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城南 “직할시 건설중”
  • 글 정희상 기자 · 사진 이상철 기자 ()
  • 승인 199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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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과 ‘성남’의 만남…경제격차 해소 · 85% 녹지대 활용이 숙제

 실패작으로 끝난 한국 최초의 인공도시 성남에 지금 직할시의 꿈이 영글고 있다. 지난 70년대 초반 서울시가 청계천변 등지의 빈민들을 강제 이주시켜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일대에 조성한 성남시는 그동안 ‘한국의 할렘’이라는 오명이 붙아다닐 만큼 문제투성이 도시였다. 철거민 수용이라는 목적에만 집착한 서울시의 조급성 때문에 도시 기반시설이나 생활환경 등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성남에 대해서는 각종 개발억제 정책이 다른 수도권 도시들보다 상대적으로 강력하여 도시발전이 오랫동안 침체되어 왔다.

 그러던 성남시가 90년대판 인공도시라 할 수 있는 분당 신시가지와 접목되면서 일약 인구1백만의 거대 도시로 변하게 되었다. 성남의 현재 인구는 55만으로 95년께면 분당 신시가지에 입주하는 40만명을 합쳐 1백만명에 이르게 된다. 이에 따라 성남시측은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직할시로 승격할 것으로 보고 그에 걸맞는 면모를 갖추기 위해 각종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할렘’서 2천년대 100만 거대도시
 우선 성남 구시가지와 분당 신시가지의 행정 통합력을 꾀하기 위해 그 사이에 위치한 사송 · 여수동 일대 자연녹지 20여만평에 행정타운을 조성키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설계중이다. 현재 건설부에 심의 계류중인 행정타운계획을 보면 성남시는 이곳에 시청 경찰 검찰 법원 등 행정기관과 공연장 체육관 등 문화체육 시설을 집중 유치할 예정이다. 또 그 주변을 중앙공원으로 조성해 신 · 구 시가지 간에 자연스러운 공간적 융합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성남시측이 사송동과 여수동 일대를 행정타운 조성지로 설정한 것은 이곳이 성남 구시가지와 분당을 남북으로 연결하고 있는 데다 이미 공원용지로 용도지정이 돼 있어 부지를 조성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행정타운 조성은 2단계로 나눠 95년까지는 정부지원금 및 분당으로부터의 예상 세수 3천6백여억원을 활용하고, 96년 이후부터는 매년 예상 세수 5백여억원을 투입해 추진할 계획이다.

 또 팽창할 도시 기반시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94년까지 광역 도로망 10개 노선 75.8㎞를 구축하고, 서울~성남, 서울~분당 전철을 유치해 93년 개통 목표로 한창 건설중이다. 특히 분당 신시가지 건설로 인한 교통 체증을 해소하고, 성남 구시가지 도심운행 차량의 우회도로 기능을 위해 추진하는 남한산성 순환도로 확장공사는 건설부로부터 대형공사 심의를 마쳐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성남시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 사업은 성남 구시가지에 집중되어 있다. 분당 신도시는 아직 토지개발공사에서 조성중이므로 공사가 끝나야 성남시로 넘어온다. 최첨단공법으로 계획된 분당 신시가지가 성남 구시가지와 접목해 도시기능을 발휘하기까지는 구시가지가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주택문제.

 급조된 성남은 ‘산비탈 도시’라고 불릴 만큼 낡은 건물이 산등성이에 닥지닥지 붙어있다. 철거민을 수용하면서 8~20평씩만 택지로 불하했던 탓으로 번듯한 주택을 건설하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실정은 구시가지에 대한 대규모 재개발사업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성남시는 일단 건축법규상의 금지조처를 완화해 주거환경개선지구를 늘려가는 방편으로 주택개량을 유도해 나가고 있다.

성남 · 분당 사이 20만평 ‘행정 타운’계획
 성남시민으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 주택 정책 중의 하나는 대단위 시영아파트 건설사업이다. 성남시는 전국 최초로 보증금 없는 시영아파트 1천5백60세대를 건립해 영세민들을 입주시켰고, 지난해에는 추가로 3천5백세대분을 착공해 오는 94년까지 역시 저소득층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성남 구시가지의 열악한 도시기반시설 중 빠뜨릴 수 없는 또 한가지가 시내 교통난이다. 서울의 위성도시로서 대부분의 시민이 생활근거지를 서울로 삼아 출퇴근하기 때문에 시내 각 도로는 서울로 빠져나가기 위한 차량으로 만원을 이루기가 다반사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재 시가 벌이는 사업이 하천 복개공사이다. 성남은 단대천과 대원천 두 하천을 중심으로 각각 양쪽 산등성이에 도시가 형성되었다. 그때문에 현재의 구시가지에 대한 근본적 토목공사가 없는 한 두 하천을 복개해 도로를 확충함으로써만 교통난을 해소할 수 있다. 성남시측은 이같은 구시가지의 개발정책을 통해 앞으로 들어설 분당 신시가지와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성남시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당 신시가지 개발이 끝난 후 전개될 1백만 성남시의 앞날에 대한 성남시민의 우려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성남의 급팽창이 시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신도시건설 정책으로 분당이 ‘갑자기’ 편입되어 나타날 결과라는 점 때문에 그렇다. 성남 구시가지 주민의 상당수가 일용노동자, 영세상인, 이농 극빈자로 구성된 반면, 분당 신시가지 주민은 주로 서울에 직업을 가진 중상류층들이다. 따라서 두 지역 주민 간의 생활 · 문화 · 의식 격차를 어떻게 해소시킬 것인지가 숙제로 남는다.

 성남 YMCA 이용원 총무는 “과천시를 만들 때 진입 지역인 서울 사당동 일부에 유흥가 · 환락가가 번졌듯이 분당이 주택가가 되면 성남의 모란일대가 퇴폐 · 유흥지대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오성수 성남시장은 “모란은 상업중심지역으로 육성할 계획이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거지역에 유흥시설을 두는 일은 피하되 어느 한 곳을 지정해 그런 업소를 모아두는 일은 필요하다”고 말함으로써 그 대상으로 성남 구시가지가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주택 · 교통난 해소에 최대 역점
 성남 구시가지 주민의 빈민문화와 분당 신시가지의 중산층문화 사이에 생겨날 위화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두 지역의 문화적 화합을 위해 앞으로 건설할 행정타운 안에다 99년까지 1만2천평 규모의 종합문화예술회관을 짓고, 현재의 시청 자리는 시립중앙도서관으로 바꾸겠다는 정도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밖에도 성남시가 유난히 중앙정부의 통제를 많이 받고 있는 것도 1백만 도시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점이다. 실제 면적 1백42㎢로 경기도 면적의 1.3%를 차지하는 성남은 시의 38.6%인 54.8㎢가 그린벨트 지구로 묶여있고 46.7%인 66.38㎢가 이른바 남단녹지라 해서 역시 그린벨트에 준하는 제한을 받는다. 56만 인구를 가진 성남 구시가지가 불과 시 전체 면적의 15%만 활용, 유지되어온 셈이다. 그동안 쌓인 성남의 구조적 병리현상들은 바로 이런 실정에서 나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분당 신시가지는 남단녹지의 일부를 제한지역에서 해제시켜 조성되고 있다. 나머지 지역은 여전히 개발제한 대상에 묶여있다. 결국 겉으로는 인구 1백만이라는 거대도시가 탄생하게 되지만 현재까지도 개발제한지역이 지나치게 넓다는 점이 이 도시가 쾌적한 도시로서의 활력을 찾아나가는 데 엄청난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주변여건이 시의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말썽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성남비행장이다. 성남비행장은 성남시 복정도 일대 개발제한지역 안에 조성돼 일부는 군용으로, 일부는 대통령 전용비행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성남시의 도시기반시설이나 건축물은 이 비행장으로 인해 모두 고도제한을 받아왔다.

 성남지역발전연구소 김준기 소장은 이 문제와 관련 “성남시가 상대원동에 건설하는 1백t 규모 쓰레기소각장은 굴뚝 높이가 최소한 1백m는 넘어야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데 고도제한에 걸려 59m로 낮춰 설계함으로써 앞으로 환경오염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밖에도 얼마전 두산개발에서 희망대 고개에 15층 아파트를 지었다가 역시 고도제한에 걸려 성남시 주택과 공무원이 구속된 일이 있다. 이 공사후 국방부측이 13층 이상은 곤란하다며 허물 것을 요구하자 두산개발이 무마비조로 6억원을 건네줬다가 관련 공무원의 구속사태까지 몰고왔던 것이다.

 어쨌든 앞으로 1백만 성남시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각종 제한조치가 대폭 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성남시만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인구만 늘었다고 거대 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기반시설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성남은 서울의 배후에서 골치덩어리 거대 도시로 남아 서울을 ‘위협’할 것인지 자생력있는 모범도시로 나아갈 것이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여기에는 성남의 자치단체와 시민들의 자구 노력은 물론, 중앙정부가 1백만 성남을 어떤 발상을 가지고 대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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