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만큼 위험한 허위 광고
  • 김당 기자 ()
  • 승인 199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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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중 전 과기처장관은 지난 12월 22일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를 핵쓰레기 처분장 후보지로 확정해 발표하면서 원자력 제2 연구단지 부지로는 현재 굴업도 부근의 덕적도ㆍ영흥도ㆍ대부도 등 세 섬을 검토중이며, 앞으로 한달 내에 최종 후보지를 선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상 육지와 연결된 대부도를 대덕 원자력연구소에 이은 제2 원자력연구소 후보지로 선정해 놓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럴 경우 굴업도와 함께 처분장 후보지로 거론된 경북 울진ㆍ영일과 마찬가지로 덕적도와 영흥도 또한 여론 떠보기용 ‘들러리’인 셈이다.

 당초 정부의 핵쓰레기 관리 및 연구시설 건설 원칙은 이를 동일 부지에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동일 부지 건설 방침은 적어도 지난 12월22일 원자력위원회 제236차 회의가 굴업도를 처분장 후보지로 의결하기 전까지는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었다. 그러나 굴업도(50만평)를 처분장 터로 선정함으로써 1백50만평 부지에 방사성폐기물 관리 시설(중ㆍ저준위 폐기물 영구 처분장 및 사용후핵연료 중간 저장 시설)과 연구ㆍ거주 시설을 건설한다는 정부의 원래 계획은 물 건너간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고준위 폐기물이라는 용어 대신에 굳이 재활용을 염두에 둔 사용후핵연료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연구하는 데 필수 시설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처분장 터를 최종 확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우선 김시중 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연구원들이 섬 지역 근무를 기피할 우려가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가적인 큰일을 위해 그런 불만은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연구원들은 처분ㆍ관리만 하는 중ㆍ저준위 폐기물과 달리 연구단지로 운반되어야 하는, 중간 저장 및 연구 목적의 사용후핵연료는 △연구의 효율성 저하 △해상 수송의 어려움 △자녀 교육 문제점 등을 들어 섬 지역 저장을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핵물질로 전용할 우려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 엄격한 감시를 받는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지금까지 연구 목적으로 한국중공업이 특수 제작한 특수 용기에 담아 특장차에 실어 원자력 연구소로 나간 것말고는 공식적으로 한번도 원전 부지를 빠져나간 적이 없다는 점에서 해상 수송의 어려움은 충분히 예견된다.

연구단지도 굴업도에 세우는 것처럼 선전
 문제는 정부가 연구ㆍ주거 시설을 처분장과 별도로 건설키로 해놓고서도 핵쓰레기 관리의 안전성을 강변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홍보 광고를 처분장 선정 발표 전부터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핵쓰레기 처분장과 연구 단지의 분리 건설 자체가 정부 방침과 약속을 파기하는 비도덕적인 결정이지만, 분리 건설키도 결정해 놓고서도 원자력연구소의 한 박사 연구원을 모델로 내세워 처분장(관리시설)에서의 거주를 담보로 안전성을 광고하는 것은 허위ㆍ과장 광고라는 지적이다. 문제의 텔레비전 광고를 인용하면 이렇다.

 “앞으로 설치될 관리 시설에서는 1년에 1밀리렘, 단 1밀리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바로 그 관리 시설에서 저와 동료들이 함께 생활할 겁니다. 원자력폐기물 관리 시설 안전하게 관리하겠습니다.”

 따라서 이같은 광고는 탤런트 이정길씨가 출연하는 과기처 광고에 대한 환경운동연합측의 ‘핵폐기장 허위 과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이어 제2의 허위ㆍ과장 광고 시비로 번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분리 건설 방침은, 아직 처리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사용후핵연료를 앞으로 폐기 처분하건 재처리하건 사실상 핵쓰레기장을 두 곳에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해당 지역의 반대가 예상되는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부지의 협소함과 연구 인력이 기피한다는 핑계로 최적 후보지를 스스로 배제하고 연구단지를 제3의 장소에 세운다는 내부방침을 세워 놓고서도, 굴업도를 후보지로 선정하기 전부터 핵쓰레기 분리 서설과 연구 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 정부의 부도덕성은, 핵쓰레기만큼이나 위험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김 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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