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肝이식, 기증자 없어 문제
  • 백계형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외과) ()
  • 승인 199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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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인정 입법, 사형법 개선 등 절실

원래 건강이 안좋을 때 한방 문화권 사람들은 간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서양 사람들은 심장이 안좋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B형 간염의 류병(流病)지역인 우리나라에는 많은 간경변 및 간암 환자가 있다. 간이 일단 경변으로 들어서거나, 간암이 절제 가능시기를 놓치면 간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그러나 수술자 한사람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면 가능했던 종래의 수술과는 달리, 여러가지 첨단기기가 동원되고 수술팀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가능한 간 이식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에베레스트등반'이라고 일컬어지는 어려운 수술이다. B형 간염에 의한 경변은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워서 더많은 지식과 기술축적을 요한다.

간 이식의 기술축적은 간접경험만으로 가능하던 종래의 수술과는 달리, 동물에서의 실험적 수술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동물실험은 간 이식의 준비뿐 아니라, 아직 해결되지 못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환자진료만으로도 바쁜 외과의사들이 동물실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밤과 주말뿐. 간 이식의 메카라고 불리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병원의 이야기를 쓴 책의 제목이 '잠못잔 숱한 날들'(Many Sleepless Nights)이다. 그들은 보통 10~20시간씩 걸리는 간이식 수술과 수술 전후의 환자관리를 하면서 동물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간 이식의 또다른 어려움은 장기 기증에 대한 문제이다. 간은 콩팥이나 안구 등과는 달리 심장 정지 후 15분이 지나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는다. 기능이 떨어진 간을 이식받은 환자는 재이식을 받지 못하면 수일 이내에 사망하게 된다. 심장 정지 후에 간을 떼어내는 방법이 여러가지로 개발되어 있긴 하지만, 심장이 뛰고 있을 때 가족과 친지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뇌의 비가역적 기능정지를 죽음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인식이 가장 절실하며, 뇌사인정입법, 사형방법의 개선 등이 요구된다. 불교의 나라인 태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국민이 사망시에 안구를 기증하고 있으며, 수십 차례의 간이식과 심장, 폐 이식을 성공시키고 있다.

건강한 형제나 부모가 장기를 제공하는 일은, 형제나 부모이기 때문에 수술의 위험과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비인도적인 이면을 갖고 있다. 더구나 간의 경우에는 생체간 이식이 기증자에게도 매우 위험부담이 크고, 환자가 어린 아이인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서울대학교의 김수태 교수 팀에 의하여 첫 간이식이 성공을 거두었으며, 몇 대학에서는 이미 준비를 끝내고 동물실험을 계속하여, 간 이식시 발생하는 치명적인 저혈압과 혈액응고 장애, 산소 대사 이상 등, 수술의 성패를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문제해결에 대한 새로운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간이식을 받은 첫번째 환자가 완전히 사회에 복귀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증자가 없어서 후속 예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간 이식 대상 등록자 중에서도 많은 환자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통해서 밤을 지새우며 연구하는 많은 생명과학자들과 그 가족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 분들께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네 살난 우리 큰애는 아빠가 병원에서 무슨 일 하냐고 물으면 "개 수술"이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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