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일 패권 경쟁, 태평양이 뜨겁다
  • 강영오 (해양전략 연구가· 예비역 해군 준장) ()
  • 승인 1995.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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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모함대· 수상전투단 구축 등 전력 강화 ‘발진’… 한국 해군 현대화 시급

동북아 군사 정세의 특징은 미국 · 러시아 해군력의 대폭 축소와 중국· 일본의 상호 경쟁적 증강 현상으로 압축된다. 이런 현상은 물론 과거의 미· 소 냉전 대립 구조가 해소되면서 생긴 것이다. 이는 미· 소의 배타적 제해권 시대가 지나가고 동북아에서 새로운 중· 일의 경쟁적 제해권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주변 4강 해양전략 주시해야

따라서 한국 해군은 현실적 위협인 북한 해군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시야를 더 넓혀서, 통일 한국 시대에 대비하면서 미· 러· 중· 일 등 주변 4강의 해양 전략과 해군력 발전 방향을 예의 주시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대륙 전략에 중점을 두었던 중국은 최근 들어 항공모함(항모) 함대를 발전시키면서 해양 전략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중국이 해양 전략을 선택하게 된 첫번째 이유는 85년 소련과 화해해 소련에 의한 ‘전략적 포위’가 해제됨으로써 중· 소 접경 지대의 안전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해안 지대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민전쟁 방식의 내륙 종심 가치가 쓸모 없어졌기 때문이다. 바다에 나아가 ‘능동적 방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해군사령관을 지냈고 현재 군사위 부주석이며 정치국원인 劉華淸 제독의 핵심적 사상이기도 하다.

중국 해군은 90년대에 진입하면서 최신형 루후(LuHu)급 유도구축함(DDG· 표준 배수 4천5백t) 2척을 상해시의 지아오난 조선소에서 건조하였으며, 추가로 헬기를 탑재한 지앙웨이(Jiangwei)급 유도호위함(FFG) 3척을 건조했다. 그리고 중국 중앙군사위원회는 4만t급 항곡모함 2척을 내년부터 10년 계획으로 건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요미우리 신무>이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중국 해군은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항모 함대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항모와 잠수함을 빼놓고 비교해보면 일본 해군은 극동 해역에서 질적으로 중국 해군을 압도하고, 러시아 극동 함대와 대등한 수상 전투력을 발전시켜 왔다. 일본 해군은 외형상 수상 전투함 60여척과 재래식 잠수함 17척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질적으로는 미국 해군과 같이 세계 제1의 수상 전투단(SAG:Surface Action Group)을 구축했다.

90년에 들어서 이제까지의 수상 전투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최고 성능의 대공· 대유도탄 미사일 체계를 갖춘 9천4백85t급 이지스 체계 유도순양함(CG)을 건조하기도 했다. 따라서 일본 해군은 순양함· 구축함· 호위함으로 구성되는 수상 전투단, 즉 순양함대를 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해군과 비교해볼 때 이는 항모를 확보하려는 사전준비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 해군의 항모 함대는 이지스 체계 유도순양함 2척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일본이 유도순양함을 확보한 것은 중국으로 하여금 일본에 앞서 항모를 먼저 가져야 한다는 초조함을 갖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전략분석가 마쓰무라 쓰토무씨는 ‘일본의 해군 정책과 아시아 안보 인식’이라는 논문에서, 앞으로 최소한 2개 항모 함대를 확보하지 않고는 제한된 해역에서라도 제해 전략을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88년 쓰토무 가와라 막료부장은 중의원에서 일본이 방어용 경항모를 확보하려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마스무라 쓰토무는 또 만일에 일본 해군이 항모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미국과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이 일본을 비난할 것이라고 보았으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결정할 정치 지도자가 일본에 없다는 시실이라고 개탄했다.

한국의 <국방백서>와, <군사력 균형(Military Balance, 94~95)>, <세계함정연감(Jane's Fighting Ships, 94~95)>은 주변 4강의 해군력과 한국 해군력을 비교하는 데 좋은 자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자료들은 잠수함에 대해서는 비교적 정확히 판단하고 있으나(38쪽 아래 표 참조), 수상 전투함에 대해서는 전투함 유형 분류를 잘못하여 혼란을 일으키게 한다.

 

한국 해군력 강해져야 균형자 노릇 가능

미국 해군의 유도순양함· 유도구축함· 유도호위함을 기준으로 수상 전투함을 재분류하면, 왼쪽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 해군력이 가장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자료들은 한국 해군이 미국 해군으로부터 인수해 소유하고 있는 과거의 구축함 9척을 미국 해군의 최신형 유도호위함과 같이 취급했으나, 사실은 대공유도탄 및 대유도탄 점(點) 방어체계 등이 없기 때문에 너무 높게 평가한 것이며, 그나마 모두 곧 퇴역할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해군은 위협이 큰 해상 환경에서 생존성을 보장해 줄 만한 수상 전투함이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다.

표에 나타나듯이 한국 수상 전투함의 대부분은 호위함(FF)과 경비함(PC)으로서 대공유도탄· 함재 헬기· 대유도탄 점 방어체계 등을 갖추고 있지 않다. 현대 해전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해군은 국제적 전력이며 국제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양은 비록 뒤진다 해도 질은 세계 수준이 되어야 한다.

한국 해군이 21세기에 주변 4강 해군 중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유도구축함과 유도호위함을 하루빨리 갖춰야 하며, 적절한 시기에 항모도 확보해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를 침공하라 때마다 해륙 병공 전략을 구사하였고, 일본은 바다로 침공해 왔다. 한국은 수는 적더라도 강력한 해군력을 갖추어야만 중국· 일본의 동북아 제해권 경쟁에서 균형자 구실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姜榮五 (해양전략 연구가· 예비역 해군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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