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밝은 빛을 여의도에’가 옳다
  • 편집국 ()
  • 승인 1992.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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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반론

 본지 제117호 특집기사(“원전을 여의도로, 핵폐기장 청와대로”)와 관련,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반론 성격을 띤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 중 魯聖基 박사가 보내온 기고문을 싣는다. 노박사는 한국원자력연구소 부설 원자력환경관리센터 안전시험해석부장으로 재직중이다. <편집자주>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으로 줄임)의 경제성은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통계는 원전이 다른 대체에너지원보다 경제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발전원별 발전단가는 91년 기준으로 원전보다 석탄화력이 1.30배, 석유화력은 1.59배 비싸다. 90년도 미국 CEA (Council for Energy Awareness)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30년간의 가동 기준으로 미국의 평균 발전단가는 원전보다 석탄화력이 1.11배, 석유화력은 1.47배 비싸다. 또 <91년 일본원자력 핸드북>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에도 원전보다 석탄화력이 1.11배, 석유화력은 1.22배 비싸다. 위 모든 원자력 발전단가에는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과 원전 해체비용이 표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원전 건설 중지가 세계적 추세”라고 말할 만한 근거는 별로 많지 않다. 79년 드리마일 아일랜드(TMI)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미국의 원전은 64기였으나 지금은 1백13기가 가동중이다. 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전세계 원전은 3백51기였으나 현재는 4백 26기나 되며 건설중인 것까지 합치면 5백 17기나 된다. 인명 피해가 전무했던 TMI와 달리, 체르노빌에서는 뻐아픈 시련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현재 59기의 원전을 운전중이며 추가로 25기를 건설중이다.

 스웨덴 국회가 80년 국민투표에 따라 가동중인 원전 12기를 95년부터 2010년까지 모두 폐쇄키로 결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웨덴 국회는 91년 6월 원전 포기로 인한 대체에너지난, 지구 온난화와 오존층 파괴, 산성비 등의 이른바 ‘위험부담’을 고려해 사실상 종전의 결정을 철회하는 신국가에너지정책을 승인했다. 물론 원칙적으로 80년 결정은 아직 유효하지만, 95년부터 폐쇄한다는 결정은 파기된 것이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이 국민투표를 통해 더는 원전을 건설치 않기로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나라들은 그로 인해 부족한 전기를 인접국가인 프랑스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하나의 유럽’을 지향하는 그곳과는 달리 우리는 부족한 전기를 일본이나 중국에서 수입해 쓸 수가 없는 형편이다. 국가 동맥인 전력에너지를 외국에서 수입해 쓰는 것은 국가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는 꼴이다.

 엄밀히 말해 “방사성폐기물이 끌어안고 자도 될 만큼 무해한 물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사성폐기물을 땅에다 마구 버리지 않는 한 그 영향력은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 “핵폐기물을 과학적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은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때에 나올 수 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만 해당된다. 저준위방사성 폐기물 처리기술은 완벽하게 개발되어 지난 20~30년간 영국 미국 프랑스 등에서 그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녹두알만한 플루토늄 1g은 외부에 노출되면 수만명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맹독성을 지녔는데 청산가리 정도의 독성으로 순화되는 데 자그마치 1백만년이 걸린다고 한다”는 주장에는 그 상상력에 경외감마저 든다. 플루토늄은 고형의 ‘사용 후 핵연료’속에 단단히 갇혀 다시 지르칼로이라는 금속관 속에 완전히 밀봉돼 물속 깊이 보관된다. 미국 캐나다 등은 지난 40년 동안 물 속이나 용기에 사용 후 핵연료를 아무 탈없이 보관해 왔다. 그런데 어떻게 플루토늄이 새어나와 수만명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더욱이 플루토늄은 핵분열한 핵연료를 재처리할 때 얻을 수 있는 물질이다. 우리나라에는 재처리시설이 없으므로 우리나라의 원전, 방사성동위원소 이용기관 등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는 플루토늄이 들어있지 않다. 물론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소련 인도 중국 등에서는 핵연료 재처리시설에서 얻은 플루토늄을 연구 및 발전에 이용하고 있다.

 방사선이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을 잘 다루어 사용하면 더없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과학기술 또한 순기능과 역기능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동안 파생된 폐기물을 어떤 안전대책도 강구하지 않고 미봉으로 남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지금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설치를 반대하는 것은 후대에게 그 처분을 떠넘기는 것과 같다. “원전을 여의도로, 핵폐기장 청와대로”보다는 “더욱 밝은 빛을 여의도에”라는 표현이 현상을 깊이있게 보도하는 언론이 취할 태도이지 않을까.  

“원전 건설 중지가 세계적 추세”라고 말할 근거는 적다. 86년 체르노빌 사고 당시 전세계 원전은 3백51기였으나 현재는 4백26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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