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사=도둑놈은 오해다”
  • 박성준 기자 ()
  • 승인 200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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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폭리” 여론에 “10년간 불변한 告示價 현실화해야”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그들은 항상 사회 저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밝은 곳으로 나오려고 하면 으레 “재수없다” “집값 떨어진다”등의 이유로 따돌림받기 일쑤다. 사람의 생명이 유한한 이상 따돌림하는 쪽도 언젠가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운명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가까이 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시신을 수습하고 입관하는 따위의 일로 생계를 잇는 장의사들. 그들은 요즘 불만에 차 있다. “죽은 사람을 팔아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의 화살이 최근 들어 더욱 매섭게 날아들기 때문이다.

 장의사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내용은 장의물품값을 터무니없이 올려 받아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언론보도의 테두리를 넘어 국회로 비화했다. 다음은 지난 10월 말 국정감사 때 국회 보사위 소속 민주당 김병오 의원이 장관에 던진 질의 내용의 일부다.

 “장의물품 바가지 요금에 대해 몇가지만 예를 들겠습니다. 제세병원 영안실의 경우 원가 1만5천원에서 9만원 하는 관을 30만원에, 3만5천원에서 35만원이 원가인 수의를 60만원에 판매한 것에서부터, 양초 3개를 1만원에, 탈지면 세 봉지를 1만5천원에 판매하는 등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폭리를 취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바가지 요금이 거의 모든 병원 영안실에 대동소이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의원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특히 몇몇 장의업자들이 병원 영안실을 몇 개씩 임대해 원가의 3~20배 요금으로 바가지를 씌워 엄청난 부당이득을 취해온 사실이 김의원의 질의를 통해 지적되자 답변하려던 장관은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 김의원의 ‘장의물품 폭리’ 발언은 이날 감사의 끝 무렵인 자정께 터져나왔고, 당시 국감장은 검역체계의 허술함을 파헤친 ‘농약밀’ 파문이 최대 쟁점이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장관은 그럭저럭 국감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의 당사자인 장의사들은 그 뒤 한결같이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이소식을 접해야 했다. 장의사들은 “영안실 뒤에 장의재벌이 있다”는 말은 접어두더라도 적어도 “3~20배 폭리”라는 김의원 주장에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의원이 언급한 장의물품 ‘원가’란 지난 81년 고시된뒤 10년 동안 단 1%도 인상되지 않은 ‘고시가격’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장의사들이 받는 장의물품 대금과 염습비는 시장과 도지사가 고시한 최고 한도액 이상 못받게 돼 있다. 이같은 규정은 지난 80년 재정된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른 것이다. 관련 법조항은 “장의사 영업에 있어서 임대료 · 수수료 또는 물품 판매대금은 원칙적으로 시장과 도지사가 정하여 고시하는 품목의 최고 한도액 범위 내에서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의사가 판매할 수 있도록 정해진 장의물품은 관 · 수의 · 염습비를 포함한 34개 품목이다. 이들 품목의 가격을 합산한 장의물품 대금은 법 시행 당시 39만8천원. 규정대로 따른다면 약 40만원으로 장례를 마무리지을 수 있다.

 폭리 시비는 여기서 출발한다. 수요자들은 정부가 고시한 장례비가 40만원에 불과한데 어떻게 한번 장례를 치로 나면 5백만~6백만원씩 뭉칫돈이 녹아버리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장의사들은 “물가가 엄청나게 뛰고 소득수준이 향상된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전혀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제값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이 장례비용은 ‘입관할 때까지’ 장의사들이 공급하는 물품과 염습비만 해당하는 것이다. 서울 마포에서 18년째 장의업을 하는 안성옥씨(43 · 대성장의사)는 “더러 장례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는 불평이 나오는데 이는 사실을 곡해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입관 이후 장례절차, 즉 발인을 해서 장지까지 시신을 운구하거나 묘를 쓸 때의 비용은 마땅히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씨는 “사정이 이런데도 모든 매는 장의사에게 돌아온다”고 항변한다.

‘장례예식장’ 활성화가 해결책

 장의물품 가운데 특히 시비가 되는 부분은 장례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 · 수의 · 염습비 등이다. 장의물품 가격표에 따르면 두께 1치(3㎝) 무절관(엉이가 없는 고급품)은 10만원, 삼베 중품 평수의는 12만원, 염습비는 1건단 5만원 이상 받지 못하게 규정돼 있다. 그러나 관은 최소한 30만원, 염습비는 10만원 이상씩 받는 실정이다. 특히 안동포 · 순창포 · 강포(강릉에서 생산) 등으로 지은 고급 수의의 경우는 한 벌에 1백만원을 호가하는 것이 예사여서 폭리 의혹을 받는다. 서울 영등포 연흥장의사 이성수씨(39)는 “지난 10월 말경 한 수요자는 ‘서울 장의사들은 믿을 수 없다’ 며 지방의 농협직매장을 통해 수의는 물론 관을 제외한 장의물품 일체를 직접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면서 “요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폭리를 좌시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듯이 현재의 장의업 영업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말썽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의사들이 병원과 임대계약을 맺은 뒤 장의예식을 치르는 영업관행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영안실 임대와 관련, 임대해주는 병원이나 비싼 임대료를 물고 사용권을 얻은 장의사측 모두가 “시체의 안치를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영안실 사용에 관한 관계법령을 위반하고 있다. 현재 영안실 장례는 전체 장례건수의 8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영안실 장의사는 수요자에게 비싼 임대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

 장의업 문제를 바로잡는 방안으로 ‘장례예식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경기도 벽제에 장례예식장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도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이용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보건사회부 가정복지과 신옥균씨(47)는 “건전한 장례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장례예식장이 모든 장례 절차를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의사 건물마저 꺼림칙하게 여기는 국민의 의식도 전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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