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당 잔치 예상되는 통독 첫총선
  • 본 · 김호균 통신원 ()
  • 승인 199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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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총리 인기 업고 지지율 상승 공산당 후신 민사당 고전할 듯

독일은 국가적 통일을 이룬 지 두달만인 12월2일 최초의 총선거를 실시한다. 총선일이 다가옴에 따라 모든 정당들은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통일 후 보수화된 사회적 분위기가 선거 결과에 그대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 당에 대한 예상 지지율은 여론조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집권 기민당이 거의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만은 공통적이다. 87년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계속 지지율이 떨어져 의기소침했던 기민당은 작년 하반기부터 인기를 만회하기 시작, 금년 11월에는 42~45%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기민당의 지지율 상승에 통일이 결정적 작용을 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콜 총리의 개인적 인기는 〈슈피겔〉지가 최근호에서 ‘행복한 거인’으로 표현할 정도로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기민당에 대한 지지 동향과 정반대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 제1야당인 사민당에 대한 지지율이다. 87년 총선 이래 꾸준히 상승, 한때 기민당을 앞지르기도 했으나 작년 하반기 이래 계속 하락세를 보여 금년 11월에는 34~36%라는 전후 최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12월의 당대회를 거치면서 총리후보로 확정된 라퐁텐은 원고없이 메모만 가지고도 장시간 연설할 수 있는 웅변가일 뿐만 아니라 여러 권의 저서를 펴낸 비전있는 정치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통일과정 속에서 달아오르기 시작한 민족주의적 열기에 맞서서 “민족국가는 19세기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고집스럽게 내세운 것이 그의 인기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최근에는 독일 ‘민족감정’에 거스르는 발언은 삼가는 모습이 뚜렷하지만 54%의 지지를 받는 콜 총리에 비해 38%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고 있고 그 차이는 더 커지는 추세다.

9% 내외의 지지를 얻어 제3당의 자리를 굳힐 것이 확실해보이는 자민당의 인기 상승도 콜 총리에 못지 않게 통일에 공헌이 큰 겐셔 외무장관의 개인적 인기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88년과 89년의 주의회 선거에서 계속 참패하면서 한때 독일 정치무대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히기도 했었으나 작년 하반기 이래 인기를 꾸준히 회복해왔다.

 

녹색당은 좌우파 분열로 ‘흔들’

녹색당은  87년에 획득한 8.3%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 동독에서 ‘평화적 혁명’에 앞장섰던 재야세력과 연합했으나 녹색당의 고유한 쟁점이었던 반핵 환경보호 등을 다른 정당들이 대체로 수용했을 뿐 아니라, 민사당과의 관계를 놓고 당내 좌우파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서 일부 좌파가 민사당으로 넘어감에 따라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가장 고전하고 있는 당은 민사당이다. 공산당의 후신이라는 이유로 구 서독의 모든 기존 정당들로부터 따돌림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은 예상된 것이었지만 기지 당수의 참신한 이미지 덕분에 지지기반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11월초 1억5백만마르크를 소련으로 빼돌리려던 제정담당 간부의 비행이 폭로되면서 민사당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받았다.

금년에 연방정부가 주로 통일비용 때문에 세차례의 추가예산을 책정했고 내년도 재정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인 2천억마르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면서 통일비용 문제는 가장 치열한 선거쟁점이 되고 있다.

사민당은 구 동독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국방비 감축과 세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고소득층에 대해 ‘특별공과금’을 부과할 것을 계속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기민당은 세금인상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구 동독 경제건설에 필수적인 투자를 저해할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가재정으로 통일비용을 충당하자고 고집했다. 그러다가 선거를 2주 앞두고 콜 총리는 여전히 세금인상을 거부하면서도 “다음 회기에는 환경보호를 위한 공과금 부과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세금인상이든 공과금 부과든 국민에게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에 라퐁텐 사민당 총리후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제야 콜 총리가 사실을 실토한다”고 맞받으면서 “기민당이 통일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엉뚱한 구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에 콜 총리는 외국에서는 국내정치문제에 관한 언급을 피하는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유럽안보협력회의가 한창인 파리에서 자신의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애썼지만 유권자들의 심리에 작으나마 동요를 일으킨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콜 총리의 그같은 발언이 대세에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슈피겔〉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실업, 환경보호, 주택난, 연금, 마약문제, 동독 경제건설, 사회정의 실현, 물가안정 등 11개 정책분야에서 사민당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한 분야에서만 기민당보다 더 큰 해결능력을 인정받고 있을 뿐 나머지 분야에서는 기민당에 뒤지고 있다. 사민당 지지자들도 이미 3분의 2는 현 연립 정부가 승리할 것으로 믿고 있고 슈미트 전 총리마저 한 네덜란드 신문과의 회견에서 “라퐁텐이 이번 선거에서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발언했다가 당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유권자의 67%는 기민당의 단독집권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가지 복병이 있다면 바로 이 확실한 승리 가능성 때문에 기민당 유권자가 대거 기권하는 경우인데 이 때문에 기민당은 한표라도 소중히 관리하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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