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節(음력설)과 元□節(정월 대보름)에 이르는 보름간은 중국인에게 가장 크고 중요한 명절이다. 이때가 되면 건축대며 장사며 직장이며 하교 등의 이롤 외지에 나가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귀향하므로 온마을이 떠들썩하다.
섣달 그믐이 되면 春聯이라 하여 새해의 기원을 붉은 종이에 써서 대문에 붙이고 대문과 곳간과 출입문의 추녀에는 색색의 종이를 가위로 오려서 붙인다. 여자들은 만두와 교자를 빚느라 바쁘고 노인은 손자를 어르고 아이들은 집안청소를 한다. 오후가 되면 교자와 고기, 술을 담은 광주리를 들고 들판에 나가서 거기에 묻혀있는(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조상에게 분향과 헌작을 하고 폭죽을 터뜨린 후에 조상의 영혼을 집으로 모셔온다. 저녁에는 모든가족, 즉 결혼하여 분가해 나간 형제들의 식구가 큰형 집에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하는 大圓飯을 먹는다.
除夕날은 잠을 자지 않고 뜬눈으로 보내고 초하루가 시작되면 일제히 폭죽을 터뜨린다. 마당 한복판에 간단한 제단을 만들고 그위에, 깨끗한 항아리에 햇좁쌀을 채우고 주둥이를 노란 종이로 덮고 집안의 최연장자가 향을 피우고 술을 바치면서 하늘과 땅에 풍년을 기원하는 □年祭를 드린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교자를 조상에게 바친다. 노랑바탕에 붉게 天, 祖, 佛이라고 쓴 종이 뭉치를 가득히 태운다. 완전히 타서 하늘로 다 날아가야 길조이다.
세수를 하건 안하건 상관없이 새옷을 입어 즐거운 아이들과 붉은색 옷에 털실로 짠 목도리를 한 젊은 여자들은 집안 어른들께 세배하고 곧장 마을을 돌아다니며 항렬, 나이에 따라 세배를 올린다. 절은 코토우(□頭)라 하여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조아려서 하는데 그것을 봉건노예 사상의 유습이라 하여 문화혁명 때 금지시켰다. 촌서기는 자기가 모범을 보인다고 전통적인 절을 자기 부친에게 하지 않았는데 그해 1년 내내 부친은 불만을 표시하였고 할 수 없이 서기는 그 다음해부터 다시 코토우를 해야만 했다고 하면서 웃는다.
초사흘 아침에는 조상의 영혼을 다시 음택으로 보내드리는 예를 올린다. 무덤자리에 향을 꽂고 노란 종이를 널어놓는다. 노자이며 저승에서 쓸 돈인 것이다. 이날 신랑 신부는 많은 선물을 들고 처가를 방문한다.
나흘때부터 元□節까지는 온갖 개별적 집단적인 여흥과 오락이 펼쳐진다. 노래 및 장기자랑 대회, 高曠隊라는 집단이 긴 장대를 다리로 삼아 가장행렬을 하고 早船과 包流놀이를 하는데 과장된 화장과 익살스런 행동이 재미있다. 서유기와 삼국지의 인물들, 군인, 경찰, 노인, 가슴이 산더미만하게 큰 아기엄마, 부패무능한 명나라 관리, 여포와 초선이 등이 인기이며, 또한 사자춤을 추고 龍燈行列도 나온다. 마을마다 이러한 隊가 조직되어서 인근마을을 방문해 공연을 하는데 방문받은 마을에서는 이들에게 돈을주어 사례한다. 동촌은 부촌으로서 명망이 있어서 많은 방문을 받는다. 이는 곧 동총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위치를 성취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村 기금으로 京劇團 공연과 불꽃놀이 성대히 벌여
동촌에서는 唱□도 하였다. 마을의 청년회에서 각본을 쓰고 남자들의 전통악기 반주에 맞추어 젊은 여자들이 옛날 노나라 시절의 곡조로 연기를 한다. 그런데 최근에 텔레비전을 통하여 전문 연예인들이 하는 것이 비쳐지면서 농민들은 자기들이 해왔던 것에 대한 열등감과 위축감을 느끼게 되었고 또한 집체에서 경비가 나오는 대신에 각자 돈을 내어야 하자 놀이는 그후 사라졌다.
올해에는 촌의 기금으로 집체적으로 소비를 하여 아주 장대한 놀이를 하였는데 인근 7개 마을의 高曠隊뿐만 아니라 도시지역에서 온 京劇團이 닷새 밤낮으로 공연을 했다. 元□節전날과 당일에는 세 마을에서 龍燈舞團이 와서 공연했으며 그날밤 불꽃놀이에만도 3만여元을 썼다. 元□節 당일 恒□縣 소재지인 □鎭의 시가지에서는 관할의 모든 마을들이 참가한 대규모 가장행렬이 있었는데 10만 인파가 오후 1시에서 6시까지 계속되는 악대와 가장행렬을 구경하였다.
이러한 집체적 명절놀이는 물론 단순한 농촌 생활에 리듬을 제공하고 단조로움에 어떤 재미를 맛보게 하는 놀이로서만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마을이나 기업체의 세력과 부를 경쟁적으로 과시하게 함으로써 경쟁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어쨌든 모두가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이
보름간의 명절은 농민에게 새해의 고된 삶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자극제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