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들은 돌출 변수?
  • 문정우 기자 ()
  • 승인 1995.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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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씨 정계 진출 땐 부산시장·경남지사 공천 판도 바뀔 듯



 부산·경남 지역에서 지방자치 선거에 출마할 뜻을 갖고 있는 인사들에게는 민자당이 대구 동 을 지구당위원장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재헌씨를 영입했다는 것이 매우 큰 뉴스였다. 특별히 노씨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가 15대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부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계 인사들이 현철씨의 정계 진출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현철씨의 정계 진출이 민자당의 부산시장·경남지사 후보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철씨가 민자당 지역구를 맡게 된다면 그의 아버지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이나 태생적 고향인 경남 한 곳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민자당 지구당위원장 중 누구 하나는 밀려나야 한다. 그런데 막무가내로 밀어내는 형식이면 곤란하다. 빈발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모양새가 좋지 않다. 정치인으로 새출발하려는 현철씨에게나 김대통령에게나 다같이 부담스러운 노릇이다.

 그렇다면 민자당 의원 중 누군가가 양보해야 한다는 애기가 된다. 양보한 의원에게는 그에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그럴 경우 그 보상이라는 것이 부산시장이나 경남지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애기이다.

 현재 김대통령의 부산 지역구인 서구는 곽정출 의원이 승계해 있다. 만약 이 지역구를 현철씨가 맡는다 해도 민정계인 곽의원에게 부산시장 자리를 주기는 힘들 것이다. 그동안 곽의원은 노재봉·안무혁 의원과 함께 김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와 민주계가 기피 대상으로 꼽는 인물이다.

 따라서 현철씨가 부산에 지리를 잡게 되면 문정수 민자당 사무총장이나 김정수 의원이 자리를 내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철씨가 부산에 지역구를 갖게 되면 박관용 청와대 특보는 부산시장 자리를 단념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거제 지역구는 현재 민주계인 김봉조 의원이 맡고 있다. 만약 현철씨가 여기를 지역구로 택한다면 문제는 간단하게 풀린다. 김의원이 경남지사로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재 경남 민선 지사를 꿈꾸며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는 김혁규 지사는 다른 자리를 알아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철씨는 과연 15대 때 정계에 진출할 것인가. 민자당 내에서는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는 사람이 많다. 노재헌씨 영입을 오로지 현철씨를 영입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계 실세들은 벌써 오래전부터 현철씨의 정계 진출을 예고해 왔다. 그들은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능력 있는 사람이 배제돼서는 곤란하다. 현철씨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정치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이미 정치인으로 성공할 자질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해 왔다.

 김대중씨의 맏아들인 홍일씨는 아버지의 지역구였던 목포에서 15대 총선에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대중씨의 지역구를 이어받은 민주당의 권노갑 최고위원은 홍일씨에게 지역구를 양보하고 자신은 전남지사에 출마할 채비를 하고 있다. 양김이 분할하고 있는 호남과 영남에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文正宇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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