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체계 구멍에 ‘농약밀’ 우르르
  • 글 · 사진 김 당 기자 ()
  • 승인 2006.04.2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주산 밀 3만t… ‘UR태풍’ 대비 서둘러야

 

수입 농축수산물 검역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호주산 수입밀에서 ‘치오파네이트 메칠’이라는 농약성분이 기준치보다 16배나 높게 검출된 사실이 제159회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짐으로써 수입식품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실체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5월18일 호주 올바니항에서는 호주 소맥협회가 한국으로 수출한 저단백밀 1만3천7백51t을 포함한 3종의 호주산 밀(총 3만1천3백51t)이 중국 국적 선박에 실렸다. 이 선박은 6월3일 인천항에 도착하여 밀 2만5천8백50t을 먼저 부리고 이틀 뒤에는 목포항에 도착하여 나머지 5천5백1t을 부렸다. 보건사회부 산하 국립 인천 · 목포검역소에서는 이 밀을 수입한 제분업자들로부터 각서를 받고 ‘조건부 통관’시킨 뒤 잔류농약 성분검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목포검역소(소장 이회식)에서 전남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저단백밀 표본에서 살균 · 살충제에 쓰인 치오파네이트 메칠이 0.84PPM(허용 기준치 0.05PPM)이나 검출되었다. 목포검역소에서는 국립보건원에 확인검사를 재의뢰했으나 검사는 마찬가지였다. 뒤늦게 결과를 보고받은 보사부에서는 7월29일 이를 “회수해 폐기처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각서를 쓰고 밀을 수입한 한국제분(대표 이회영)은 이미 문제의 밀을 미국산 백밀(9백41t)과 섞어 빻아 밀가루 2천4백31t(22㎏들이 10여만 포대)을 생산, 6월11일부터 7월10일에 걸쳐 전국적으로 유통시킨 뒤였다. 그중 절반 가량은 일본으로 가공수출했고 나머지는 유명 제과회사(13%) 자사 대리점(20%) 합판회사(15%) 등을 통해 판매했다는 것이다.

회수해 폐기하기엔 너무 늦어

한편 인천항을 통해 먼저 들어온 밀 1만1천5백50t은 인천검역소 식품검사과에서 직접 이화학검사를 했으나 “잔류농약 불검출, 적합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디클로르버스와 EDP(2 브롬화에틸렌) 두 성분에 대해서만 검사를 했을 뿐 문제가 된 치오파네이트 메칠은 검사항목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이 밀 또한 수입사인 대한제분(대표 김종성)과 대선제분(대표 이윤상)이 가루로 빻아 유통시킨 뒤였다. 그 양은 56만 포대(22㎏들이)로 추정된다. 보사 당국은 치오파네이트 메칠 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될 개연성이 높은 이 밀가루에 대해서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천검역소(소장 이강추)는 “보사부의 수입식품 관리지침에 따라 검사항목을 분기별로 조정한다. 지난 1/4분기에는 치오파네이트 메칠 성분을 검사했으나 통관 당시 내부결정에 따라 빠진 것을 뿐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밝힌다. 수입식품 관리지침은 검역의 효율성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동일사 동일제품’ 규정을 두고 있다. 밀의 경우, “수출국 원산지 수송방법 · 경로가 같은 경우에는 검역소장이 안전성 확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범위 내에서 검사항목을 조정하여 검사할 수 있다”는 규정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선 통관 후 검사’ 체계가 문제

한편 인천항으로 들어온 밀이 목포 통관밀과 ‘동일제품’으로 추정되므로 치오파네이트 메칠 성분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 대해 인천검역소는 문제된 밀이 “같은 선박으로 운송되었지만 해치(선착) 내에서 상하로 구분되었고 구입단가(목포 1백64달러, 인천 1백71달러)가 다르므로 같은 물품인지의 여부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추정과 개연성만으로 이미 통과된 밀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율배반적인 논리이다. 즉 검역소측은 검사항목 조정으로 인해 문제된 성분검사를 제외한 것에는 ‘동일제품’ 규정을 적용하고, 동일제품이므로 농약성분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추정에는 ‘다른 제품’이라는 억지를 쓰고 있다. 또 검역체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조건부 통관(선 통관 후 검사)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밀이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려면 통관후 약 30~50일이 걸리므로 30일 이내에 검사를 완료하면 부적합으로 판정되더라도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해당 제품을 용도 변경 또는 자진폐기하겠다’는 각서대로 조처하면 된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치오파네이트 메칠이 검출된 목포 통관 밀의 경우, △통관 3일 만에 밀가루로 생산, 수출까지 되었고 △판매 기간 (6월11일 · 7월10일)과 회수 기간(8월5일 · 8월12일)의 차이로 볼 때 ‘각서대로의 조처’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국감은 끝났지만 국감을 통해 확인된 검역체계의 구멍은 여전히 남아 있다. ‘UR태풍’이 불어닥치기 전에 구멍을 막고 방풍림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몫으로 남은 셈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