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규제 완화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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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20여년간 엄격히 고수해온 개발제한지역(그린벨트)규제에 대한 족쇄를 풀었다. 환경보호론자와 학자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정부의 조처를 크게 환영하고 있어서 그림벨트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찬성

 김정길 1933년생. 71년 육군소령으로 예편. 전국그린벨트거주 주민 회장

●왜 그린벨트규제 완화에 찬성하는가.

그린벨트는 설정될 당시부터 해당지역 주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나 배려없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져왔을 뿐만 아니라 20여년 동안 융통성없이 강행됨으로써 주민들이 많은 고통을 겪어왔다. 민주화가 되고 지방자치제 실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마당에 20년 전의 군사독재정권아래서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불합리한 조처를 성역시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린벨트는 흔히 ‘한국의 허파’라고 불릴 만큼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막고 환경을 유지하는 데 공헌해왔다 규제를 완화하면 그린벨트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지 않은가.

그린벨트가 환경을 보존하는 데 공헌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환경보존을 위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불편을 겪는 등 값비싼 대가를 치러왔다는 사실이다. 그린벨트 지역에서 주택의 증 · 개축이 철저히 규제되어 어떤 지역은 화장실을 갖춘 가구가 전체의 32%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환경문제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환경보존을 위해서는 일본의 경우처럼 녹지보존법을 활용하거나 환경오염기준을 강화하는 등 다른 방안이 있다고 본다.

●완화조처의 골자를 살펴보면 공공건축물의 혀용 등 그 내용이 民願보다는 官願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

사실 이번 완화조처는 내용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민원해소를 빙자해서 관원을 해소하려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그러나 완화조처 그 자체가 불합리하게 이루어졌으므로 기존의 무계획적으로 지정된 그린벨트 지역을 재조정하는 등 완화에 따른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공공시설의 신축을 허용하는 바람에 결국 그린벨트를 완전해제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는가.

공공시설 신축에는 별 문제점이 없을 것으로 본다. 그린벨트 안의 잡용지나 공터를 공공건물 부지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은가. 문제는 ‘비그린’을 ‘그린’으로 묶어둔 데 있다. 그린벨트 안이라도 주거지역에 공공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당연하다.

김정길 “환경을 위해선 다른 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

●그린벨트규제 완화조처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개발이익을 노린 기업이나 부동산업자의 땅투기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가.

전국토의 5.5%에 이르는 광범위한 땅이 그린벨트에 묶여 제값을 받지 못했다. 땅값이 이상폭등하는 것은 막아야겠지만 제값을 못받는 경우도 시정돼야 하리라고 본다. 투기는 기존의 토지공개념 관계법을 활용하면 되지 않는가.

●기업이 말하는 사원주택 건설은 수익사업을 벌이기 위한 명목에 불과한 것 아닌가.

도시의 주택난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주택난을 해소하는 데 그린벨트의 규제완화가 도움을 줄 것이며 도시의 인구분산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기업이 사원주택을 빙자하여 다른 수익사업을 벌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는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그린벨트내 여가 · 휴식시설 설치 허용은 오용될 소지가 있다 특히 대다수 시민에게 휴식처를 제공한다는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그린벨트가 골프장처럼 소수의 돈많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지 않겠는가.

여가 · 휴식시설의 설치는 바람직하다. 대도시에 시민휴식을 위한 공간이 얼마나 되는가. 대단위 상가나 공장의 설립을 규제하는 대신 그린벨트를 풀어 장기적으로는 전원도시를 건설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단 마구잡이 골프장 건설에는 반대한다.

●지금까지 그린벨트 관리의 감시 · 감독은 최고 통치자의 통치행위 차원에서 이루어져왔지만 이번 규제완화 조처를 통해서 감독권한이 도지사 군수 시장에게로 대폭 위임된다. 실질적으로 감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라는 지적이 있는데 … .

지방자치제의 실시를 앞두고 현재 정부 각 부처는 소관업무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거나 위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비추어볼 때 유독 그린벨트에 대해서만 건설부가 감독권한을 독점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획일적인 감독보다는 지역의 실정에 맞게 적절한 관리 · 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린벨트를 그대로 놔두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전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광대한 토지를 그린벨트로 묶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반대

 우실하 1961년 생.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 강원대 강사. ‘자연의 친구’ 교육문화분과위원장.

●왜 그린벨트규제 완화에 반대하는가.

그린벨트규제를 완화할 경우 환경이 파괴되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환경파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그 심각성은 이제 누구나 공감하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환경보호 문제는 아직 대중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나 지금부터라도 환경파괴에 대비하지 못하면 인류전체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것은 명백하다. 환경보존의 마지막 보루하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린벨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20년 동안 규제에 묶여 막대한 불이익과 불편을 겪었던 주민들을 위해 선 규제완화가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그린벨트 거주 주민을 희생하면서 환경문제 해결을 도모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린벨트 안에 거주하는 주민의 입장은 충분히 고려되어야만 한다. 이 문제는 이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린벨트의 녹지공간과 주거공간을 엄밀히 구분하여 민원발생에 따른 문제점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녹지공간에 대해서 만큼은 이를 훼손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배제돼야만 한다. 피해를 받은 주민의 문제는 충분한 ‘보상’ 차원에서 논의돼야지 그린벨트의 해제로 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린벨트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재산권에 대한 침해’라는 견해가 있는데 ….

확실한 법적 근거없이 재산권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안된다. 지금부터라도 그린벨트내 주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할 법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그린벨트는 묶어만 둔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토지난의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국토의 5.5%에 이르는 광대한 토지를 썩혀둘 수만은 없지 않은가.

개발을 우선시하는 사람들 논리에 따르면 그런 주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토지 혹은 자연자원에 대해서는 당장의 경제성 합리성 효율성보다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개발보다는 인간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더 중요하다.

우실하 “주민문제는 보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한때 토지난으로 운동장없는 학교가 검토되기도 했다. 땅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환경파괴와는 관련이 없는 공공시설의 건축 · 설치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은가.

공공시설 건축은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로 국한돼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공공건물 건축을 허용하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땅값이 싼 그린벨트 지역으로 기존 청사를 옮기면서 생기는 차익을 전용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은가. 공공건물의 부지난을 덜기 위해서는 기존건물을 증축하든가 각 부처의 건물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등 다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조처에는 여가 · 휴식시설의 허용이 포함되어 있다. 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시민에게 휴식처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가.

공해에 시달리는 시민에게 최적의 휴식처는 자연 그대로의 녹지공간이지 특별히 돈을 들인 체육시설이 아니다. 필요한 경우 산책로 정도는 가능하다. 더욱이 정부의 조처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마구잡이 골프장건설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그린벨트를 여가 · 휴식시설 이용으로 국한함으로써 땅투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

어불성설이다. 정부의 조처는 오히려 땅투기를 부추길 것이다. 정부의 완화방침이 발표되면서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 땅값이 오르고 있다는 신문보도도 있지 않은가. 정부는 국가가 직접 설치하거나 국민체육진흥관리공단이 설치 · 운영하는 체육시설로 그 범위를 제한한다고 하지만 실제의 운영은 이익을 노리는 기업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환경파괴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정규제를 통해 철저히 봉쇄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린벨트 안에서의 행위에 대해 정부가 강력히 단속하던 시대에도 호화 갈비집이나 별장이 들어서는 등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한편 이번 조처에서는 중앙정부의 감독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위임되었다. 이런 사정으로 미뤄볼 때 정부의 감독이 소홀해지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규제완화를 일률적으로 반대할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사정에 따라서 상대녹지지역을 설정하는 등 규제폭에 차등을 둘 수 있지 않은가.

어느 정도 고려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규제폭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사정’을 구분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설정하고 주민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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