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잠 안잔다고 합격될까
  • 정도언 (서울의대교수 · 정신의학) ()
  • 승인 199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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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부족은 기억력 감퇴 불러… 각성제 복용은 금물

우리 모두 입시로 인해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직접 또는 간접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중3병’과 ‘고3병’은 우리나라 교육의 풍토병이다. 구미에서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는 우리만의 문제이다. 입학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입시생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남은 기간 동안의 입시 정신건강 전략을 살펴 보기로 한다.

첫째, 잠을 아껴 시간을 버는 방법은 금물이다. “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다면 떨어진다”는 ‘원칙’은 입시를 바로 앞둔 현시점에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위험한 전략이다. 잠을 지나치게 아끼면 수면박탈 상태가 된다. 그러면 대뇌기능이 저하되고 결국 새로운 지식의 습득은 물론 이미 알고 있는 것마저도 기억해내기가 어렵다. 밤잠을 제대로 못자고 낮까지 열심히 공부한다 해도 수면다원검사로 측정해보면 뇌파상으로는 깜박깜박 졸고 있는 것을 밝혀낼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깨어 있는 시간을 아껴쓰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자 유일한 시간 절약책이다.

둘째, 밤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잠을 쫓고 시간을 벌기 위해 각성제를 복용하는 입시생들이 있다. 이럴 경우 시험당일, 고사장이 아닌 정신과 병동에 와있는 자신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 각성제를 장기복용하면 정신이상 내지 정신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몇시간을 벌기 위해 몇달 또는 몇년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셋째, 규칙적 수면습관을 유지하자. 우리 뇌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생물학적 시계는 규칙적 수면습관에 의해 유지된다. 공부가 잘 된다고 밤을 새우고 잘 안된다고 드러누워버리는 식의 제멋대로의 수면 · 각성 주기는 불안의 상승작용을 일으켜 귀중한 시간을 불면증으로 시달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넷째, 이유없이 가슴이 뛰고, 머리가 아프고, 목덜미가 당기고, 소화가 잘 안되거나 잠들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불안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신체증상들이다. 불안이나 불면증을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간단한 이완요법을 소개한다. 우선 편안한 의자에 앉거나 자리에 누워서 가슴보다 배를 이용해 숨을 고르게 천천히 규칙적으로 들이마시고 내쉰다. 이를 계속하면서 팔과 다리 그리고 몸 전체가 점점 따뜻해지고 무거워진다는 느낌을 갖도록 한다. 동시에 마음속에 평화스러운 풍경, 예를 들어 조용하고 따뜻한 바닷가에 마음 편히 누워 있는 광경 등을 그려본다. 이 방법을 하루 3~4회 반복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나는 공부 때문에 짬을 내어 이완연습할 여유가 없다”고 주장할지 모르는 입시생들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미니’ 이완요령을 소개한다. 수업중 어께를 올리고 있는 등, 공부하는 데 필요하지 않은 신체부위를 경직시키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하나, 둘, 셋” 세면서 그 부위근육의 불필요한 힘을 빼는 것이 미니 이완의 요령이다. 여러번 할수록 자율신경 이완에 좋으므로, 책상 앞이나 시계 위에 쉽게 눈에 띄도록 조그맣게 빨간 색으로 표시를 해놓으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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