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더 높은 곳을 향하여
  • 김재일 부장대우 ()
  • 승인 1994.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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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새로운 지도자 ‘격상’ 노려 … 아·태 민주지도자회의 성공이 ‘받침돌’



지난 12월1,2일 서울에서 열린 아·태 민주지도자회의는 김대중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이사장은 이 행사를 통해 대외적으로 자신의 전공 분야를 남북한 통일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아시아 지역의 민주화까지 포함한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는 일단 자신이 정치를 재개하는 데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한발짝 나아가 국내 정치로부터 더 먼 곳에 위치를 설정한 것이다.

“당초 예상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김이사장의 자평이 아니더라도 이번 행사는 그의 국제적 위상을 국내외에 확인시켰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수반급 인사 7명을 포함해 1백80여 정·관·학·언론계 거물이 참가했을 뿐 아니라 라모스 필리핀 대통령, 부토 파키스탄 총리, 무라야마 일본 총리, 갈리 유엔 사무총장,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슈미트 전 서독 총리는 특별 메시지를 보내 축하했다.

이 대회는 아시아 민주화를 위한 공동 노력을 조정·감독·증진하기 위한 상설 기구인 아·태민주지도자회의 본부를 서울에 두고, 아시아 15개국에 지부를 두기로 결정했다. 김이사장은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오스카 아리아스 코스타리카 대통령과 함께 이 회의의 공동의장에 선임됐다.

김대중 이사장은 정계 은퇴 후 비중있는 첫 행사인 이번 대회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는 심지어 참가자 명찰의 모양과 색깔에까지 관심을 보였을 정도였다. 재단측은 구설에 올랐던 후원금 모금과 관련해 실제로 아·태평화재단이 총경비의 3분의 1 정도를 부담했고, 독일 나우만 재단, 스웨덴 팔메 국제센터, 미국 국립 민주기금 재단, 필리핀 아키노 재단과 벤프레스 증권호l사, 일본 사사카와 평화재단이 후원했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요동치는 국내 정국으로 말미암아 어느 정도 빛이 바랜 측면이 있다. 이기택 대표가 주도한 12·12 관련자 기소 촉구를 위한 민주당의 장외투쟁, 여당의 단독 국회 강행과 예산안 날치기, 그리고 정부의 전격적인 행정조직 개편 발표 와중에서 대회에 관한 일반의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재단측은 이에 대해 겉으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번 대회는 민주주의에 대한 김이사장의 절대적인 신념과 민주주의 결과에 대한 국내외적 기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장성민 재단 공보비서는 “각국에 민주주의가 실현되면 국내적으로는 발전을 통한 번영을 이룰 수 있고, 국제적으로는 민주체제들 간의 협력을 통한 평화 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아시아를 민주주의 공동체로 묶어내 동북아 안정과 한반도 통일을 실현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 김이사장의 생각이다”라고 말한다.

김이사장은 일단 시야를 밖으로 돌려 아시아의 새로운 지도자로 발돋움하려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金在日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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