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맞서 단결해야“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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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맞서 단결해야“
모 주무르 히다야
인도네시아 정보개발연구센터 소장

 아시아에서도 유럽연합(EU)이나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의 권역화 움직임에 상응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다.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런 움직임에 미국이 제동을 걸려고 할 것이라는 점이다. 아시아는 이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 이는 민족주의나 광신적 애국주의 차원이 아니라 공동의 문화를 개발하고 경제적 상호 보완을 추구하는 방식을 통해서 해야 한다. 인력 자원을 서로 교환하고 경제의 수평 분업을 위해서라도 가칭 ‘아시아위원회(Asia Committee For)’를 구성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를 등한시해서도 안된다. 물론 미국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한 것은 인정하나 먼 장래를 위해 꾸준히 아시아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특히 아시아의 낙후한 인력 자원을 개발하는 데 한몫 해주기 바란다. ■

“한국의 중립적 지도력 필요”
압둘 라자크 압둘라 바긴다
말레이시아 전략연구소 소장      
 세계는 현재 문화적ㆍ지리적 근접성에 따라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아시아는 21세기에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 지역에 뚜렷한 지도력이 존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은 그 특성상 결코 아시아를 이끌 수 없다. 중국이나 한국을 상정해 볼 수 있는데, 한국은 너무 구미 편향적이고 아시아를 등한시하고 있다. 남북이 대치하는 데다 일본 요소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미국을 소홀히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한국은 당분간 외교나 경제 분야에서 등거리 전략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한국, 일본과 관계 정립부터”
월프리도 빌라코타
필리핀 라살레대 필리핀ㆍ일본연구소장

 남북한의 대결 구도가 계속되는 한 한국이 선택할 길은 많지 않다. 또 중국과 일본, 미국과 러시아의 세력 균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선택 폭을 제약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아시아에 일방적으로 복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가까운 장래에는 바람직하지도 않다. 필리핀도 한국처럼 선택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아시아 국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힘을 빌려 근대화에 박차를 가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 한국은 일본과 동반자 관계를 맺을 것인지, 아니면 경쟁국이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이 통일될 경우 경제ㆍ군사적 위협 세력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국은 선호에 관계없이 당분간 균형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조정자 역할 한국에 기대”
진린쳉                    
중국 미래연구회 상임 부이사장
       
 에이펙 회의에서도 확인했듯이 아시아의 경제 권역화는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유럽 같은 정치 통합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중국도 등소평 사망 후 정치적 장래가 불투명하고, 남북한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일본은 아직 아시아의 지도자가 될 자세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국의 경제 격차로 인해 시장이 활성화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문화와 경제를 기반으로 한 권역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ㆍ한국ㆍ일본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해야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조정자 역할이 기대된다. 한국은 아시아를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

“다양성 살린 공동체로”  
에이지 이나무라           
일본 덴츠 종합연구소 부사장
         
 배타적 아시아는 불가능하다. 다양한 형태의 국가 연합체로 세계와 끈을 맺는 게 바람직하다. 아시아 내에서도 정치ㆍ경제ㆍ문화의 차이를 일시에 극복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다양성을 살리고 서로의 차이를 줄여 나가는 것이 좋다. 중국은 화남 경제권의 발전을 동북부로 끌어올려야 한다. 일본은 동양과 서양의 조정자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답답한 것이 많다. 진정으로 충고하고 싶으나, 감정적으로 꺼려진다. 솔직한 충고를 주고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 한국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와 호혜적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게임의 원칙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

“한ㆍ중ㆍ일 3각 협력 절실” 
이장춘                    
외무부 외교정책기획실장
             
 그동안 동북아의 주요 세력인 한ㆍ중ㆍ일 3국은 3각 협력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아세안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 유럽연합 등과 비교하면, 이웃 관계로서는 매우 비정상적이다. 현재 동북아는 거대한 지역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93년 말 현재 역내 교역이 2천5백50억달러에 달했다. 앞으로 3국 간의 공식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 탈냉전, 한ㆍ중 수교 등으로 북경ㆍ서울ㆍ도쿄가 3자 관계를 생각해볼 만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95년 에이펙 회의에서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담을 시도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한국 외교는 주변 4강과의 특수 관계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중 미국과의 특수 관계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일방적 대미 의존 관계로부터 탈피해야할 국제 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우리 자체에서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4강 관계를 ‘분별있고 균형있게 관리’하는 것이 앞으로 한국 외교의 최대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 저력을 쌓아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호주를 비롯한 아세안과의 외교는 아ㆍ태 국가로서 한국의 국제적 발판이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굳게 다지는 것도 한국 외교가 국제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불가결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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