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앞둔 증권산업 ‘흔들’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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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외국증권사들 대거 물려와 … 국내업계 경쟁력 없어

외국증권사들이 우리나라에 지점이나 합작법인을 설립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자본자유화 일정에 따라 내년부터 외국증권사의 국내지점이나 합작법인 설립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외국증권사 사무소는 81년 노무라증권을 시작으로 일본 · 홍콩 · 미국 · 영국 등에서 24개사가 진출해 있다. 이런 사무소는 그동안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투자를 알선하거나 국내기업체의 해외금융을 중계히주는 일로 소일하면서 주식과 채권의 위탁중계 · 인수 · 자기매매 업무라는 증권사 본래의 영업과 외국인 직접투자가 허용되기를 손꼽아 기다려 왔다. 새로이 국내진출 의사를 가지고 정부의 조치를 주시하고 있는 증권사는 미국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일본의 산요증권 등 7~8개 업체이다.

외국증권사들의 준비작업은 두가지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 하나는 당국으로부터 지점이나 합작법인 설립인가를 받아내기 위한 ‘소리없는 작업’이고 나머지 하나는 영업할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일본계와 미국계의 대형증권사들은 지점 설치가 허용될 것에 대비해 기존 사무실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건물을 임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사무소 중 최대규모인 노무라증권(서울 중구 롯데빌딩)의 金兌益 부소장(34)은 “지점설립이 허용만 되면 어떤 종류의 영업이라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 뒤 “현재 1백20평 정도 되는 사무실 공간을 2배로 늘릴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다이와증권사는 이미 사무실을 확장했다. 유럽계 증권사나 새로 진출하려는 외국증권사들은 지점 설립보다는 국내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을 모색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외국증권사의 영업이 전면 허용된다면 국내증권사는 그들과 경쟁을 할 수 없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백여년 이상의 경쟁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와 막대한 자금동원력이 외국증권사의 무기이다. 이 두가지가 인수부문과 자기매매분야에서 영업의 요체가 되므로 경쟁력은 더욱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내업계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위탁중계 업무부터 허용하되 증권거래소의 회원권 개방을 유보하자는 주장을 하는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또 국내업계는 개방 초기에 일본의 증권 발행회사가 자국 증권회사에만 인수 업무를 맡겼던 점을 예로 들면서 국내 발행회사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증권업계가 자본시장 개방에 대비해서 착실하게 준비를 해왔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쌍용경제연구소의 盧承一 수석연구원(34)은 “그동안 ‘증권산업 개방=주가상승’이라는 식으로 잔뜩 기대만 해온 것도 어느정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본자유화 계획이 공표된 80년대 초반 이래 지금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준비래야 세미나를 몇 번 열고 몇몇 증권사가 국제부 인력을 해외연수 보낸 정도에 불과하다.

증권산업 개방의 주무부서인 재무부도 준비에 만전을 기해온 것 같지 않다. 증권정책실의 한 관계자는 “외국증권사의 지점이나 현지법인 설립은 ‘상호주의’ 원칙 아래 허가해야 한다는 기본방침만 서있을 뿐 신청자격이라든가 허용기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방향이 잡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점이나 현지법인 허가를 둘러싸고 적잖은 잡음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형 외국증권사들의 ‘상륙’을 맞는 증권산업의 진로가 평탄치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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