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교란의 주범은?
  • 유태호 (대우경제연구소 이사) ()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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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 실제금리를 대표하는 회사채 수익률이 최근 하향 안정세를 보여주고 있다. 10월8일 현재 회사채 수익률은 14.3%로 지난 8월 초의 연중최저치 14.8%를 하향 돌파했다. 이는 지난 89년 4월 이후 약3년반 만의 최저 수준이다. 실세금리가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의 경제성장 감속과 안정되어가고 있는 물가, 기업의 자금수요 감소로 인한 풍부한 시중 자금사정 및 정부의 실세금리 인하 유도정책 때문이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금리 하락은 우선 금융비용 절감에 의한 직접적인 수익개선 효과를 기업에 가져다준다. 즉 차입금에 대한 지불이자가 줄어듦으로써 그만큼 순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금리의 하락은 기업의 투자 활동을 촉진시킴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한다.

 기업은 시설투자 등 새로운 투자 기회가 있을 때 이러한 투자기회로부터 발생하는 수익률이 현재의 금리수준보다 높을 때 투자를 하게 된다. 금리가 떨어질수록 기업은 좀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며 이렇게 왕성해진 기업활동은 곧 경제의 활성화로 연결된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의 수익생성 능력을 현재가로 환산한 가치이다. 금리 하락은 금융비용 절감에 따른 수익개선 효과 및 활발한 기업활동에 따른 경제의 활성화를 유발하여 기업의 미래수익 생성능력을 높여주게 된다. 따라서 주가는 금리가 떨어지면 상승하게 된다.

 

현재의 혼미한 대선정국 탓

 이러한 금리와 주가의 관계는 미국 주식 시장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금년 들어 단기금리 지표인 재정증권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종합주가지수인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 6월1일 사상 최초로 3천4백 선을 상향돌파했다. 반만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금년 3/4분기 들어 지속되는 실세금리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의 하나로 현재의 혼미한 대선 정국을 들 수 있다. 노대통령 탈당으로 현재의 대선정국은 이전보다 더욱 불확실해졌으며, 그에 따른 주가 하락효과가 금리하락에 의한 주가의 상승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의 정도는 주가와 직결된다. 예컨데 같은 조건에서 어느 기업이 미래에 2백만원의 순이익과 2백만원의 손해를 볼 확률이 똑같은 경우와 4백만원의 순이익과 4백만원의 손해를 볼 확률이 똑같은 두 경우를 비교해보면 두 기업은 기대순이익은 같지만 불확실성(위험)은 후자가 더 높게 된다. 기업의 미래수익가치를 현재가로 환산할 때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계산해야 하며 같은 조건에서는 위험이 클수록 미래수익가치의 현재가인 주가가 낮아지게 된다. 위의 경우 후자의 주가가 전자보다 낮다.

 

각종 규제 풀고 정치 간섭 줄여야

 미국도 현재의 공화당 정권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이양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정국의 불확실성이 자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국의 불확실성이 미국 주식시장에 끼치는 효과는 우리나라보다 그 정도가 훨씬 덜하여 금리 하락에 의한 효과가 불확실성에 희한 효과보다 훨씬 우월하게 나타남으로써 금리하락 효과에 의한 주가상승이 잘 나타나고 있다.

 정국의 불확실성이 주가에 반영되는 정도가 두 나라에서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결국 정치와 경제의  연계 정도에 기인한다.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이 집권 정부와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고 있어 정치와의 연계성이 상당히 희석되고 있으며 어느 정부가 집권하더라도 수행할 경제정책의 상당부분이 예측 가능하게 운영되고 있어 정치의 불확실성이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직결되고 있지않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경제행위가 정부의 규제에 묶여 있어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종속관계는 정치불안이 있을 때마다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됨으로써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빼앗고 미래의 경제활동에 대한 예측을 불가능하게 한다. 정치의 불확실성이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직결되어 정치불안이 주식시장 교란의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건전한 주식시장이 국가경제 발전에 중요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정치와 경제의 연계성이 축소되거나 끊어질 때 정치불안에 따른 주식시장의 교란을 감소시키거나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와 경제의 연결고리인 각종 규제를 완화하여 경제활동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일은 건전한 주식시장을 육성하는 하나의 방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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