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파스 박사 인터뷰
  • 워싱턴 · 이석열 특파원 ()
  • 승인 1990.12.0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의 역사는 진화의 역사”

인류의 기원을 캐내는 일은 흔히 어린이의 조각그림 맞추기와 비교된다. 스미소니언학회의 국립自然史박물관 부관장 리처드 파스 박사(37)는 하버드 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한 뒤 지난 10년 동안 동아프리키를 뒤지며 그림조각을 찾아맞추는 일을 해왔다. 스미소니언학회 인류기원연구반장이기도 한 파스 박사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 인간의 조상을 찾는 일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적어도 4, 5백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이 작업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증거가 거의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전혀 불확실한 것도 아닙니다. 4백만년전 것으로 보이는 원숭이 반 사람 반의 두 발로 걷는 동물뼈가 화석으로 약간 남아 있습니다. 약 1백만년 에서 3백만년 전 것으로 보이는 화석은 충분히 발견돼 원시인의 모습을 알아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50만년 전에서 1백만년 전의 진화과정을 알아내는 데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으니까요. 왜 이런 공백이 생기는가 하는 진화과정상의 여러 가지 의문은 풀기가 어렵습니다. 요즘 학자들은 그런 숙제를 푸는 데 생태학상의 여러 조건을 원용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그런 연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습니까?

유전인자는 화석화되지 않기 때문에 생물학자들은 원숭이나 현대인의 유전인자를 통해 다른 점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화석을 연구하는 사람은 해부학적 관점에서 사람을 구별합니다. 영장류만이 갖는 골격상의 특징, 즉 두 발로 서서 걷는다든가, 몸에 비해 머리가 비교적 크다든가 하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고고학자들은 원시인의 행태를 추적하고 그들이 남겨놓은 물건이나 그림, 주거지를 만드는 기술 등을 살펴 사람이란 무엇이냐를 따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누가 인간의 조상이 언제 나타났느냐고 묻는다면, 두 다리로 서서 걷는 동물이 나온 때를 묻는 것이냐고 되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말한다면 내 대답은 약 4백만년 전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너무 막연하니 언제부터 인류의 조상이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느냐고 또 묻는다면, 나는 2백만년 내지 2백50만년 전쯤의 일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즉 인간의 기원은 긴 과정이지 갑작스런 탄생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 무엇이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봅니까?

그 과정은 매우 길었습니다. 즉 사람에 대한 정의는 모든 진화의 역사를 합친 것입니다. 사람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아내는 일은 수백만년 동안 일어난 일을 한 조각 한 조각 찾아 하나로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이란 오랜 세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견뎌온 역사의 산물입니다. 그런가 하면 그 긴 역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세월 동안 모든 인간이 다양하게 나뉘어졌는데, 이 대목이 매우 중요합니다. 생김새도 서로 다르고, 문화와 생활습관도 서로 다른 상태로 변했습니다. 인간은 극히 짧은 다양화 시대에 비해 엄청나게 긴 역사를 한 테두리 안에서 한 덩어리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