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열달 동안 숙의한 뒤 결정
  • 워싱턴ㆍ이석렬 특파원 ()
  • 승인 1990.12.2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예산 편성과 지출에 관한 한 미국의회는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미국헌법은 상ㆍ하원에 연방정부의 예산을 할당하는 막강한 권한을 주고 있고, 이 권한은 의회가 갖고 있는 다른 어떤 권한보다 으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돈주머니를 쥔 힘’(Power of the Purse)으로 불리는 의회의 연방정부 예산편성과 지출에 대한 심의ㆍ결정은 거의 열달동안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느긋하게 이루어진다. 그동안 상ㆍ하원에서 각각 13개 일반세출법안이 만들어지고 하원의 19개 위원회와 상원의 16개 위원회가 이를 승인한 뒤, 상ㆍ하원이 각각 전체토의를 거쳐 만든 최종안을 양원 합동위가 다시 단일안으로 종합, 따로 의결하는 복잡한 절차를 밟게 되어 있다. 그 연중 일정을 살펴보면 미국의회가 얼마나 까다롭게 예산을 다루는지 잘 알 수 있다. 마치 정부를 새로 만들어 살림을 차리듯 나라살림에 필요한 모든 일을 살핀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통해 방대한 예산안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이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10월1일부터 다음해 9월30일로 되어 있다. 미국 대통령은 해마다 정초에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을 짜서 의회로 보낸다. 이를 접수한 의회는 곧 상ㆍ하 두 예산위원회로 하여금 이 안을 놓고 청문회를 열고, 이와 때를 같이 하여 다른 위원회에서도 정부안에 대한 시의를 시작한다. 대체로 2월25일까지 예산위원회는 청문회 결과를 비롯한 다른 위원회의 심의내용을 받아 보고서(의회예산계획서)를 만든다.

  이때 의회내의 예산국(CBO)이 그간 독자적으로 조사 분석한 자료들을 추가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CBO는 백악관의 예산관리국(OMB)에 해당하는 의회내 독립기관으로 재정정책 분석, 예산의 효율적 집행, 경제동향 파악 등 광범한 조사연구 결과를 의회에 보고하고 있다.

  상ㆍ하원 예산위원회가 만든 의회예산계획서는 흔히 ‘예산결의안’으로 불리는데, 이 결의안에는 예산총액, 예산기능별 세출항목 설정, 이를 집행하기 위한 입법 또는 법개폐 등 조정사안을 담고 있다. 또 이 결의안에는 다음해 회계연도 예산뿐 아니라 연속 2년 뒤의 예산규모까지도 대강 밝혀져 있다.

  상ㆍ하원은 예산위원회가 낸 예산결의안을 심의, 상원은 상원대로 하원은 하원대로 따로 최종안을 확정한다. 양원이 확정한 안을 놓고 양원 합동위원회는 단일안을 협상한다. 4월15일까지 단일안이 나오도록 예산법은 날짜를 정하고 있다.

  해마다 하원은 6월30일까지는 세출법안을 통과시켜야 하고 상원은 새 회계연도 개시 직전까지 이를 통과시키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일정이 언제나 지켜지고 있지는 않다. 최근에 회기가 끝난 제 101차 의회가 다룬 91년도 예산만 하더라도 법정시일을 27일이나 어기고 겨우 뒤늦게 확정되었다. 10월1일 이전에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부시 대통령이 정부업무를 며칠씩 ‘휴업’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