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모든게 대통령 책임
  • 워싱턴·이석열 특파원 ()
  • 승인 199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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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정부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고 각료들은 다만 충실한 보좌관이요 비서일 뿐이다. 따라서 민심 수습용으로 장관을 갈아치우는 일은 거의 없다. 또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3천명의 자리가 바뀌는 것이 미국이다. 각료로부터 대사, 그리고 연방정부 각종 고급공무원들이 새 대통령 취임 직후에 다시 임명된다.

미국 사회에서는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위 관리로 임명하려 해도 당사자가 수입이 떨어지고 가족 돌볼 시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일이 흔하다. 일단 장관직을 맡으면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일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단 잘못이 생기면 반드시 형사적인 책임을 지고 법에 따라 벌을 받는다는 일반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퇴임한 후에도 재임중의 잘못이 들어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7년 동안 주택 및 도시개발부 장관을 지낸 사뮤엘 피얼스는 지금 재직중의 의혹사건으로 의회 특별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장관의 임기는 대개 2~3년이다. 지난 2백년 동안 94대에 이르는 국무부 장관자리는 케네디와 존슨 두 행정부를 거친 딘 러스크가 만 8년이란 가장 긴 재임기간의 기록을 세웠다.

미국도 간혹 정권에 위기가 닥치는 경우가 있다. ‘리처드’황제로 불린 닉슨 전대통령의 경우, 반대당의 선거대책본부에 도청장치를 했다가 들통이 나는 바람에 사임했다. 그런가 하면 국정을 자세히 살피기를 피하면서 측근과 각료들에게 만사를 떠맡기는 이른바 ‘왕초’형의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은 그의 참모들이 비밀리에 이란에 무기를 팔고 남은 돈을 니카라과 반정부군에게 준 사건으로 하마터면 닉슨 같은 신세가 된 뻔했다.

정국이 불안정해지는 가장 큰 원인은 행정부의 권력남용과 사태수습에 대한 무능력 때문에 국민의 불신이 생기는 데 있다.

페르시아만 사태로 막대한 병력을 동원, 일전불사를 선언한 조지 부시 대통령은 무력대결을 지지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낮아져 최근 고민중이다. 대통령 지지도가 정부의 신뢰도로 평가되는 미국의 제도하에서는 내각이 불안정하다든가 강력하다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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