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과소비’… 국민 돈 물쓰듯
  • 김종환 사회부차장 ()
  • 승인 199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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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시안게임 · 전국체전 등에 4천억원 쏟아부어

지난 10월15일부터 7일간 청주에서 열린 제71회 전국체육대회에는 지난해보다 8백58명 이 늘어난 2만1천2백93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는 선수단 규모에 있어서 체전사상 두번째로, 확대지향 일변도를 달리는 체육행사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지표이다. 확대지향성에선 국제경기 참가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체전을 불과 8일 앞두고 폐막된 북경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우리 선수단은 모두 7백명. 서울에서 열린 86아시안게임의 6백38명, 88올림픽의 6백45명을 웃도는 규모였다.

 선수단의 팽창은 곧 행사 개최비와 참가비 부담의 증가를 뜻한다. 충북에서 처음 열린 이번 체전을 위해 도 당국은 22개 기존 경기장 보수와 9개 경기장 신축에 2백53억원, 도시기반시설에 1백65억원, 조경 및 환경정비에 24억원, 대회운영비에 71억원 등 모두 5백13억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경 아시안게임 선수단 파견 비용은 당초 임원 1백17명과 선수 4백86명 등 모두 6백3명을 파견한다는 것을 전제로 9억4천4백만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었으나 대회조직위에 최종 통보된 명단은 7백명이었다. 8월말까지만 해도 6백95명으로 정해졌던 선수단 숫자가 마지막 순간에 또 늘어난 것을 놓고 체육계 일각에선 끝자리를 맞추기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늘렸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었다.

 

체전 경기장 보수 · 신축비용만 2백53억원

 이에 대해 체육부의 한 관계자는 “미수교국에서 북한 선수 · 응원단과의 접촉도 있고 해서 안전요원 등의 파견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선수단 증가로 늘어난 2억여원의 비용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북경행 직항로를 개설한 항공사 측에서 운임을 할인해주었기 때문에 예산초과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회기간중 열린 예술축전에 서울시립무용단 등 62명을 파견하는 데는 2억여원이 들었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밝혔다.

 체육부 당국자가 밝힌 올해 체육부문 예산총액은 체육부 예산 4백38억원, 국민체육진흥기금 4백99억원, 서울시 등 시 · 도 생활체육예산을 포함한 지방예산 1천8백억원, 44개 경기단체 및 시 · 도 체육회 자체예산으로 구성된 민간단체 예산 2백52억원 등 모두 2천9백89억원으로 3천억원에 가깝다. 북경아시안게임을 지원하기 위해 재계에서 광고 협찬, 우수선수 격려금 등으로 지출한 돈(1천억원 추산)까지 합하면 올해 우리나라가 체육부문에 쏟은 돈은 모두 4천억원에 달한다.

 올해 정부 총예산 22조6천8백94억원의 0.2%를 차지하는 체육부 자체 예산 4백38억7천만원의 용도를 보면, 생활체육 진흥 2백14억9천7백만원, 우수선수 양성 1백10억3백만원, 국제체육 31억6천2백만원, 청소년 육성 48억9천7백만원, 기관운영 33억1천1백만원  등이다. 우수선수 양성에 포함된 대표선수 강화훈련비는 모두 37억5천만원으로 책정되어 9월말까지 급식비 13억5천만원, 코치수당 등 14억5천만원, 전지훈련비 5억7천만원, 외국인코치 초청비 1억여원 등이 지출되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은 민간기금으로 조성되며 정부 투자예산의 보완기능을 한다. 88서울올림픽 이전에 3백억원 규모까지 조성되었던 기금은 올림픽 잉여금을 토대로 89년까지3천7백64억원이 조성되어 이 가운데서 4백99억원이 올해 지출될 것이다. 그 용도는 근린생활체육시설 설치와 청소년육성기금 지원 등 체육 및 청소년지원사업에 1백15억원, 올림픽기념 사업과 체육인 복지사업 및 비행선 사업 등 공단 자체운영사업으로 1백89억원이 쓰이고 나머지 2백5억원은 일반경상비로 나간다. 체육연금 수혜자는 지난 8월말 현재 모두 2백53명으로 올해 들어 5억8천3백75만원이 지급되었으며 북경아시안게임 입상자들의 연금이 지급되면 10억원을 돌파하게 된다.

 올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체육부문에 투자하는 예산은 체육시설비와 선수훈련비 및 시 ·도 체육회 운영비 등 3백69억원과 서울특별시와 시 · 도의 사회체육에산 1천4백36억원 등 모두 1천8백억원에 이른다.

 44개 경기단체가 집행하고 있는 올해 예산액 2백52억원은 대부분 재벌기업 대표인 회장들이 내는 찬조금 1백35억7천만원과 국고보조 67억1천2백만원에 의존, 자체수입은 50억원이 채 안되는 실정이다. 비록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지는 않았다고 해도 기업인의 돈이 나갔다면 크게 볼 때 나라돈이 나간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체육부문에 대한 재정투자의 철저한 점검과 행사규모의 절제 및 방식의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전국체전 경기장 보수와 신축에 든 2백53억원이면 국민학교 교실 1천54개를 지을 수 있어 지난 4월 현재 8천10개에 달한 전국의 2부제수업 학급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규모라는 사실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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