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인민무력부장 ‘최광’ 유력
  • 전현준(민족통일연구원 연구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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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우 사망후 북한 군부 동향 / 인민지지 얻기 위해 빨치산 세대 예우

북한의 혁명 1세대로서 김일성 · 김정일 승계 체제를 지탱하는 큰 지주 중의 하나였던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 지난 2월25일 지병인 암으로 사망했다. 북한 혁명 1세대들은 항일 무장 투쟁 당사자, 국가 수립 주역, 김일성 유일 체제 유지의 전위대, 김정일 승계 체제의 옹호자라는 지위와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 중에서도 오진우는 유달리 김일성 ·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높았다.

 오진우 사망 직후 등장하고 있는 관심사는, 김정일이 오진우가 차지했던 각종 지위의 후임에 누구를 임명할 것인가, 김정일은 오의 사망을 세대 교체 계기로 삼을 것인가, 나아가 군에 대한 김정일의 인사 정책이 바뀔 것인가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김정일은 군부 안정을 위해서라도 오진우 사망으로 공석이된 당 정치국 상무위원, 군 총정치국장, 인민무력부장,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오진우 사후 김정일의 전반적인 군 인사 정책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김정일이 김일성 생존시 군에 대해 어떤 태도와 정책을 채택하였는가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실권은 혁명 2세 손에

 첫째, 김정일은 북한군의 정통성을 항일 빨치산에 두었다. 그는 78년부터 인민군 창건 기념일을 김일성이 항일 무장투쟁 시절 창건했다는 ‘반일혁명유격대’ 창건일인 4월25일로 바꾸었다. 김정일의 이러한 정치적 행동은 후계자인 자신의 정통성을 항일 빨치산에서 찾으려는 의도에서였다. 즉 수령 김일성이 국가 정통성의 근원인 항일 빨치산 출신이고, 그러한 정통성을 가진 김일성과 오진우를 비롯한 빨치산들이 김정일을 후계자로 옹립했으므로 김정일 자신이 최적자라는 논리이다. 이것이 부자 승계 체제에 도전하지 않는 한 ‘노쇠하고 힘없는’ 빨치산들을 김정일이 오늘날까지 요직에 그대로 두고 있는 제일 중요한 이유이다.

 둘째, 김정일은 노년 · 중년 · 청년을 고루 등용하는 인사 원칙을 지켜왔다. 물론 빨치산 세대가 중심이 된 노년들은 실권보다는 상징적 역할만을 수행하고, 실권은 김정일과 비슷한 세대인 오극렬 · 이봉원 · 김강환 등 혁명 2세대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년층들은 정치적 실권은 없지만 중 · 청년들이 범할 수 있는 ‘우경 오류’를 감시 · 통제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 자신이 충 · 효의 화신임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노년층에 대한 예우는 인민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셋째, 김정일은 간부의 등용 기준을 자신에 대한 충성심에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들은 혁명기를 지나 체제 정착기에 접어들면 이념 관료보다는 전문 관료를 선호하였다. 그러나 김정일은 혁명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혁명’ ‘전투’ ‘운동’ 등 전투적인 구호를 통해 혁명 분위기를 지속시키고, 이를 근거로 혁명 이념의 중요성을 강조 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령과 후계자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어떤 전문 관료라도 전문성 하나만 가지고는 권력 엘리트에 등용되지 못하였다. 당성과 전문성을 겸비해야만 등용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음 인민무력부장은 누가 될 것인가. 인민무력부장은 빨치산 세대에서 나올 것이다. 그중 현재 인민군 총참모장을 맡고 있는 최 광(77)이 가장 유력하다. 최 광은 빨치산 세대로서 한때 ‘당적 지도’를 받기도 했지만 충성심이 뛰어나 총참모장으로 복권되었고, 김정일과 인간적 관계가 깊은 인물이다. 김정일 모친인 김정숙이 49년 사망했을 때 김정숙의 전우이자 최 광의 부인인 김옥순이 김정일을 돌보아 주었다. 김정일은 오진우 사망에 대비해 1월1일부터 214부대를 방문하는 등 군에 대한 단속에 나섰는데, 대부분 최 광이 동행했다. 최 광은 이미 오진우의 대역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대 교체와 군정책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김정일은 이미 조직 지도부장 시절 노 · 중 · 청 3합 정책에 따라 세대 간의 비율을 적절히 조정해 놓았다. 따라서 새로운 세대 교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세대 교체 어려워

 한편 김정일은 김일성 ‘유훈’ 관철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다. 각 분야에서 유훈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군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하다. 김정일은 군의 지지를 얻으려고 95년 신년사 대신 발표한 당보 · 군보 · 청년보의 공동사설을 통해 사회주의 건설에 기여한 군의 공적에 대해 되풀이 칭찬하고 앞으로도 최고사령관인 자신과 함께 ‘새로운 승리’를 향해 전진하자고 강조하였다.

 결론적으로 김정일은 부친인 김일성과 절대적 후견자 오진우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세대 교체나 충성심 중심의 인사 정책을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아울러 대남 군사 정책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현준(민족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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