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의 ‘뜬구름’ JP총리설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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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 공화 ‘완벽한’ 연합전선 구축 땐 가능… YS의 조기경선론은 ‘연합 깨기’

민자당 세 최고위원 사이에 다시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민자당 내분사태가 일단 봉합된 뒤 겉으로는 서로 화합분위기를 다져왔던 세 최고위원이 金泳三 대표의 조기경선론 제기와 金鍾必 최고위원의 총리입각설, 朴泰俊 최고위원의 포항제철 원대복귀설 등으로 다시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종필 박태준 두 최고위원의 향후 거취에 대한 소문은 민자당내 대권구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이라는 점에서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내용은 김위원이 내년초에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개각에서 총리로 임명된다는 것과 민정계 관리자인 박 최고위원이 다시 포항제철 일에만 전념, 정치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것이다.

박위원의 경우 포철회장 임기만료가 내년 2월로 다가왔고, 언제까지 최고위원직과 경영자의 직분을 겸할 수 없으므로 때가 되면 포철회장 자리를 내놓고 정치에 전력투구하든지 아니면 최고위원직에서 떠나 포철회장직에만 전념할 가능성이 많다는 데서 비롯된 주장이다. 또 박위원이 민정계의 관리자로 등장한 지 거의 일년이 됐지만 아직도 민정계내의 각 계파를 장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정치의 두터운 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내각제개헌마저 보류된 시점에서는 포철회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상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의 진원지가 민주계라는 점에서 그 ‘설’은 그다지 설득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민정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역으로 내년 2월이라는 시점은 박위원이 포철회장을 포기하고 대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회이다.

김위원의 총리입각설 배경은 세가지이다. 첫째는 민자당 내분사태 이후 김위원의 심기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태인 만큼 위로차원에서 총리직을 맡긴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내년초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민자당 임시전당대회와 관련이 있다. 민정계 일각에서는 내년 2월에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즉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총재를 경선에 의해 선출, 대통령후보로 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자당의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럴 경우 김위원이 총리직에 입각하는 시점에 맞춰 민정 · 공화계는 총재후보로 박위원이나 제3의 인물을 자연스럽게 추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화계의 한 핵심 의원도 “요즘 JP의 심경은 민정계가 내부정리를 통해 간판주자를 내세우기만 한다면 그가 누구이든간에 지원해줄 수 있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전한다. 최근 노대통령이 당적을 떠나는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 가설은 민정 · 공화계가 완벽하게 연합전선을 구축해야만 실현가능성이 있다.

 

민주계 ‘노 · 김회담’ 후 자신만만

세번째는 내각제 추진과 연관된 것으로 3당합당 당시부터 나온 이야기이다. 즉 민정 · 공화계가 민주계를 배제한 채 평민당과 내각제를 추진할 경우, 김위원에게 초대 총리를 맡긴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 가설 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두번째 내용이다. 3김 동반퇴진론을 주장, 정계은퇴까지 고려했던 김위원이 단순한 위로차원의 총리직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더욱이 그렇게 될 경우 김영삼 대표를 차기 대권후보로 인정하는 것이 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조기경선론이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하다. 김대표가 경선반대 입장에서 급선회, “차기 대통령선거에 나설 대권후보는 반드시 경선해야 하며 가까운 시일내 이를 확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최근 들어 김대표와 민주계 핵심의원들이 내비치고 있는 자신감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민주계 의원들의 자신감은 합당 이후 최고조에 달한 느낌마저 준다. 이들은 “노 · 김 단독회담에서 차기 대권과 관련된 약속이 있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민정계의 상당수 인사들이 친YS로 돌기 시작했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민주계 의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鄭順德 의원이 사무총장에 기용된 것을 기점으로 경남권 및 TK의 일부 의원들도 민주계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대표의 조기경선 주장은 민정 · 공화계가 내부조율을 마치기 전에 먼저 치고나감으로써 민정 · 공화계를 흔들어놓고 나아가서는 친YS 세력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전략에는 여권 인사들이 근본적으로 권력지향적 ‘해바라기성’이라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국정감사 및 예산국회로 인해 세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는 세 최고위원간의 ‘힘겨루기’는 신년 벽두부터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 김종필 · 박태준 두 최고위원의 침묵도 끝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김위원이 애써 자중, 매스컴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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