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기 회복 누드 스타에 걸었다.
  • 도쿄·채명석 통신원 ()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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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리에 결혼 발표에 早婚붐 特需 기대




‘미야자와 열풍’이 또다시 일본열도를 휩쓸고 있다. 도쿄사가와 큐빈 사건으로 곤경에 처한 미야지와 정권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같은 성을 가진 한 탤런트 우상의 결혼소동 얘기다.

지난 10월26일은 프로야구 저팬시리즈의 최종전이 열린 날이엇다. 예상대로 퍼시픽 리그의 세이부 라이온스팀이 4승3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다음날 스포츠 신문의 1면을 장식한 것은 ‘세이부 우승’이 아니라 미야자와 리에라는 인기 절정의 탤런트와 인기 스모선수 다카하나타가 곧 결혼할 거라는 기사였다. 스포츠 기사를 전문으로 하는 스포츠 신문들이 세이부 우승 기사를 제쳐놓고 스모선수와 연예인의 결혼 기사로 1면을 도배한 것은 하나의 이변이었다. 그보다 더 큰 이변은 주요 일간지들도 이 결혼 화제를 1면에 보도했다는 사실이다.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이 1면에, 경쟁지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이 사회면 머릿기사로 이를 크게 보도했다.

사회분위기 바꿀 ‘밝은 뉴스’로 평가

때를 만난 듯 온통 이 결혼 화제로 법석을 떨고 있는 것은 전파매체들도 마찬가지이다. 5대 민간 상업 방송국의 경우 연일 이 화제를 서너시간씩 방영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두사랆 사이에 태어날 아이 얼굴을 컴퓨터그림으로 미리 그려보는 방송국까지 등장했다.

근엄하기로 소문난 공영방송 NHK도 예외는 아니다. 간판 뉴스프로 <NHK 뉴스21>이 톱뉴스로 이를 보도하는가 하면 미야자와의 기자회견을 직접 주선해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외국 통신사들은 일제히 이 결혼 소동을 타전했는데 “NHK까지 이 소동을 부추겼다”는 말로 과열보도를 비꼬았다. 특히 AP통신은 “야구선수 조디마지오와 육체파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경우를 능가하는 결혼소동이 일본열도를 직격하고 있다”고 타전해 화제를 모았다.

더욱이 이 결혼소동이 두사람이 실제 결혼하는 내년까지 계속되리라는 점에서 외국 언론들의 호기심은 지대하다. 일본 언론이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이 화제로 법석을 떠는 까닭은 무엇인가. 물론 일본 언론이 ‘세기의 결혼’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이들의 결합에 화제성이 풍부한 것도 사실이다.

올해 열아홉살난 미야자와 리에는 이른바 일본 연예계의 프린세스.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이기도 한 미야자와는 서양 사람을 닮은 듯한 용모 덕택으로 어릴 적부터 CF모델 등으로 활약해왔다. 이후 영화배우 경 가수로 데뷔해 일본의 톱 탤런트로 성장했다. 그가 더욱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작년 11월 누드 사진집 《산타 페》를 내놓으면서부터이다. 일본에서는 그전까지만 해도 사양길에 든 여배우가 인기를 만회하려 누드 사신집을 내는 게 통례였다. 당시 인기 절정이던 미야자와는 이러한 상식을 깨고 전라 사진집을 발간해 큰 충격을 던진 것이다. “인생의 한 통과점을 기록했다”는 그의 누드집은 1백만부가 넘게 팔리는 큰 인기로 그때도 일본열도에 ‘미야자와 열풍’을 일으켰다.

그의 결혼상대 다카하나타 역시 스모계의 프린스. 올해 스무살로 미야자와보다 한살 많은 그는 장래의 요코스나(천하장사)감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대주이다. 그는 또한 일본의 국기인 스모계의 명문 출신이다. 백부가 스모협회의 이사장을 지냈고 부친 후지시마 역시 스모선수였다. 이러한 인연으로 형과 함께 스모계에 입문한 다카하나타는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우는 등 이른바 ‘와카다카 붐’을 일으켜 사양길 스모의 인기를 되돌려 놓은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혼 붐 일어나면 1조엔 경기부양 효과

일본 언론이 아키히토 일왕과 평민 출신 미치코 왕비가 결혼할 때에 버금가는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불황과 정계오직 사건으로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인 일본 사회에 이들의 결혼은 오랜만의 ‘밝은 뉴스’로 화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래서 동성의 미야자와 총리는 이들의 결혼소감을 묻는 기자 질문에 “음, 나도 깜짝 놀랐다”하며 엷은 미소까지 지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도쿄사가와큐빈 사건에 대해서 그가 ‘노 코멘트’로 일관해왔던 태도를 감안해볼 때, 미야자와 리에 결혼 소동이 정계 스캔들을 덮어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미소였음이 분명하다.

일본 언론도 이들의 결혼에 대해 애써 밝은 측면을 강조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의 결혼이 “1조엔의 경기부양책에 필적할 만한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이다”라는 예측까지ㅏ 나온다. 일본은 이전의 ‘독신 귀족’ 그리고 최근의 ‘결혼하지 않을지도 모를 증후군’이라는 유행어가 말해주듯 젊은이들의 결혼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 평균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현재 남자 28.4세, 여자 25.9세로 만혼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 인기높은 20세와 19세 커플의 탄생은 젊은이들의 이러한 결혼기피 현상에 영향을 미쳐 조혼 붐이 유행처럼 번지리라고 예측하는 언론도 있다. 산와(三和)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평균 결혼비용은 약 8백만엔.

예상대로 결혼 붐이 일어난다면 우선 예식장 · 호텔 그리고 백화점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며, 신혼부부는 가전제품 등을 새로 장만하기 때문에 가전회사 그리고 자동차회사가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들이 어린애를 셋 출산한다면 현재 약 1.5명인 출산율이 대폭 늘어나 장래 일본사회의 큰 두통거리인 ‘고령자 사회’를 시정해 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불황과 일본 언론계의 광고불황은 이러한 대담한 예측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결혼 소동은 우리와도 전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이 소동의 주인공 미야자와의 누드집이 한국에도 버젓이 상륙해 있기 때문이다. 그의 누드 사진집이 발간된 작년, 일본에서도 이 사진집을 싸고 논란이 일었다. 일본의 여성단체들이 성의 상품화라는 측면에서 이 누드 소동에 비난을 퍼부었고, 경찰 당국은 치모가 보이는 이 사진집을 외설혐의로 조사한 바 있다.

일본은 현재 포르노 잡지를 자동판매기에서 간단히 사볼 수 있을 정도로 선정적인 출판물이 범람하고 있다. 특히 최근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것이 만화잡지의 과격한 성적 묘사이다.

그러나 얼핏 보면 ‘성의 천국’처럼 보이는 일본에서도 규제는 엄격하다. 치모나 성기가 보이는 출판물을 발간하거나 치모가 보이는 영화를 상영하는 일이 완전 금지되고 있고, 최근 전세계의 화제가 집중되고 있는 마돈나의 사진집 《섹스》도 2페이지를 먹칠당한 후 겨우 통관이 허용되었다.

미야자와의 누드 사진집 《산타 페》는 예술성을 가장한 상업적 출판이라는 것이 식자들의 한결같은 평가이다. 《산타 페》 이후 여배우들의 누드사신집 출간 붐이 일고 있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일본 경찰 당국은 예술성을 가장한 이러한 외설 출판물의 급격한 증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는 일본문화의 해금에 대한 논의가 최근 다시 일고 있다. 일본에서는 미야자와의 결혼소동을 부채질하고 있는 저널리즘과 출판매체의 상업성이 더욱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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