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교통·통신 모든 길은 한반도로
  • 마크 발렌샤(미국 동서문화센터 선임연구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4.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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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되면 동북아시아 ‘최고 요충지’로 떠오를 가능성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한국의 복잡한 교통·통신 하부 구조(인프라 스트럭처)로 인해,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와 유럽·북미를 잇는 사람·화물·정보 이동에서 요충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와 같은 광대한 지역에는 요충지가 하나 이상 생길 여지가 있다. 따라서 ‘최고 요충지(superhub)’가 되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80년대에는 도쿄가 국제적인 교통·통신망의 핵심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최고 요충지로 떠올랐다. 일본은 지금 동북아시아 최고 요충지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교통·통신 시설을 늘리고 있다.

북한의 고립이 한·중·러 직항로 차단
일본은 도쿄가 지나치게 확대되고 인구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사선형(7개)·순환형(4개) 통신망과 도로를 건설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니가타행 도에츠 신철도와 간츠 고속도로는 이미 건설됐다. 더욱이 니가타는 도쿄에서 두만강과 유라시아에 이르는 연장선상의 축에 위치해 있다. 비즈니스센터·공항·항구를 잘 갖춘 도쿄·니가타 축은 도쿄·후쿠오카, 도쿄·삿포로에 이어 일본 제 3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도 주요 물류센터를 건설하면서 동북아시아 요충지로서의 입지를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그리고 두만강 지역에 개발되고 있는 국제적인 지역은 장기적으로 동북아시아의 핵심적인 교통 요충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리적으로 한반도는 동북아 지역의 수송 체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송 체계를 완성 실현하려면 남북한의 통일이 필수적이다. 즉 한국이 이 지역 요충지로서 국제 수송시장을 공중과 바다로 연결하고 2차 도시로서 기능할 수 있느냐 여부는, 한반도 통일과 크게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정치적 고립은 이 지역 항공 수송 체계에 결정적 장애가 돼 왔다. 최근에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 중국을 잇는 많은 회선이 개설되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 동북부, 러시아 극동지역과 몽고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경유하는 직항로가 필수이다. 현재의 동북아시아 지역 항공로는 ‘정치적 우회로’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연료를 소모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과 북경의 직항로상 거리는 9백km로 현재 비행 거리인 1천 9백 40km의 절반도 채 안된다. 직항로를 여는 것은 이 지역 항공운수산업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한국과 북한 사이의 항공운수망을 건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초기에는 간접적인 항공운수망을 건설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즉 남북한 항공사가 공동 서비스를 개설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합영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본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후원 아래 운항 통제 조직을 결성하고 항공사간 민간 계약을 통해 항로를 개설함으로써, 이 지역에 완벽한 직항로망을 건설할 수 있다.

91년 말과 92년 9월 2차에 걸쳐 남북한은 자국의 철도를 재접속하고 해상 및 항공 수송로를 개설하기 위한 교류협력안에 합의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사람·화물의 직교류와, 한국의 부산 인천 포항과 북한의 남포 원산 청진 사이의 해상 항로를 열기로 돼 있다.

경부 고속전철 큰 구실 할 것
해상과 항공 운송은 지상 교통에 비해 기초 투자가 많이 요구되지 않고 보안상의 문제점도 덜해 최우선적인 운송 수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남북한 경제협력이 빠른 시일 내에 급진전을 이루게 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화물의 양이 경제성을 만족시키는 수준이 될지는 의문이다.

남북한 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문산과 개성(1번 국도), 철원과 평강(3번 국도) 동해안의 간성과 장전(7번 국도)이 다시 연결될 가능성도 커졌다. 게다가 북한에 대한 한국의 접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서해안 고속도로와 중부 고속도로가 국경까지 연장될 수 있다. 서울·평양·블라디보스토크 통신망은 한반도가 북으로는 러시아, 서로는 중국, 남으로는 일본의 광섬유 케이블과 대용량 접속망을 이루는 기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남북한의 철도를 연결하는 것이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종단하던 오래된 철로를 재결합하는 것은 꿈에 그리는 한반도종단철도(TKR)를 현실화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은 문산과 장단 사이 12km만 복원하면 되기 때문에 쉽게 재가동할 수 있다.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은 신탄리와 월정 사이 16km만 복원하면 된다.

이 두 선을 완성함과 동시에 한국은 새로운 가교로서 광양·부산에서 시작하는 대륙간 횡단 철도를 완성하고 유럽과, 심지어는 중동 지역까지 철로로 잇게 된다. 한반도종단철도는 중국횡단철도(TCR)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보다 짧고 믿을 만한 철로가 될 것이다.

만일 한국이 북한의 철도를 통과하는 잠재력을 활용할 수 없다면, 러시아 극동지역의 보스토치니나 혹은 중국의 리얀융안까지 해상으로 컨테이너를 나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항구들은 극동 지역이나 유럽과 거래하기 위해 한국종단철도의 이점을 활용하려고 대기중인 다양한 형태의 화물 선적량을 잃게 될 것이다.

서울·부산간의 고속철도도 궁극적으로는 일본, 중국, 극동 러시아 지역을 연결해 줌으로써 동북아시아 지역의 통합 수송체계를 만들어주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에서 자주 논의되는 구상은 한국의 부산과 일본의 시모노세키를 연결하고, 나아가서는 평양과 블라디보스토크, 셴양(咸陽)에서 런던까지 철도로 연결하기 위해 대한해협 지하로 철도 터널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일본에서 중국 북부 지역과 러시아 극동 지역을 잇는 가교로서 한반도의 잠재력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북한, 일본-북한 연결이 첫 단추
통합된 수송과 통신 체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의 쌍방적인 운송 및 원거리 통신 분야를 다각적인 것으로 재정렬해야 한다. 현재 북한은 극소수 해상 및 공중 접속선에만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한과 중국 사이에 광섬유 케이블이 접속됨으로써, 북한이 통신 수요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만일 한국과 일본이 이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면 북한이 이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단일 운송망을 형성하기 위한 첫 단계는 북한과 일본, 한국과 북한 사이에 쌍방 접속을 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현재의 쌍방적인 수송 유형에서 두 개의 독립적이지만 국제적인 수송 유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한국과 일본, 중국과 북한을 잇는 서해 운송망과 한국과 일본, 극동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동해 운송망이다. 다음 단계는 서해와 동해 망을 연결해 이 지역에 인접해 있는 다섯 나라를 연결하는 것이다. 통일 한국은 이 연결이 가능하도록 해 줄 것이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통합된 단일 수송·통신망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것은 이 지역의 협력과 조정을 증대시키기 위한 협의 기구를 구성하는 일일 것이다. 이 기구는 구체적인 실행 일정과 투자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는 책임을 부여받아야 한다.

이 기구는 해상 및 항공 운송, 도로·철도 수송이나 통신과 같은 구체적인 분야를 담당하는 실무 위원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기구가 반드시 북한을 고려하고, 참여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마크 발렌샤(미국 동서문화센터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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