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 1년내 조직 바꿔야
  • 정 현(연세대학교 교수 · 경영학) ()
  • 승인 200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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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한달 정도 남겨놓고 주요 정당들은 공약을 일제히 발표했다. 적어도 신문에 보도되는 내용만으로는 정단 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세 정당은 우리가 가진 자원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약속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까지도 비슷하다. 각 정당은 국민과 이익 단체에게 떡 하나씩 더 주겠다는 식의 나열식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새 대통령이 일하게 될 93~98년은 새로운 남북관계가 생겨날 수도 있으며, 또한 새롭게 전개되는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의 전략을 재정립하고 구조를 조정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 일본과 중국은 규모 면에서 세계 제2~3위의 경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가능성이 크며, 한국은 이들 사이에서 생존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또한 한 · 중 · 일을 주축으로 구성되는 동북아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비중이 크고 또한 성장률이 높은 지역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력신장을 소홀히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삶의 질을 끌어올려서 국민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21세기를 향한 국가 경영을 설계하는 데에는 우리가 선택해야 할 분야는 여럿이 있겠으나, 다음의 두가지가 가장 기본적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경제성장과 삶의 질의 조화이다. 최근에 와서는 경제성장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일과 바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갖는다. 소득이 높아져 승용차를 가진 사람은 많아졌으나, 교통체증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대부분의 대도시는 기능이 마비될 지경이다. 수질이나 공기 오염도 지역에 따라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우리와 비교가 될 만한 10개 국가와 견주어 볼 때 한국은 사회보장 수준, 주택보급률, 교통사고율 등 삶의 질 지표에서 여전히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 지출 GNP 대비 1.4%, 환경투자 0.7%

 현 단계에서는 경제성장률이 1~2% 더 되는 것보다 성장을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연결시키는 정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 91년 현재 사회복지 지출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수준, 환경투자는 0.7%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의 우리 경제 수준에서 매우 낮다. 물론 사회복지 지출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자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일본이나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 수준 정도로는 높여야 한다.

 1인당 소득이 선진국에 비해서 아직도 3분의 1 수준인 우리가 당분간 생산성을 높이고 소득을 높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성장은 이제 정부가 부추기지 않아도 개인이나 민간 기업의 이윤 동기에 의해서 충분히 추진될 수 있다. 정부는 교육을 통한 인력 양성과 사회간접자본 투자, 예측 가능한 거시경제정책 견지 등 기본적 여건만 조성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필요한 것은 정부 역할의 재정립이다. 정부재정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우리 정부 규모는 그리 큰 것이 아니다. 국영 기업체를 비롯해 정부가 지배하고 있는 기관의 규모, 민간 부문에 대한 정부의 개입 정도를 보면 우리나라 정부는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80년대 초부터 민간 주도를 계속 외쳐왔으나, 실제로 변한 것은 많지 않다.

 최근 수년간 유입된 외국인 투자가 아시아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저조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정부나 국가는 더 이상 독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간섭이 많고 비효율적인 정부는 외국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마저도 다른 나라에 빼앗기고 만다. 정부는 세금을 거두어가는 만큼 질 좋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과연 우리 정부가 국민에 대한 서비스의 질에 관심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경제부처는 여전히 60~70년대와 같이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방식에 향수를 강하게 느끼고 있는 관료들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국제환경이 요구하는 효율적인 정부가 되기 위해서 과연 정부 조직은 어떻게 바뀌어야 좋은가. 새 대통령은 집권 1년 이내에 정부 조직을 바꾸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정부 내의 기득권 세력 때문에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6공 초에 행정개혁위원회가 있었으나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음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불확실성은 북한의 운명이며, 그에 따른 한반도의 정세이다. 그러나 북한이 변하는 방향을 우리는 거의 통제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남북 통합을 항상 염두에 두고 남한의 내부 구조를 정비하는 일이다. 우리는 현시점에서 두가지의 큰 선택을 해야 한다. 이미 지적하였듯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복지와 환경에 자원을 배분하고 정부 기능을 축소 또는 재조정하는 일이다. 대통령후보들의 비전과 정책이 모호한 상황에서 국민은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를 하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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