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패는 채권투자자 손에
  • 남유철 기자 ()
  • 승인 200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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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의회는 지난 4년간 부시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내놓으면 통상 시비나 제동을 걸곤 했다. 부시에게는 야당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가 목에 걸린 가시였던 셈이다. 반면에 “레이저 광선처럼 경제문제에만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자기당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와는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금융가는 클린터노믹스(클린턴의 경제정책)의 실질적인 성공 여부가 오늘날 미국 경제정책에 ‘보이지 않는 거부권’을 행세하는 채권 투자자들의 동향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하루 24시간 전세계적으로 1천5백억달러가 전산망으로 거래되고 있는 세계 채권 시장의 동향은 오늘날 미국경제에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미국경제가 세계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채권 투자자들의 동향에 이렇게 매달리게 된 사연은 월스트리트의 채권 딜러(거래 중개자)들이 흔히“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부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적자 때문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현재 엄청난 규모의 빛더미 위에 앉아 있다. 이는 현재 4조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재정적자는 미국 정부가 부족한 세수에서 충당하지 못한 재원을 정부채를 발행해 조달해온 돈이다. 이러한 정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만 한 해 2천억 달러가 넘는다.

 미국 정부는 나라살림을 꾸려가기 위한 자금조달은 물론이고, 이미 비린 도의 이자를 갚지 위해서 계속 채권시장에 정부채를 내놓지 않으면 안되는 가혹한 현실에 놓여있다. 이런 판국에 미국 정부채를 채권 투자자들이 외면하거나 그 시장가격이 떨어지는 정책을 편다면 미국 정부로서는 자살행위를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채권값이 떨어지면 돈을 빌리는 비용이 그만큼 올라간다. 바꾸어 말하면 돈을 빌리는 값인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꺼져가는 촛불처럼 나약한 경기에 금리가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면 이는 기사회생을 위해 몸부림치는 미국경제의 마지막 숨통을 조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고정된 이자를 금리 변동과 관계없이 받아야 하는 채권 투자자들은 물가가 오름으로써 결국 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을 가장 싫어하고 또 두려워한다. 인플레이션 상승률만큼 미국 정부채도 그 값이 떨어진다. 다시 말하면 채권 투자자들은 미국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 같다고 판단할 때, 즉각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정부채를 팔거나 새로 구입하기를 꺼림으로써 결국 미국의 실세금리를 상승시켜 버릴 것이다.

 경제 활성화와 기업 성장을 내세우고 있는 클린터노믹스가 미국의 주식시장에서 환영받는 반몀 채권시장에서 경계의 눈초리를 받는 것은, 클린터노믹스가 강력한 인플레이션을 동반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채권 투자자들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클린턴을 최후의 순간까지 반대했던 미국의 최대 유력 경제일간지<월 스트리트 저널>은 “일반 유권자와는 달리 채권 딜러들은 매일 매시간 매초마다 새로이 투표 할 것”이라며 정부의 공공투자 확대를 골자로 하는 클리터노믹스의 ‘험난한 앞길’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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