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결혼’ 구설수
  • 김상익 차장대우 ()
  • 승인 199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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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회장 장남 혼례…‘후계구도’ 추측에 ‘시기상조’ 펄쩍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70)의 큰아들 신동주씨(38)의 지각결혼에 재계와 언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동주씨는 3월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예식장에서 식을 올린다. 결혼식은 롯데그룹 홍보실 고위 관계자조차 지난 24일까지 까맣게 모를 정도로 쉬쉬하며 준비되어오다 최근에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재벌 2세가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린다면 눈총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가의 친지들끼리 모여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조용히 치르려고 했는데 이미 결혼 소식이 알려져 낭패다. 많은 하객과 기자들이 몰려들어 본의 아니게 요란한 결혼식이 될까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주씨의 동생 신동빈씨(37)는 85년 6월 일본에서 전·현직 총리가 참석하는 성대한 결혼식을 치른 바 있다.

‘한국은 큰아들, 일본은 둘째가 후계자’說
 롯데그룹측은 이 결혼을 후계구도와 연결시키는 언론의 보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멀지않아 1세에서 2세로 기업의 소유권을 넘길 수밖에 없으므로 한국롯데는 큰아들에게, 일본롯데는 둘째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느냐 하는 추측 때문이다. 얼마 전 대폭적인 임원인사가 있었다는 점, 신격호 회장이 이미 70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는 점 등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이다. 그러나 롯데그룹측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서울에서 식을 올리는 것은 신부측의 희망에 따른 것이다. 대폭적인 임원인사가 단행된 것은 연세가 많은 임원들이 후배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물러났기 때문이다. 신격호 회장은 고령이긴 하지만 사업에 대한 의욕이 매우 커 후계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신동주씨는 일본 아오야마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한 뒤 76년 미쓰비시상사에 입사했다가 87년 롯데그룹에 들어갔다. 그는 현재 일본롯데의 미국 현지법인 부사장으로 있다. 일본에서는 기업의 후계자가 다른 회사에 들어가 수련을 쌓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둘째아들 신동빈씨도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한 바 있다.

 후계구도와 관련, 롯데그룹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얘기가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후계문제에 관한 한 롯데그룹은 동굴 속처럼 캄캄하다. 계열사 소유구조 역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5월부터 5개월 동안 50대 기업의 대주주를 대상으로 주식보유 현황을 조사, 30대 부호의 순위를 매긴 바 있다(103호 커버스토리). 이 조사에서 신격호 회장은 19위, 신동주씨는 28위, 신동빈씨는 38위였다. 이 두 사람은 정본산업 한일향료 롯데개발 한국후지필름 등 롯데그룹 4개 계열사의 주식을 똑같이 갖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상호출자 지분율이 같다. 다만 신동주씨는 롯데(영등포)역사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한국후지 필름판매의 주식 27.93%를 더 소유하고 있다(표 참조). 그만큼 형제간의 세력 우열도 거의 없는 셈이다. 신격호 회장은 롯데제과 등 음식료업 계열사를 확고히 소유하고 있으며 아들들은 롯데쇼핑 등 유통업을 분할하고 있다. 관광·유통사업이 롯데그룹의 주력산업으로 새로이 떠올랐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소유구도는 2세들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같은 세력균형 때문에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를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7개 계열사의 소유권을 공유하고 있는 신동주 신동빈 형제는 현재 일본 롯데그룹의 임원으로 있을 뿐 한국롯데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신동주씨가 이본롯데 임원직을 내놓고 한국롯데로 자리를 옮길 때 비로소 이번의 결혼이 후계구도를 의식한 사전포석인지 아닌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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