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과 은유의 심각한 코미디
  • 이세용 (영화평론가) ()
  • 승인 2006.04.3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톤핑크

 
감독 : 조엘 코엔 & 에단 코엔

주연 : 존 터투로, 존 굿맨


앞선 실험정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재능으로 주목받는 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는 과장된 액션과 쉴새없이 쏟아지는 말의 잔치다. 또한 정상과 비정상, 풍부한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이 필름은 소리와 색채, 흑과 백의 모자이크다. 컬트적 요소가 충만한 이 작품은 코믹한 요소와 페이소스가 동시에 발생하므로 웃음과 눈물범벅의 코미디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사를 희곡으로 꾸며 대성공을 거둔 극작가 바톤 핑크는 할리우드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얼떨결에 승낙한다. ‘멍청한’ 이 남자가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몰라 사건이 벌어진다.

 핑크는 자신의 가방과 타자기를 들고 낡은 호텔에 투숙한다. 그러나 머리를 쥐어짜도 글은 타이프용지 한 장을 넘기지 못한다. 후덥지근한 호텔방, 옆방의 울음소리가 인연이 되어 핑크는 뚱보 찰리와 만난다. 선량한 인상의 찰리는 그러나 “사람들이 나를 뚱보라고 놀리며,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불쌍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기묘한 인물로 핑크과 비슷한 처지의 뜨내기, 정처없는 인생이다.

 1941년 태평양전쟁 무렵을 시대배경으로 삼은 <바톤 핑크>는 할리우드가 무대지만 감독은 호텔 안에 투숙한 인간군상과 두 사람이 직면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핑크와 찰리의 심리표현을 위해 동원된 빛과 소리, 영상 기술이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가령 원고지 앞에서 끙끙거릴 때 핑크 앞에 있는 하얀 종이는 작가인 핑크의 무력함과 속수무책을 나타내는데, 영화사 타이피스트의 빠른 타이프 소리는 성난 기관차 같다. 그때 핑크는 볼품없이 위축되어 초라하기 짝이 없다. 호텔 복도의 검붉은 혹은 노랗고 희미한 조명, 바톤 핑크와 오드리의 정사 때 세면대에 물 빠지는 검은 구멍으로 침입하는 카메라를 보면 이들의 영화적 센스는 천재적이라는 말에 값한다.

 한 장면의 의미는 물론, 다음 장면으로 연결되는 쇼트의 액션과 의미는 하나의 규범이 될 정도다. 이런 뜻에서 <바톤 핑크>는 컬트형식, 컬트장르에 머무르지 않는다. <바톤 핑크>는 훌륭한 영화다. 시간의 흐름과 습한 환경을 이기지 못해 자주 떨어지는 벽지와 그 밑의 더럽고 추한 벽면의 집요한 반복이 갖는 풍부한 암시만으로도 이들은 이미 영화작가다. 하지만 뚱보 찰리가 살인을 저지르는 동기와 그 결말 때문에 코엔 형제는 아직 위대한 천재는 아니다. 아울러 <바톤 핑크>를 두고 심리 스릴러라고 부르기를 나는 주저한다. 이 작품은 오히려 ‘뉴로틱 코미디’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단순한 구조지만 핑크가 떠벌이는 많은 대사만큼이나 관객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는 그 생각의 뇌관을 계속 두드리지만 ‘사고의 총알’이 떨어지는 곳은 밑도 끝도 없는 곳, 마지막 장면에서 보이듯 아무도 없는 바닷가다.

 답을 주는 것은 유치하다는 것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정처없이 떠도는 인생을 뜻하더라도 좀더 명쾌하게 보여주는 게 진정한 천재의 몫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