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야당은 대안마련에 열심
  • 파리ㆍ진철수 유럽지국장 ()
  • 승인 1990.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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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전 프랑스 하원의장을 지낸 에드가 포르는 프랑스 의회의 예산심의를 가르켜 “노후한 절차에 따라 거행되는 의례적 행사”라고 개탄했다. 그후에도 개선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이곳 언론들의 평가이다.

  프랑스 의회의 예산안 처리 시간표는 엄격히 짜여 있다. 경제 재무 예산 장관이 작성한 예산은 10월초 정기의회가 열리자마자 총리 이름으로 제출된다. 처리시간은 70일로 명시되어 있으며, 세분하여 하원은 40일 안에, 다음 상원은 20일 안에 처리토록 되어 있고 나머지 열흘은 양원간의 이견조정기간으로 정해져 있다. 양원 주에서는 하원이 우세하여 조정이 안되면 정부는 하원의 뜻을 존중키로 되어 있다.

  1년에 의회가 열리는 일수가 총 1백70일로 제한되어 있는 마당에 예산심의 시간이 짧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뿐 아니라 의회가 열리기 한달 전쯤에 경제장관은 미리 재무위원회 의원들을 찾아가 경제정책의 방향을 설명함으로써 정치작업을 벌인다.

  그러나 시일 안에 의회가 예산을 처리못하면 정부는 헌법 47조에 따라 예산안의 내용을 그대로 집행하게 되어 있다. 정부자금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보장하자는 정신에 따른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더구나 편리하게 되어 있는 것은 헌법 49조이다. 하원에서 과반수 지지를 확보하기 힘든 때에는 정부는 현안에 대해 책임지고 계획을 수행해나가겠다고 선언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원에서 절대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사회당 정부의 로카르 총리도 금년에 49조를 부득이 발동할지 모른다.

  이럴 때 야측으로서는 불신임안으로 맞설 수도 있지만 승산없이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예산심의의 첫 단계인 위원회 작업에서 가장 활동이 큰 것은 재무위원회이다.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총체적으로 검토해 의견서를 작성하는 임무를 맡는 의원은 리폴뢰르 제네랄(종합보고 작성자)이라 부르며, 위원장 다음가는 중책으로 되어 있다. 또 각 부처를 담당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의원들이 여럿 있다. 이들은 정부에 얼마든지 조사자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현장조사도 하도록 되어 있다.

  각 위원회의 보고서가 몇주일 걸려 작성된 다음 하원에서는 전후 2백시간에 걸쳐 각당 의원들이 공개토론을 벌인다. 최근 농무부 예산에 관한 토론에서는 대거 60명의 하원의원들이 농무장관을 상대로 86개의 질문을 던졌다.

  정부가 의회쪽 의견을 참작하여 예산안에 수정을 가한다 하지만 수정의 내용이나 정도는 사소한 편이라는 것이 경험있는 언론인들의 평이다. 그러나 야당측의 비판이나 대안이 당장 수용은 안돼도 다음 선거를 향하여 국민에게 알려진다는 뜻을 중요시하는 것이 야당입장이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이러한 상황이므로 프랑스의 예산심의는 여야간의 견해대립은 겪지만 심각한 정치위기를 야기하지는 않고 넘어간다. 과연 이것을 민주적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를 따진다면 자신있게 대답이 안나오지만, 헌법대로 운용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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