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식탁 위에 컴퓨터를 ”
  • 김상현 기자 ()
  • 승인 199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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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가정 ’위해 가족용 PC 개발 중 … 가사와 교육 등 담당



 12월7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이 3일 간의 한국 일정을 마치고 이본으로 떠났다.  그는 한국에서 정보 사회의 장밋빛 미래를 ‘전도 ’하고 자사 제품을 광고하는 데 전력했다.  전도한 내용은 소프트웨어의 진보와 컴퓨터를 이용한 효율적 커뮤니케이션이 우리 생활의 질을 변화시키고, 백 오피스 · 윈도즈 NT · 윈도즈 95 같은 자사 제품들이 그같은 변화를 주도하리라는 것이었다.

 그의 예측이나 주장은 지금까지 대부분 실현되었고, 그가 그 흐름을 이끌어 왔다.  국내 컴퓨터 · 소프트웨어 업계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의 책상에 컴퓨터를 올려놓는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전은, 모든 사람의 호주머니 · 자동차 · 지갑에 컴퓨터를 제공한다는 비전으로 확대 수정되어야 한다.” 그는 컴퓨터가 가전제품처럼 생화 필수품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예측은 국내에서 이미 실현되기 시작했다.  사무실의 ‘그룹웨어 ’와 가정의 ‘가족용 PC ’는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내세우는 백 오피스도 사무 자동화를 위한 그룹웨어의 일종이다.  윈도즈 NT나 내년에 선보일 윈도즈 95는 더욱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야심을 담고 있다.  두 운영 체제(OS)는 무엇보다 네트워크 기능과 사용자의 편의성을 강화했다.  이 두 가지는 컴퓨터 구매층을 확대하고, 사용 영역을 가정으로까지 넓히는 데 매우 긴요한 요소이다.  가계부 관리, 방범 및 방재, 가전제품 조작, 전자우편, 팩스, 음성사서함, 홈 뱅킹, 홈 쇼핑 같은 기능들을 수행하자면 중앙 통제용 컴퓨터와 각 단말기 간의 원활한 네트워크나 간편한 조작법 등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곧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중점 전략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 홈 ’의 목표이자,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장기 투자 영역으로 삼고 있는 ‘인텔리전트 홈 ’의 내용이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들은 사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그룹웨어를 마지막으로 퇴조하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가족용 PC는 한계에 다다른 기존 컴퓨터 시장이 찾아낸 거대한 미개척 시장인 셈이다.  따라서 95년은 이 새로운 시장을 놓고 국내외 컴퓨터 · 소프트웨어 업계 사이에 본격적인 쟁탈전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글과컴퓨터사 ’ 인텔리전트 홈 주도
 현재 수준으로도 집에 컴퓨터 · 모뎀 · 전화선만 있으면 전자우편 · 팩스 · 쇼핑 등을 할 수 있지만 인텔리전트 홈은 그 기능의 차원이 다르다.  주부의 중요한 가사는 물론 교육과 오락까지 담당할 ‘지능형 ’컴퓨터 수준이라야 하며, 쓰는 데 낯설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리만큼 조작하기 편리해야 한다.  어떤 제품이든 플러그를 꽂기만 하면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는 이른바 ‘플러그 앤드 플레이 ’ 기능이 그 한 예이다.  한국과학기술원을 비롯한 국내 관련 연구소들이 개발을 서두르는 음성인식 시스템 역시 맥락은 같다.

 국내에서 인텔리전트 홈 전략을 주도하는 업체는 한글과컴퓨터사이다.  이들은 워드프로세서 시장과 그룹웨어 시장의 한계를 일찍이 간파하고 그동안 새 시장을 모색해 왔다.  박순백 홍보이사는 앞으로 3년 동안 가계부나 건강 관리 소프트웨어, 학습용 소프트웨어처럼 가정에서 편리하게 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인텔리전트 홈의 내용을 구성하겠지만 이를 구동할 강력한 컴퓨터(하드웨어)와, 컴퓨터와 컴퓨터를 잇는 빠른 네트워크가 구성되지 않는 한 진정한 ‘꿈의 가정 ’은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연동되도록 가전제품을 설계 · 생산하는 것도 PC 가정화에 필수이지만 아직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가전업체는 없다.  박이사는 “국내 가전사들이 컴퓨터로 통제할 수 있는 가전제품을 내놓는다면 인텔리전트 홉은 예상보다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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