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소를 주목하라
  • 문정우 기자 ()
  • 승인 1995.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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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새 정책 산실로 곧 출범…선거 공약 개발 등 전담



 중앙당은 날씬하게, 시·도 지부는 듬직하게. 당명을 갈고 새로 출범할 여당의 개편 방향이다. 민자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는 최근 일련의 회의에서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중앙당의 인원을 감축하고 남는 인원은 지방에 내려보낸다는 계획을 깊이 검토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당을 원내 활동을 중점 지원하는 체제로 개편하면서, 시?도 지부에 중앙의 원내 총무와 같은 중앙 통제탑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중앙당에서는 기존 사회개발 연구소와 1월 중 출범하게 될 여의도연구소에 힘이 실리게 된다. 여의도연구소는 당의 평소 활동과 선거에 필요한 정책·공약 개발을, 사회개발연구소는 인재 발탁과 여론 조사를 맡게 되는 것이다. 두 연구소가 중앙당 조직의 두 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민자당은 곧 선을 보이게 될 여의도연구소에 우선 백억원을 투자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성과에 따라서는 투자액을 점차 늘려 2백억원까지 쏟아부을 계획도 있다. 석사 또는 학사 학위 소지자 50명을 공개 채용해 쓸 예정이지만, 민자당이 이 연구소를 통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3백여명에 달하는 당내 국책 자문위원들이다. 이들은 역대 정권에서 장·차관을 지낸 고급 인력이다. 이들은 그동안 일하고 싶어도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이들 중 20여 명은 지난해 교육부의 의뢰로 지방 대학에서 강의를 맡았는데 학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학자들이 전해주기 어려운 풍부한 현장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사회개발연구소와 함께 당 조직 두 축으로

 지금까지 정부·여당은 정책과 법안에 관한 기초 자료를 정부나 정부가 운영하는 관변 연구기관을 통해서 입수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는 다른 처지에 서서 정책을 비판할 안목을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의도연구소가 출범함에 따라 정부·여당은 처음으로 독자적인 정책연구소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이 연구소는 여당에 정책 두뇌를 제공하는 젖줄 구실도 할 수 있다. 정책개발과 법안 심사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연구원은 정부 고위 관료로 발탁될 기회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연구소는 의원들에 대한 행정연수원과 같은 기능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사회개발연구소는 민자당의 인재 발탁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소측은 전국에서 약 8만명에 대한 신상자료를 확보해 데이터 베이스에 입력해 놓았다. 이 자료는 민자당의 지방자치 선거 공청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그리고 보궐선거가 있을 때는 세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오기도 했다. 

 여의도연구소는 김덕룡 의원이, 사회개발연구소는 강삼재 의원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모두 김영삼 대통령의 민주계 측근이다. 따라서 두 기구는 앞으로 민자당의 ‘김영삼당’화에 단단히 한몫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홍보하는 역할은 여의도연구소가, 앞으로 있을 물갈이를 위한 자료 제공은 사회개발연구소가 맡게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여의도연구소는 특히 김영삼식 사고로 무장한 행정가를 상당수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재난과 관료들의 복지부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에게 여의도연구소는 마땅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여의도연구소 설립은 야당에도 자극을 줄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벌써부터 이와 비슷한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어 왔다. 특히 민주당 이기택 대표는 공·사석에서 민주당에도 과학과 21세기 민족 경영을 연구할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민자당 전당대회 준비위의 한 의원은 “민주당도 한 50억쯤 투자해 연구소를 설립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여의도연구소 출범은 한국 정당이 정책 정당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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