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위상이 “이게 뭡니까”
  • 서명숙 기자 ()
  • 승인 199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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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출마한 金東吉씨

 ‘돈과 명분의 절묘한 결합’. 새한당을 이끌던 金東吉씨와 창당 초기부터 국민당을 이끌어온 鄭周永씨의 합가 선언을 언론은 이렇게 표현했다. 돈과 조직을 갖추었으되 정치적 대의명분이 취약한 한쪽과 조직과 돈이 취약한 다른 한쪽의 결합은 필연적이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그렇듯 ‘국민당의 간판스타’인 김최고위원이 마침내 지역구 선수로 뛰게 된다. 국민당은 지난 1일 당무회의를 열어 김최고위원의 서울 강남갑 출마문제를 논의한 끝에 출마를 확정, 발표했다.

 한때 전국구로 굳어지는 듯했던 그가 지역구로 출마하게 된 것은 이 지역(강남)의 유권자 성향, 여성표의 잠재력 등에 비추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당 관계자들의 설득 작업 때문이다. 국민당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약진할 수 있다는 조짐이 보인다. 강남갑 선거는 서울 바람의 진원이 될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김최고위원의 당내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대표는 당초 새한당측이 개별입당하는 대신 김씨에게 ‘공동대표’를 약속했다. 그러나 중앙당 창당대회를 목전에 두고 김씨의 위상은 돌연 최고위원으로 낙착됐다. 김최고위원은 이와 고나련, 창당대회 연설에서 “30분 전에야 최고위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조직책 선정의 핵심인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도 제외됐다. 그 결과 김최고위원을 좇아 국민당에 합류한 새한당 계열의 공천 신청자 40여명 가운데 공천자가 단 2명에 그치고 말았다. 김최고위원만 믿고 국민당에 합류한 낙천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중 새하당 사무처장을 지낸 李圭正 전 의원(울산 중구 신청)은 국민당 공천 경합에서 車和俊씨(전 경제기획원 차관보)에게 밀려나자 경남지역의 한 일간지에 국민당과 김최고위원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게재해 시선을 끌었다. 그 주된 내용은 “김동진박사는 지금이라도 굴욕적인 재벌당의 꼭두각시·얼굴마담에서 벗어나시라. …태평양시대위원회나 키우면서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후학들에게 더 이상의 실망을 주지 마시라. …당신께서 망가지는 건 누구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이와 관련, “김최고위원이 새한당 입당자 40면에 대한 공천을 정대표에게 요구하며 나를 최우선으로 지목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김최고위원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당이 새한당에서 입당한 식구들에게 당초 약속을 저버리고 냉대하는 것 같으니 돌아가 ‘이게 뭡니까’를 하셔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김최고위원은 “공천 과정에 대한 불만 운운 보도는 당에 대한 모략”이라고 일단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국민당 당무회의 석상에서 김최고위원은 새한당쪽 공천자 ㅊ씨의 ‘전력’을 문제삼고 나선 ㄱ최고위원과 한차례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당내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는 게 아니냐 하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당의 한 관계자는 “당 운용 문제에 관한 한 현실감각이 부족한 김최고위원이 다소 밀릴 수밖에 없다. 그의 역할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냐”고 말해 당내 위상의 축소를 우회적으로 암시했다.

 어쨌든 김최고위원의 지역구 출마는 ‘신 정치1번지’ 강남갑의 선거양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로서는 깃발론의 대중적 설득력을 구체적으로 검증당하는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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