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유람하고 벗 사귀세”
  • 북경·박승호 통신원 ()
  • 승인 1992.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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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우호관광년’, 기발한 상품개발로 ‘외화벌이’ 총력…바가지 상술도 만연

 ‘遊中國 交朋友’(중국을 유람하고 친구를 사귀자). 이는 우호관광의 해(92中國友好觀光年)를 맞이하여 중국국가관광국이 내걸고 있는 표어 중의 하나다.

 이처럼 중국정부가 관광자원을 활용, 적극적인 관광정책을 펴는 배경에는 단순히 관광수입을 올리겠다는 목적 이외에 ‘개방확대를 통한 개혁의 가속화’를 추진하는 촉매수단으로 관광객 유치를 이용하겠다는 의욕이 담겨 있다. ‘6·4 천안문사태’로 흐려진 중국의 이미지회복도 물론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일석이조 이상을 노리는 것이다.

 관광홍보도 같은 맥락이다. 북경의 천안문 앞 큰길 장안街는 동쪽으로 건국문대街로 통한다. 중국국제여행사본부가 있는 이 길을 지나다 보면 관광선전문구가 호텔이나 큰 상점 건물 위에 심심찮게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旅游促進社會的繁榮與發展(관광은 사회의 번영과 발전을 촉진한다)’, ‘북경은 당신을 환영합니다’, ‘Welcome to Beijing' 등이 눈에 뛴다.

 앞으로의 잠재력은 있지만 현재 중국의 관광산업 수준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관광외화수입이 28억달러였고 금년도 목표는 30억달러 초과에 두고 있다. 세계관광수입 총액의 1%를 약간 웃도는 정도이며, 지난해 우리나라의 34억여 달러보다도 크게 뒤진다. 금년도 입국 관광객목표가 5백만명이지만 그중 80%가 국경지역 인근 중국인들이다.

 사람잡아먹는 사자를 굴복시켰다는 江蘇省 惠山마을의 민간전설에서 따온 아기인형 ‘아후(阿福)’를 마스코트로 내걸고 펼치는 ‘92우호관광년’의 행사는 제법 다양하다.

 10여 가지가 넘는 주요활동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으로는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한 14개 항목의 관광노선 소개이다. 만리장성의 자취를 따라가는 ‘長城之旅’를 비롯하여 황하, 양자강의 三峽, 실크로드, 西南 소수민족풍속, 불교 4대명산 등이 포함되어 있고 청소년 수학여행 및 신혼여행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지역특색에 따라 모두 1백개 항목의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데, 연초 하얼빈의 얼음축제(氷雪節)로부터 8월 하순 新疆 투르판의 포도축제, 그리고 12월의 江西省의 매실시음축제(賞梅節)에 이르기까지 고루 배열되어 있다. 이밖에 3백여 외국자매 도시 중 1백개 도시로부터 시민방문단을 초청하는 한편 美食節 藝述節 중국문물전 관광교역회 등의 행사도 갖는다.

북경시, 올림픽 유치겨냥 집중홍보
 라디오 텔레비전 신문 등 매스컴들도 ‘중국우호관광년’소개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1979년 이래 매주 세 차례식 발간되는 관광전문지인 《中國旅游報》는 중국민항이 관광의 해를 맞아 10만명 이상의 외국단체관광객에게는 국내 항공요금을 5~10% 할인해 준다는 우대조치를 소개하는 등 관광홍보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千年古都 북경은 중국관광의 심장이다. 북경시는 전국차원의 ‘우호관광년’과는 별도로 ‘92北京旅游黃金年’이라는 이름으로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서기 2000년의 제27차 올림픽을 북경에서 개최한다는 목표아래 이미 북경시장 陳希同을 위원장으로 하는 ‘올림픽유치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있어, 올림픽유치를 겸한 관광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북경시는 호텔과 아파트를 비롯하여 신축 대형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는데, 기존의 아시아대회 선수촌 서북쪽에 올림픽촌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한편, 아직 공표는 안했지만 지난해 11월, 천안문 서남쪽에 위치한 풍대원區 및 창평국區에 모두 90㎢규모의 신기술산업개발시험구를 세운다는 계획을 확정해 놓고 있다.

 현 중국지도부는 북경이 중국 수도로서의 위풍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고도라는 인식아래 수년 전부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빠른 개발속도를 보여줄 것 같다.

 한편 북경시가 계획하고 있는 올해 주요 관광행사로는 천안문 누상에서 열리는 <천안문의 밤>을 비롯하여 중추절달맞이 축제, 장성예술축제, 경극감상 및 북경자전거관광 등 60여종이 마련되어 있다.

 중국 관광산업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교통편, 항공시설은 28개국을 연결하는 4백25개 항공노선과 홍콩·대륙을 잇는 17개 노선을 갖추고 있고 국내항공도 올해 35대의 여객기를 새로 투입하여 이착륙 시간지키기 노력을 보이는 등 그런대로 빠른 개선을 보이고 있으나, 철도나 도로사정은 좋은 편이 아니다. 철도는 총연장이 5만㎞로 지구를 한바퀴 돌 정도라지만 낙후된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형편이다. 또 비포장도로가 많고, 최근 개통된 몇몇 고속도로들은 아직 시설미비와 운전미숙 등으로 안전상의 문제가 있으며 북경, 천진간 고속도로처럼 간간이 자동차와 우마차가 나란히 다니는 도로도 더러 있다. 기차나 자동차여행은 아직 무리인 실정이다. 이때문에 관광객은 자칫 비행기·고급호텔·전세차를 맴도는 ‘유리창여행’을 하기가 십상이다. 최근 유럽이나 일본의 젊은이들 중에는 중국 각지를 자전거나 도보로 누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음 문제는 여행사의 서비스. 이들은 모두 국영으로 외화획득의 기수들인데 전통적인 중국인 상술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호텔안내는 최대한 값비싼 고급객실안내가 우선이며 소개하는 쇼핑센터나 음식점은 태반이 바가지다. 이들 여행사의 업무원칙은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대국 건설’에 필요한 ‘외화벌이’가 최우선이고 서비스는 그 다음이다.

 또 하나는 내외국인 간의 격심한 가격차별 문제. 외국인들은 내국인 통용화폐인 ‘인민폐’와는 별도로 ‘외환권’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각종 교통요금 호텔숙박료 명승지입장료 식당요금 등에서 내국인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의 차별요금을 내야 한다. 중국어를 제법 구사하는 한국인들 중에는 그런대로 값싸고 깔끔한 호텔을 소개받았는데 여권을 보여 주자 “화교인 줄 알았다”면서 값을 다시 올리는 바람에 실소하게 되는 일도 있다.

 호텔시설은 개방 이후 급속히 확충되어 현재 전국에 2천여개의 관광호텔에 30만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는데 절반정도는 국제수준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호텔과잉으로 정부가 호텔신축을 제한하고 있다. 호텔서비스는 갈수록 개선되고 있으며 특히 안전문제는 세계일급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쇼핑센터는 개방초기의 어설픈 모습을 벗어나 점차 세련된 진열방식과 다양한 상품으로 손님을 끌고 있다.

중국관광 과소비 주역도 단연 ‘한국인’
 지난 한해 동안 북경을 거쳐간 한국인 방문객은 약 4만여명으로 그들 중 많은 사람이 백두산을 다녀갔다. 중국에서도 한국인의 과소비는 단연 금메달감. 월평균 수입 40달러 수준의 중국인들 눈에 한국 관광객들은 ‘외계인’과 다름없다. 이따금 한국인 안내를 하는 이곳 일부 조선족들은 “그런 돈 있으면…”하고 입을 다문다.

 중국국제여행사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劉桂珍씨(41)는 그동안 한국의 단체관광객을 20여차례 안내해 왔다. 그 덕분에 김치를 좋아하게 됐다면서 한국손님들에 대한 소감을 털어놓는다. “한국인들은 長白山(중국인들이 백두산을 일컫는 말)에 대한 숭배정신이 강해요. 날씨가 나빠도 반드시 천지를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릴 땐 아주 힘듭니다. 관광과 무역을 겸해서 오는 분들이 많고요. 여행일정에 가벼운 변화만 있어도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불만이 있으면 대부분 그 자리에서 바로 얘기합니다. 불만이 있어도 돌아갈 때까지 절대 말 안하는 일본인들과 대조적입니다. 여행일정을 빈틈없이 짜 여유가 적은 점도 특징이구요. 적어도 이삼일에 한번은 한국음식을 꼭 준비해야 해요. 다른 외국인들은 다 잘먹는 ‘시앙차이’를 유독 한국인들은 싫어합니다.” 술마시면 으레 노래하고 춤추는 폼이 연변 조선족과 똑같다며 웃는다.

 볼거리 많은 중국. 그러나 중국관광은 무엇보다도 뒤늦은 공업화의 몸부림과 함께 두눈을 부릅뜨기 시작한 용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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