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혁명’ 속도 붙었다
  • 북경 · 박유호 통신원 ()
  • 승인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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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이행…“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비롯한 선진국”


 

 대처 전 영국 수상은 최근 아시아지역을 순방하면서 "중국에서는 지금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으며 미국 굴지의 금융회사 메릴린치의 고위간부는 상하이에서 “월스트리트를 이곳으로 옮기고 싶다”고 했다. 혹여 오늘날 중국의 변화를 구태의연한 시각으로 대한다면 이는 시대착오가 될 것이다. 지난 10월 14全大 이후 공식화된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본래 중국인의 기질과 어울려 그들의 능력을 한껏 발취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해 나가는데 촉매 구실을 할 것이다. 

“시장경제 늦어져 부작용만”

 중국은 이제 시장보다 계획을 중시 하던 '사회주의 상품경제'틀을 벗어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시장 중심 사회로 이행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현대화정책은 70년대 말부터 시작된 10여 년간의 '상품경제' 과도기를 거쳐 시장 경제로 진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산파 노릇을 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조절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핵심기관은 국무원 發展硏 究中心이다. 

 중국정부의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연 구하는 이 연구소의 우징리옌 교수는 한국을 다녀간 바 있는 지한파 경제전문가로, 쉐무차오와 마홍으로 이어지는 중국경제개혁이론의 정통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중난하이(中南海) 접견실에서 한국 학자와 대담할 때 향후 중국 정부가 시장과 계획의 비중을 어떤 방식으로 조절해 나갈 것이냐는 물음에 “우리는 몇가지 기준을 정했다. 석유 ·석탄 · 철강 등 국가 기간산업, 만성적인 수요초과 품목 중 공급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분야, 주요 농산 물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장가격으로 자유화할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시장화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 부작용이 심화되는 데 있다. 경제발전을 위해 가격자유화는 매우 시급한 일이며 조속한 시장화를 통해 많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유화하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한 그의 주장은 이번 14全大에 유감없이 반영된 셈이다. 

 갓 대학을 나온 대부분의 젊은 지식인은 계획메커니즘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계획경제로 얻은 것이 무엇인가. 지금 중국과 한국의 경제수준은 판이하지만 40~50 년 전에는 똑같은 잿더미였다. 그런 계획체제에서 득을 본 사람들중 일부는 재빠른 변신으로 무역과 투자에 손을 대 지금 큰돈을 벌고 있고, 그렇지 못한 일부는 극소수 보수파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6 · 4 천안 문사태가 일어나던 해 북경대학을 졸업한 20대 회사원의 불만이다. 

 북경에 시장열기가 불기 시작한 것은 대체 로 지난해 여름부터이다. 시내 곳곳에 화려한 대형 백화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어김없이 에스컬레이터와 화려한 장식, 고급 외제 의류, 최고급 가전제품들로 꾸며졌다.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던 정부 통제가 풀리고 일부 유통업계에 구입 판매 · 영업과 대외무역에 대폭적인 자율권이 주어졌다. 15년 만에 곡류와 식용유 값을 올리고 하남성 정주에 대형 곡물시장을 연 것도 그 무렵이었다. 

중국공산당, 인민 지지 높아

 거리마다 개인 운영 상접이 부쩍 늘고 대부분의 택시는 청부제로 바뀌고 있다. 이제 개혁의 초점은 시장화로 옮겨가고 있다. 국영기업에서도 경쟁과 효율이 행동양식의 기준이다. 정부는 여러 사회보장제도를 개인 · 기업 · 지 방정부가 함께 연합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부담을 털고 있다. 주식시장과 선물시장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져 상하이는 21세기의 아시아 최대 금융시장을 노리고 있다. 

 북경대학교 경제학과 학생 루레이씨(22)는 중국 시장경제의 앞날에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국가의 압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소련 동유럽 체제의 와해로 중국이 얼마쯤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중국은 소련 · 동유럽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유럽 국가들은 소련 ·동유럽에 서처럼 중국에서도 공산당이 무너지기를 바라는데, 우리는 공산당이건 국민당이건 경제를 발전시켜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국공산당은 도시에서건 농촌에서건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현대화 이후 지금까지의 성과를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내몽고에서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50대 중 반의 조선족 권성배씨는 “시장메커니즘의 폐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지만 가난을 벗어나는 길이 그 길이라면 어려워도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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