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상품이다“ 숨가쁜 광고 전쟁
  • 성우제 기자 ()
  • 승인 1995.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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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대 3~4일 동안 2억원 쏟아부어… 서울대도 준비중



‘ 규모와 명성도 중요하지만 내실과 장래성은 더욱 중요합니다‘ ’세계화 시대를 선도합니다‘. 작년 12월21일 대학 수능시험 발표를 전후해 각 일간지에 실린 카피들이다. 카피 자체만 보면 여느 기업 광고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예년 같으면 신문의 한 모퉁이에서 보일 듯 말 듯하던 대학의 신입생 모집 광고가 95학년도 입시를 앞두고 크게 바뀐 것이다. 광고의 변화는 문구뿐만이 아니다. 어느학과에서 신입생을 몇 명 선발한다는 ’공고‘ 수준을 넘어 대학의 이미지 광고가 나오는가 하면 광고의 크기도 파격으로 커졌다. 예년 같으면 3단 광고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5단 통광고‘는 보통이고, 이제 전면 광고까지 등장했다.

 신입생 선발을 앞두고 광고 혁신을 가장 먼저 이룬 학교는 고려대. 지난해 12월20~23일 중앙 일간지 네 군데에 실린 고려대 광고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모델로 내세우고 인물의 성격에 맞춰 날마다 카피를 다르게 했다. 고려대의 ‘대표 선수’로 뽑힌 모델은 재학중인 황영조(마라토너)를 비롯해 졸업생 홍준표(검사)·이계진(아나운서)·김선기(서울대 교수·물리학) 씨이다. 김교수는 ‘고대는 21세기 과학 한국의 메카, 세계 대학의 중심으로 우뚝 서거라’라는 카피와 함께 서울대 교수로는 드물게 광고 모델로 등장했다.

교육 환경 급변 … 21세기 생존 전략
 12월20일 ‘95학년도 신입생 모집’이라는 평범한 3단 광고를 낸 연세대도 고려대 광고가 나온 직후인 21~23일 서울의 13개 신문에 전면 광고를 실었다. ‘연세대에 오면 세계가 보입니다’라는 카피가 담긴 연세대의 대형 광고는, 파격적인 장학제도를 자랑거리로 내세웠다. 지난해 9월 대학 가운데 가장 먼저 학교 발전기금 모금액 천억원을 돌파한 연세대가 교육 소비자를 상대로 ‘세계의 명문 대학’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신입생은 대학이라는 상품을 소비하는 일종의 고객이다. 고객 만족 시대에서 고객 감동 시대로 가고 있는 지금, 대학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대학의 이미지를 높일 텔레비전 광고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이기수 고려대 기획처장의 말이다. 웬만한 대학의 1년 광고비인 2억원에 가까운 광고비를 단 며칠만에 투자한 고려대와 연세대의 광고 전략은, 물론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수한 신입생 확보는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중요한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강창언 연세대 기획실장은 “좋은 학생을 뽑아 21세기 발전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큰 광고를 하게 됐다”면서, 광고를 분석한 뒤 또 다른 광고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광고전에 참여한 대학이 고려대와 연세대만은 아니다. 서울·지방의 사립 대학들과 지방 국립 대학까지 대학 광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서울대도 이미 이미지 광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의 광고전은 숨가쁘게 변해가는 교육 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교육부의 대학 자율화 방안 발표, 95년 대학 종합평가인정제 실시, 교육 시장 개방, 학령 인구 감소 등 대학을 둘러싼 여건의 변화는 가장 보수적인 집단 가운데 하나인 한국의 대학을 발 빠르게 움직이게 하고 있다. 전신재 한림대 교무처장은 “학령 인구와 대학 지원자 수가 일치하는 2005년이 되면 문 닫는 대학이 생겨날 것이다. 대학의 광고는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학들의 생존 전략 가운데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대학들의 광고전이 바람직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으나 그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조병양 교수(한양대·광고홍보학)는 “조그마한 지방 대학의 광고에서도 세계화·국제화·21세기 같은 카피가 천편일률로 등장한다. 문제는 카피만큼 실질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과장 광고 여부는 곧 드러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成宇濟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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