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용 의원 피습사건 ‘미궁’ 가능성
  • 편집국 ()
  • 승인 199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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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8일 저녁 서울 한남동 순천향 병원 앞길에서 피습당한 이철용 의원(무소속·서울 도봉 을)은 사건이 발생한 지 2주가 지나도록 수사에 진전이 없자 매우 낙심한 표정이다. 더욱이 이의원은 이 피습 사건을 ‘자작극’일 수 있다고 보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그는 피해자인 동시에 피의자이기도 한 묘한 입장에 처하게 되고 만 것이다.

 일부 신문에서는 “번화가에 목격자가 없었다”고 했으나 이의원은 “피습 장고는 한산한 곳”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어떤 사람이 목격자가 있는데 범행을 하겠는가”고 반문한다. 실제로 로터리에서 순천향병원 앞길까지는 점포가 많은 번화가이지만 병원을 지나면 높은 담이 쳐진 주택가다. 이의원이 피습당한 곳은 상가가 끝나는 부분이다. 경찰도 “사건이 일어난 오후 7시경에는 목격자가 없을 정도로 인적이 뜸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한다.

 상처의 깊이가 2~3㎝밖에 안된 사실로 미루어 가해자가 처음부터 치명상을 입힐 의도가 없었는지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 이의원은 “3㎝라면 살이 없는 어깨나 척추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는 “어깨에 살이 없는 마른 사람이었다면 뼈를 다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건 발생후 30~40분 후에야 경찰에 신고됐다는 점에 대해 이의원은 “칼침을 맞고 약속 장소인 가을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경찰에 신고해 줄 것을 부탁했으나 당황한 종업원이 신고하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말한다. “자작극이 밝혀질 경우 나 자신의 정치 생명뿐 아니라 도덕성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 불을 보듯 훤한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는가” 자작극 가능성 보도는 터무니없는 모함이라는 것이다.

 이의원은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단정한다. 그는 “사건이 일어나면 우선 범인의 몽타주를 작성하는 것이 수사상 관례이다. 그러나 경찰은 몽타주 작성할 생각조차 않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이수호 용산경찰서장은 “앞으로 몽타주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김용무 형사과장은 “자작극 가능성을 포함해 여러가지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카페 주인 등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는 끝났다. 그러나 그밖의 목격자가 안 나타나면 수사 진전은 어렵다”고 말한다. 또 다른 증인이나 물증이 나타나지 않으면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사 관계자들의 태도로 보아 경찰은 이 사건수사에 그렇게 적극적인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이의원은 “범인 검거에 소홀하거나 수사방향을 다른 정당에 유리하도록 유도하는 작태를 계속한다면 전적으로 정부기관이 배후에 깊숙히 개입된 정치 테러라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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