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 손잡고 생명 사랑’ 김매기
  •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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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삶·생태 보존 앞장서는 지구촌 생태마을들

 
지구의 환경 위기를 극복하는 사회적 대안의 하나로 출현한 생태공동체 또는 생태마을을 떠올리면 늘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편안해진다.

영국 스코틀랜드 북쪽 해변에 있는 핀드혼. 겨울이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척박한 땅이다. 1962년 이곳에 공동체가 설립되었으며 20년 뒤인 1982년부터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마을 설립 계획에 따라 풍력발전소와 환경친화적인 폐수 시설을 마련했다. 1990년대 들어 이 곳은 개인의 영적 각성 등 사적인 문제 해결 차원을 넘어 전인류 차원의 위기 극복에 발 벗고 나섰다. 1995년에는 ‘21세기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생태마을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1998년 국제연합(UN)은 핀드혼의 노력을 평가해 비정부기구(NGO)로 인정했다.

독일 생태마을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지멘 린덴은 1989년 자급자족하는 생태공동체를 목표로 설립되기 시작했다. 지멘 린덴이 지향하는 생태마을은 노동과 여가, 경제와 생태, 개인과 공동체, 도시문화와 마을문화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며 미래지향적인 삶의 형태를 구현하는 공동체이다. 1997년 인근의 외딴 농지를 사들여 경작했고, 1999년 도로·전력·생활용수 시설 등 기반 시설을 구축했으며, 2000년에 야외 문화 축제를 열기 위한 목적으로 소규모 원형극장을 개관했다. 2002년에는 숲속에 유치원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생명을 존중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기회를 제공했다.

일본의 야마기시회는 1953년 야마기시 미요조(1901~1961)가 시작한 공동체이다. 그가 제창한 야마기시즘(yamagishism)은 돈이 필요 없는 사이좋은 즐거운 마을을 지향한다. 따라서 공동체 구성원들은 무소유를 삶의 근본 가치로 삼는다. 무소유란 세상의 어떤 것도 그냥 존재할 뿐 어느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며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개념이다.

야마기시즘 사회를 실현한 곳은 한국의 산안마을을 비롯해 스위스·독일·미국 같은 나라에서 40여 개에 이른다. 이들은 야마기시가 고안한 독창적인 양계법을 쓰고 있으며 축산·낙농·과수·벼농사 등을 환경친화적인 순환농법으로 실행하고 있다.

1984년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에 세워진 산안마을 생태공동체의 홈페이지(www.yamagishism.co.kr)에는 ‘급료나 분배가 없는 일체 생활 속에서 사이좋게 즐겁게 살아가는 데’ 목적이 있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무소유를 실천하므로 산안마을은 돈이 필요 없고 누구나 무료로 물건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도 산안·한울·한마음 등 공동체 많아

1993년 오리농법을 도입해 친환경적 농촌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한 충남 홍성군의 문당환경농업마을(mundang.invil.org)은 2000년 마을 단위로는 우리 나라 최초로 21세기 100년 발전 계획을 세워 주목되고 있다. 사업 전략은 ‘넉넉하고, 오손도손하며, 자연이 건강하고, 자연과 조화되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1995년 충북대 교수를 지낸 윤구병씨가 전북 부안군 변산면에 둥지를 튼 한울공동체는 생태 교육을 실천하며 나눔의 삶을 추구한다.

종교 공동체로는 남양만과 지리산 등지에 있는 두레마을, 전남 장성군 남면의 한마음 공동체(www.yuginong.co.kr), 지리산 산내면에 위치한 실상사의 인드라망생명공동체(www.indramang.org) 등이 유기농업, 대안교육, 귀농운동 등을 실현하고 있다.

유기농산물 관련 생태공동체 운동 조직으로는 천주교우리농촌살리기 운동본부(우리농)와 한 살림 공동체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농(www.wrn.or.kr)은 ‘하늘·?땅·?물·?벗 ’을 표어로 내걸고 ‘창조물을 존중하고 보살피기 위한 10계명’을 실천하고 있다. 한살림(www.hansalim ?or.kr)은 유기농산물의 전국적 유통망을 확대해가고 있다.
생명의 존엄성은 말과 글로 지켜지는 것이 아닐 터. 생명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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