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획득 첨병 ‘인투어리스트’
  • 모스크바 · 김 훈 편집위원 ()
  • 승인 200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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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화하는 러시아 최대 관광회사 … 한국인 유치 적극적


 

 독립국가연합의 관광산업은 소련연방의 붕괴 이후 모든 산업 분야 중에서 가장 신속히 자본주의화하고 있다. 여행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가 사라지고 연방해체 과정에서의 정치적 혼란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자, 이 방대한 나라의 사계절 자연풍광 · 문화유적지와 휴양지 · 온천장 · 겨울스포츠 타운 · 원시림, 그리고 로마노프 왕가가 남긴 풍부한 문화재 · 인종과 자연의 다양성 · 미술과 공연문화 유산등은 독립국가연합을 세계 관광시장의 중심부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지금 국가 사이의 외교적 문제로 러시아를 방문하기 어려운 국민은 이스라엘 국민과 대만 국민뿐이다. 러시아 관광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절대적으로 우월한 광광자원에도 불구하고 호텔이나 교통기관의 불편, 관광의 조직과 관리기술 미숙 등으로 지적돼왔다. 모스크바의 호텔 객실수는 3만개에 불과하다. 파리 13만개, 뉴욕 20만개와는 비교가 안된다. 이 부문에 미국의 자본과 경험이 급속도로 도입되고 있다.

 러시아 최대 관광회사인 인투어리스트는 국내에 79개 지점, 해외에 30여개 지사와 15개 합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조직의 외형으로 보면 이 회사는 세계 최대 여행알선 업체다.

옛 소련 시절엔 첩보업무 수행

 인투어리스트는 스탈린 치하인 지난 1929년 모든 연방이 공동출자한 합작회사 형식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여행사라기보다는 옛 소련 중앙정부기관인 국가여행위원회의 통제를 받는 정보조직의 일부였다. 전세계적인 여행알선 조직을 거느린 이 기관이 사실상 비밀결찰의 조정을 받으며 첩보업무를 수행해왔다는 추문은, 인투어리스트가 관광업체로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였다. 인투어리스트는 금년 초, 소련연방이 해체됨에 따라 정부조직과 결별하고 순수 민간업체로 전환했다. 인투어리스트의 한 고위간부는 추문을 어느 정도 시인했다. “과거 연방정부 시절 조직 일부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완전히 바뀌었다.”

 인투어리스트는 금년초 그동안 중앙정부가 직영하던 호텔 식당 교통기관 등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권리 등을 인수했다. 또 내부 조직관리도 중앙정부의 통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주식의 상당 부분을 종업원에게 배당하고 내부를 자본주의식으로 개혁한 후, 자본주의의 관광시장을 향해 뛰어든 것이다.

 연방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정치적 위기가 계속되던 지난 90년은 러시아 관광산업의 최대 위기였다. 관광객이 49%나 줄어든 것이다. 이 위기를 넘기면서 자본주의화된 인투어리스트는 러시아에서 달러를 획득하는 첨병이 되었다. 지난 1년 동안 옛 소련을 여행한 관광객은 독일인이 가장 많아 33만여명이었고, 그 다음이 미국인 18만5천여명, 스웨덴 사람 11만8천여명, 영국인 9만4천여명 순이다. 한국인은 2만여명이 여행했는데, 1만1천2백여명은 사업 또는 공무였고 4천5백여명이 관광업체의 알선을 받았다. 인투어리스트는 지난해 옛 소련 여행객 총 6백89만여명 중 22% 이상을 조직하고 알선했다. 인투어리스트가 자본주의적 경영방식과 경쟁방식을 갖춘 금년에는 점유율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투어리스트는 부족한 객실수를 늘리기 위해 명승고적지에 흩어져 있는 중세기의 수도원이나 귀족의 저택을 매입, 호텔로 개발해서 관광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 시베리아 탐험대 유치 · 코카서스 지방의 장수촌으로 노인환자 유치 · 사할린과 중앙아시아로 한국인 유치 등 다양한 알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소비재 상품이 별로 없는 러시아에서 인투어리스트는 달러를 현금으로 걷어들이는 유력한 업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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