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카드’ 李明博의 정치생명
  • 김당.조용준 기자 ()
  • 승인 1992.03.1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7년 동안의 의리는 결국 깨지고 말았다. 李明博 전 현대건설 회장의 민자당 전국구 진출이 발표되던 순간 국민당 鄭周永 대표는 강원도 유세중이었다. 이씨는 35세의 나이로 세계적인 기업 현대건설의 사장에 올라 16년 동안 사장과 회장 자리를 지켰다. "전문 경영인하면 이명박“이라고 평가될 만큼 그는 재계에서 일종의 신화 같은 존재였다.

 전국구 명단 발표 후 이씨는 며칠 동안 잠적했다. 그의 민자당 입성에 대해 정가는 두가지 상반된 배경 설명을 내놓고 있다. 국민당 돌풍을 우려하는 민자당 핵심부와 친형인 李相得 의원(민자당 영일 · 울릉)이 이씨를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마음을 돌리게 했다는 것이 그 첫 번째고, 민자당 지도부는 원래 이씨의 지역구 공천 및 전국구 기용을 반대했으나 이씨 스스로 끈질기게 매달인 끝에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그 두번째다. 그러나 넘치는 정치 수요로 崔珏圭 부총리마저 탈락된 민자당 전국구의 ‘좁은 문’이 정치 초년생인 이씨의 자가발전으로 열렸다고 보기는 힘든 구석도 있다.

 결국 이씨의 전국구 진입은 민자당의 대국민당 전략의 ‘히든 카드’로 보는 것이 설득력있다. 이씨는 국회의원보다는 민선 서울시장 자리에 더 욕심을 냈다고 주변 인사들은 말한다. 그러나 국민당 관계자들은 이씨가 ‘1회용 구원투수’로 끝날 정치운명을 지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씨가 국민당을 상대로 하는 민자당의 전략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도 미지수다. 수십년동안 정주영 대표와 동고동락하면서 자연히 알게 되었을 정주영 대표의 숨겨진 부분에 대해 그가 얼마나 입을 열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또한 그것이 의리를 중요시하는 한국인 정서에 얼마나 부합할 것이냐 하는 점도 관심거리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