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곧 보람
  • 글 조용준 특파원 ()
  • 승인 199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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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에 ‘한국’ 심는 선구자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아프리카’라는 말에서 울창한 숲과 대초원, 그리고 무리지어 뛰노는 동물들을 떠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같이 풍족한 자연환경은 동부 아프리카 일부지역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대다수 국가들은 척박한 땅과 모진 열대기후, 끊임없이 계속되는 종족분쟁과 내전 등으로 인해 기아와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미 열강의 착취가 몇세기 동안 계속되었기 때문에 풍부한 지하자원과 인력은 지금 고갈 상태에 이르고 있다. 유엔이 정한 세계 최빈국 41개국 가운데 27개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임을 상기할 때 이들 국가들의 실상을 짐작할 만하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의 이른바 ‘블랙 아프리카’의 경제는 지구상에서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있다.

 이같은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굶주린 아프리카인들을 돕기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는 한국인들이 있다. 나이지리아 이바단 시에 있는 열대농작물연구소의 韓相麒 박사팀과 가나에서 관개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하는 이근모 단장이 그들이다.

 한박사는 37세의 젊은 나이에 아프리카로 와서 20년 동안 카사바와 얌 등 아프리카에 적합한 식용작물을 개량 보급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왔다. 카사바와 얌은 서구인들이 ‘게으른 자의 농작물’이라고 부를 정도로 멸시받아왔다. 아프리카인들에 의해 재배되는 동안 이들 농작물들은 품종이 개량되기는커녕 번식력과 질이 떨어져 조잡한 작물로 전락했다.

 그러나 한박사의 헌신적인 연구로 이 작물은 꾸준히 개량되었고 이제는 나이지리아뿐만 아니라 주변국가에도 널리 보급되어 굶주림 퇴치에 큰몫을 해내고 있다. 요즈음 그의 연구팀은 바나나와 프란틴을 교배시켜 황열병에 견딜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중이다.

 그가 4년 전 배타적인 나이지리아에서 한 부족 추장으로 추대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한 박사는 “건강과 여건이 허락한다면 평생 이곳에서 봉사할 계획입니다”라고 자신의 미래를 선뜻 밝힌다. 청춘을 이국에서 다 바치고 이제 육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첫눈에도 보람찬 인생을 사는 사람의 건강한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한박사가 일하고 있는 열대농작물연구소에는 ‘옥수수 박사’로 널리 알려진 金順權 박사도 함께 일하고 있다.

 이근모 단장이 이끄는 농어촌진흥공사의 용역팀은 수리시설을 위한 관개 프로젝트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프리카에 체류하는 동안 한가지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은 성취욕이 떨어지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일에 대한 의욕을 불어넣는 일이다.

 한국인들이 이곳에서 겪는 고통으로는 우선 더위와 질병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어려움은 현지인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다. 이단장은 “일에 대한 태도와 책임감이 한국사람과는 너무도 차이가 납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려면 이들에게 일하려는 의지를 심어주는 제2의 프로젝트에도 성공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아프리카에서 상대적으로 입김이 강한 북한의 방해공작을 뚫어가며 2년 전 우여곡절 끝에 따낸 2천6백만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는 현재 착실히 진행중이다. 연일 현지 언론매체를 통해 찬사를 받고 가나 정부로부터 1차 프로젝트에 호의적인 반응을 얻은 뒤 2차 용역사업을 따내 지난 6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바라는 작은 소망은 앞으로 가나의 농업이 발전했을 때 그 초석이 한국인들에 의해 놓여졌다고 기억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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