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적립금 전용 말라 ”
  • 김당 기자 ()
  • 승인 199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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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2 : 보사부장관 및 의료보험연합회장에 대한 직권남용 고발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양영철씨가 검찰에 서상목 보사부장관과 윤성태 의료보험연합회장을 직권남용(타인의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의법 처리 ’해 달라고 고발한 것은 두 사람한테 사감이 있어서가 아니다.  두 사람이 국가가 관장하는 의료보험사업을 관리 · 운영 또는 지도 · 감독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보험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막대한 의료보험 적립금(3조4천억원)이 있는데도 컴퓨터 단층 촬영(CT), 자기공명 영상 진단(MRI) 같은 고가 장비에 대해 급여(보험 적용)의 확대나 본인 부담금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보사부는 최근 의료보험조합의 적립금 일부를 각출하여 약 5천억원의 의료발전 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을 병 · 의원 등 의료기관에 대출해 줄 수 있게 하는 ‘의료보험적립금 중 의료기관 자금 조성 · 관리 규정 ’(보사부 예규 676호)을 제정해 10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말하자면 병 · 의원의 신 · 개축비, 고가 장비 도입 등에 이 기금을 대출해 의료 혜택의 파이(떡판)를 키위겠다는 것이 정부가 적립금을 ‘전용 ’하는 취지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예규가  △결산잉여금을 전 3년 평균 보험 급여비의 100%까지 적립하고  △보험 급여 외에는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의료보험법 시행령(제46조 및 47조)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데 있다.  또 현재의 의보 적립금 수익률은 평균 13.5%에 이르고 있으나 보사부가 의료기관에 대출하려는 대출 금리는 8%로 예정돼 있어 평균 5.5% 포인트가 낮아 이를 5천억원에 이자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의료보험제도 전반을 관장하는 지위에서 각 조합이 적절히 잉여금을 관리하고 준비금을 적립하도록 감독할 의무가 있는 보사부장관이 오히려 위와 같은 예규를 제정해 법령상 아무런 의무가 없는 각 단위조합으로 하여금 조합이 보유한 적립금의 상당액을 의료보험연합회장이 정하는 금융기관에 예치토록 권한을 남용하여 강제함으로써, 각 조합의 고유 재산 처분 권한을 침해하고 그 행사를 방해하였다는 것이 고발인 양씨의 주장이다.

 검찰의 수사 진행에 따라 위헌 소송도 준비 중인 참여연대 측에 따르면, 이같은 불법적 행위가 근절되면, 즉 적립금이 전용되지 않으면, 지금 당장 중진국 수준에서 보장되는 임산부 산전 진찰은 물론 CT · MRI 등 여섯 가지의 보험 적용이 확보된다는 것이니 국민들로서도 결과를 기대해 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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