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대사 표충비 40번째 구슬땀
  • 밀양 · 문정우 기자 ()
  • 승인 199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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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특수한 지형 · 재료탓일 가능성 높다” 주민 “옛부터 중대사 예고, 선거타락 경종”

 나라에 큰 일이 생길 때마다 미리 감지하고 땀을 흘린다는 사명대사 표충비가 지난달 28~29일 1말 가량의 땀을 흘렸다고 해서 화제가 무성하다.

 경남 밀양군 무안면에 위치한 이 표충비각은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일으켜 왜군과 싸워 나라를 구한 사명대사의 공적을 기리기위해 대사의 법손인 남붕선사가 1738년(영조 14년)에 건립한 것이다. 임란 당시 대사의 활약상이 적혀 있는 비석은 경주에서 벌석했다는 새카만 대리석으로서 높이가 3.9m, 폭이 0.9m, 두께가 0.7m에 달한다.

 비각을 관리하는 홍제사의 기록에 따르면 이 비석은 근세 1백년 동안 모두 40차례 땀을 흘렸다고 한다. 1894년 동학혁명 1주일 전에는 3말1되, 1910년 한일합방 17일 전에는 4말1되, 그리고 3 · 1운동 19일 전과 해방 14일 전에는 지금까지 기록된 것 중 가장 많은 양인 5말7되의 땀을 흘렸다고 한다. 또 6 · 25, 4 · 19, 5 · 16, 10 · 26 등 우리 역사의 중요한 고비고비마다 땀을 흘렸으며 최근에는 지난해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이 방한하기 3일 전에 모두 4말5되의 땀을 흘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장마 때 물기 한점 안 비치는 경우 많다”
 이 비각을 관리하며 비석이 땀을 흘리는 광경을 지켜봐온 홍제사 승려들이나 일부 주민들은 표충비에 사명대사의 영령이 깃들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홍제사 道眼 스님은 “비석이 땀을 흘리는 것을 지켜보면 신비롭기만 하다. 사람이 땀을 흘리듯 처음에는 물기가 송송 솟아올랐다가 나중에는 구슬땀처럼 흘러내린다. 어떤 때는 비석의 앞면이나 옆면에서만 흘러내리기도 하고 전면에서 흘러내릴 때는 며칠씩 계속되기도 한다. 단순한 자연현상 때문이라면 어떻게 몇말이나 되는 양의 물이 한꺼번에 흘러내릴 수 있겠는가. 습도와 관련이 있다지만 장마가 열흘 이상 계속될 때도 비석에는 물기 한점 비치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 분명히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얘기했다.

 또 이 마을 주민 김석운씨(38)는 “어려서부터 비석을 보아왔지만 비석에는 분명히 신비한 구석이 있다. 땀이 흐를 때 보면 음각한 글자 획 안이나 좌대에서는 물기 한방울 볼 수 없다. 분명히 국가에 중대사가 있을 것이다. 요즘 선거운동의 타락상을 보면 무슨 일이 나도 크게 나지 싶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비각이 왜 땀을 흘리는지는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학계에서는 뒤편에는 병풍처럼 산이 둘러싸고 있고 앞면에는 낙동강 지류가 흐르는 이 지역의 지형적 특수성이 그같은 현상을 일으키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또 일부에서는 비석이 바다에서 채취한 대리석이기 때문에 염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평소에 습기를 많이 흡수했다가 습도가 높은 날에는 일시에 토해놓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이 지역 보건소에서는 비석이 흘린 땀을 분석한 일도 있는데 보통 물과 별다른 점이 없었다고 한다.

 주민의 믿음이 옳은지 학계의 분석이 맞는지는 알 수 없으나 표충비각이 사회에 던진 작은 파문은 한가지 사실만은 우리에게 분명히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민초들이 사명대사의 눈을 통해보는 정치상황은 변함없이 진땀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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