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車딜러제 확산
  • 남유철 기자 ()
  • 승인 199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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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이어 아시아 · 기아자동차도 도입 추진

 지난해 6월 대우국민차가 소형승용차 티코를 시판하면서 도입한 어정쩡한 딜러제도는, 자동차회사의 자체 자금부담 없이 손쉽게 전국적인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점차 확산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에게 혜택이 없는 이런 딜러제는 시장개방시 월등한 자금력과 판매술을 가진 외국 딜러들이 몰려올 경우 국내 자동차시장을 혼란시킬 우려를 안고 있다.

 구미 선진국에서 정착되어 있는 딜러십은 딜러라고 불리는 판매전담 사업자가 자기 자본으로 자동차를 사서 구매자에게 할부금융과 판매 후 서비스까지 책임지고 파는 판매형태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딜러들이 넓은 평지나 빌딩 내에 차를 전시해두고 소비자와 직접 흥정한 뒤, 계약이 체결되면 구입자는 즉시 차를 몰고 나갈 수 있다. 구입 후 차량정비나 기타 서비스도 일체 딜러가 책임지며, 딜러는 차값을 메이커인 자동차회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소비자와 흥정되는 대로 결정한다. 이같은 딜러십은 소비자가 보다 싸고 좋은 차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딜러간의 경쟁도 허용하므로 이른바 시장경쟁의 원칙위에서 이뤄지는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우국민차가 티코 판매망을 구축하면서 도입한 딜러제는 가전제품 대리점 유통서비스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름뿐인 딜러제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 자동차회사로서는 전국에 자체 매장을 설치하지 않고도 대리점 주인격인 딜러를 통해 일정한 값으로 차를 팔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어 이런 딜러제를 도입하려 준비중이거나 적극 검토하는 자동차회사들이 늘고 있다.

 아시아자동차는 곧 생산할 경밴과 트럭의 판매망 확보를 위해 전국 70개소의 딜러들을 모집, 2차 심사중이다. 이 회사 韓昌均 판매계획과장은 연말까지 1백20곳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한다. 내수시장의 경쟁이 가열되고 판매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기아자동차도 딜러제 시행을 “내부에서 연구중”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한다.

 지난해 7월 시장 2단계 개방이 이뤄지면서 영국의 자동차 전문 유통업체 인치케이프사가 이미 국내시장에 진출했고, 기아를 통해 판매해왔던 포드도 곧 독자적인 판매조직을 확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아경제연구소 張閒圭 선임연구원은 “수입차를 국내에서 딜러제로 팔 경우 국산차와의 서비스 격차가 커질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라고 지적한다.

 현대자동차는 아직까진 국내에 딜러제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 崔鍾植 승용마케팅 부장은 “딜러제도의 성공 여부는 딜러가 소비자 금융을 원활히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데 있다. 그렇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는 어렵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이어서 “딜러가 회사에서 제시한 가격으로 판매만 하고 판매 수수료를 챙기는 지금의 절름발이식 딜러제는 우리 회사로나 고객에게 어떤 이익도 없다”고 설명한다.

 대우국민차의 티코 판매망의 경우 일정 지역의 판매권을 인정하는 자산규모 10억원 이상의 ‘빅 딜러’는 10%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1억~5억원의 영세한 딜러들이다. 대우국민차의 모기업인 대우자동차는 미국의 합작사였던 GM과 완전 결별하면 티코의 딜러 판매망을 통해 얻은 경험을 다른 차종에도 확대시켜나갈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社 본격 상륙하면 한계 드러낼 듯
 산업연구원 吳圭昌 책임연구원은 “미국식의 딜러십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금융과 판매후 서비스, 그리고 야적장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메이커 직영방식과 절충된 형태로 발전해나가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완전한 딜러제는 자동차회사에도 소비자에게도 유익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과 판매를 겸하는 데서 오는 조직관리상의 무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 예가 할부구입 고객을 위해 회사가 차입해놓은 금융비용 부담이다”라고 현대자동차의 최부장은 지적한다. 기아경제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국내 자동차 5사의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 부담률은 89년도 4.18%에서 90년도 4.25%로 올랐다.

 소득 증가에 따라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보유대수가 4백만대에 이른다. 지금의 딜러제는 외국의 딜러들이 본격적으로 상륙할 쯤이면 그 한계를 드러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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