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의 ‘괴짜 스님’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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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웹 사이트

 
머리가 복잡하거나 만사가 귀찮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찾아가면 스르르 마음이 풀어지는 곳이 있다. 통방산 정곡사(jeonggok.org) 웹사이트. 건물 지을 돈이 없어 비닐하우스에 법당을 만들고, 흙으로 오두막을 지어 수행하는 ‘괴짜’ 정곡 스님의 홈페이지다.

불교도가 아닌 내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맑은 사람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글이 휴식을 주는 곳이기 때문. 정곡 스님은 오두막 앞의 살구나무, 생강 꽃, 제비꽃 따위 산 속 풍경을 손수 찍은 사진과 선시를 웹사이트에 올린다. ‘하지만 인연이란 묘한 것/ 때가 지났다 하여도/ 별것이 아니라 하여도/ 내게 소중한 것은 따로 있으니….’ 사진과 선시들을 읽다 보면 빗장을 걸었던 마음이 열리곤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나무들이 옷 갈아입는 것도 마음 놓고 보지 못한 이에게 이만한 휴식처가 없다.

내친 김에 한나절 정도 짬을 낼 수 있다면 정곡사로 달음질쳐 가볼 수도 있다. 경기도 양평군 통방산에 있어 서울에서 멀지 않다. 정곡사는 산 중턱에 있기 때문에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고개를 15분 남짓 걸어 넘어야 만날 수 있다. 가는 길은 고되지만 정곡사 주변에 숨어 있던 일주암과 벽개천, 지천에 널린 온갖 야생화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이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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