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이 겁나십니까? 스트레칭 하십시오
  • 강용석 기자 ()
  • 승인 199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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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신축성 키우고 관절에 윤활유 구실 운동 전후 실시하면 ‘사고 방지’에 큰 효과

봄철에 급작스럽게 운동을 시작하면 자칫 운동 부족으로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은 준비가 안됐는데 마음만 앞서 무리하게 운동을 시작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40대 이후 중년 남성의 신체 유연성은 거의 ‘0점’에 가깝다. 최근 한 스포츠 센터가 30세 이상 남자 3천명을 대상으로 유연성을 측정한 결과, 무릎을 펴고 허리를 구부린 상태에서 발 아래로 뻗은 손의 길이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남성의 평균 수치인 9㎝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운동은 대략 3단계로 나뉜다. 준비 운동 · 본운동 · 정리 운동이 그것이다. 과거 준비 운동의 대명사는 맨손체조였다. 구령과 함께 몸에 유연성을 주는 맨손체조는 무난한 운동이지만 일부 40, 50대 남성에게는 무리한 운동이 될 수도 있다. 갑자기 맨손체조를 할 경우 통증을 느끼고 심하면 특정 부위를 크게 다치기도 한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한 동작을 10초 정도 계속 유지해 몸의 근육을 서서히 늘려주는 스트레칭이 최근 들어 준비 운동과 정리 운동의 전형적인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운동 전후에 스트레칭을 하는 까닭은 명확하다. 근육을 신축성 있게 만들어 줘 피를 근육 구석구석에 골고루 공급하고, 관절에도 윤활유 기능을 하는 활액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 전에 하는 스트레칭은 신체의 긴장을 완화시켜 사고를 예방한다. 즉 근육에 ‘곧 운동을 시작할 테니 준비하라’는 사전 신호 구실을 하는 것이다. 또한 운동이 끝난 뒤의 스트레칭은 운동 후유증을 최대한 억제한다. 본 운동을 하는 동안 올라간 혈압과 빨라진 맥박 등을 운동 전 상태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잘 쓰지 않는 근육부터 풀어줘야

 특히 중년 이상 남성은 몸을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을 경우 관절과 뼈를 둘러싼 근육군과 혈관이 수축되어 기능이 쇠퇴하기 때문에 운동전후 반드시 스트레칭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스트레칭은 이같이 본 운동의 보조 역할을 함과 동시에 그 자체로 훌륭한 운동이 되기도 한다.

 국내에서 스트레칭이 활성화한 것은 3~4년 전 에어로빅의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부터이다. 요즘은 에어로빅 수업 50분 가운데 20분 이상을 스트레칭에 할애하고 있다. 삼호사회체육센터 에어로빅 강사 김현진씨는 “본격적인 스트레칭을 본 운동에 앞서 하느냐 뒤에 하느냐에 대해서는 주장이 약간씩 틀리나, 어쨌든 스트레칭은 에어로빅의 중요한 부분이다. 에어로빅은 연령에 따라 능력이 틀려지나 스트레칭은 나이와 관계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김씨에 따르면 스트레칭은 머리에서 발가락까지 부위 별로, 또 운동하는 자세에 따라 수백 종류가 되는데, 초보자들은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 부위를 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특히 몸이 굳은 사람은 한번에 한 동작을 오랜 시간 하지 말고 여러 차례 반복하라고 권한다.

 신체의 유연성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스트레칭의 장점이다. 단 수술을 했거나 신체에 장애가 있을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스트레칭은 좁은 공간을 활용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나, 일할 때, 심지어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대화할 때도 가능하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신호 대기중인 운전자도 할 수 있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장 기분 좋게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때는 목욕 직후이다. 근육이 따뜻해지면 그만큼 신축성이 좋기 때문이다.

 스트레칭의 원칙은 편안함과 안전성이다. 아래 위로 심한 반동을 주거나 고통을 느낄 때까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규칙적이고 편안하게 스트레칭을 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동작이 더 쉬워짐을 느낀다. 호흡은 천천히 리드미컬하게 한다. 팔다리 등 평소에 비교적 많이 쓰는 유연한 부분보다는 잘 안 쓰는 경직된 부분을 좀더 많이 스트레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몸 전체의 유연성을 똑같이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트레칭 교본에 나온 그림을 본떠 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강제성 없이 편안함을 느끼면서 경직된 근육들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주로 몸의 접힌 부분을 마사지한다는 기분으로 하면 좋다는 것이다.

 스트레칭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근육을 조용히 펴는 스태틱(static) 스트레칭이다. 근육이 굳은 정도에 따라 유지하는 시간을 결정한다. 10초 이상 펴면 1~2회, 10초 이하면 3~5회 정도 반복한다. 액티브(active) 스트레칭은 스태틱 스트레칭을 하기 전에 하는 것으로, 가벼운 체조처럼 몸과 팔다리를 움직여 관절의 움직임을 좋게 하는 것이다.

 근육을 펴주면서 동시에 근력을 크게 강화하는 스트레칭은 고유 수용성 신경근 촉진법으로 PNF(Proprioceptive Neuromuscular Facilitation)스트레칭이라 불린다. 이 스트레칭은 우선 펴려는 근육에 충격을 주어 수축시키고 그후에 스트레칭을 하면서 근육을 펴는 것이다. 벨로시틱(velocitic) 스트레칭은 반동을 붙여 근육을 펴는 것으로, 준비 체조나 유연 체조의 하나로 사용한다.

 

하품 · 기지개도 스트레칭

 위의 네 가지 스트레칭이 혼자 하는 것이라면 파트너(partner) 스트레칭은 2명이 조를 짜서 하는 것이다. 패시브(passive) 스트레칭이라고도 하는데 파트너가 서로 근육을 펴 주는 것이다.

 스트레칭을 잘못된 방법으로 하면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맥매스터 대학의 스티븐 윌터 교수팀이 선수 · 일반인 1천7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끔씩 스트레칭을 한 사람이 전혀 하지 않은 사람보다 오히려 운동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월터 교수팀은 이를 정밀 분석한 결과 스트레칭 방법이 잘못됐음을 밝혀냈다. 즉 몸 전체의 반동을 이용하거나 빠르게 움직임으로써 오히려 힘줄이나 근육이 늘어났으며, 특정운동 종목에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칭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 스포츠 의학자 라는 리처드 도밍게즈는 운동 종목에 따라 많이 쓰는 근육 부위를 여섯 곳으로 분류해 스트레칭의 강도를 제시했다(도표 · 그림 참조). 도밍게즈의 이론에 따르면, 하체를 주로 쓰는 계단 오르기의 경우에는 가슴 · 어깨근은 스트레칭할 필요가 없으며, 장딴지 · 무릎 위 허벅지 부위에 좀더 많은 스트레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운동 종목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근육을 중점적으로 스트레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스트레칭운동협회 김국환 회장에 따르면 스트레칭은 인류 역사와 함께 생겨났다고 한다. 즉 무의식중에 하는 하품이나 기지개 등이 바로 스트레칭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스트레칭을 즐기는 국내 인구는 4천2백만명이라는 것이 김회장의 주장이다.

姜龍錫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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