 속에 9월 들어서는 31달러에 육박하게 되었다. 지금은 30달러선 이하로 자못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사태의 진전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석유는 분쟁 관련국가들의 유일한 재정원이다. 산유국들은 유가폭등이 자기네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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