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고기도 익혀 먹어라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1992.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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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생굴, 디스토마 옮겨… 연 1회 검진 필요


 

생선회 재료인 바닷고기나 입맛을 돋우는 생굴이 디스토마(이하 흡충)의 중간숙주임이 밝혀졌다.

흡충은 몸체에 있는 빨판으로 숙주의 간·폐·장에 흡착해 기생한다. ‘기생충 왕국’이라는 오명이 붙어 있던 시절에 국민학교를 다닌 장년층은 연례행사처럼 치른 대변검사와 함께 현기증을 수반하는 산토닌을 기억할 것이다.

온 국민 사이에 널리 퍼졌던 회충 촌충 십이지장충이 거의 사라지면서 70년대 이후 흡충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주로 민물고기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흡충이 바닷고기를 통해서도 감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진데다, 도표에서 보듯이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기생충학교실 이순형 교수는 세계 최초로 장흡충류인 짐노팔로이데스 유충을 천연굴에서 발견해서 생굴을 먹는 식생활 습관에 익숙한 이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이교수는 수십년간 굴·조개 등을 먹은 급성 췌장염 환자에게서 이 유충을 처음 발견, 88년 환자의 거주지역인 신안군 압해도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겨로가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환자의 거주지역 주민 98명에 대한 대변검사를 실시한 결과 48명이 감염됐음이 확인되었으며, 1인당 감염량은 1~2만6천3백73마리였다. 인근 개펄에서 채집한 굴의 유충 감염률은 1백%였고, 굴 개체당 감염 유충의 수는 평균 6백10마리였다. 또한 ‘92년 대한기생충학회 학술발표회’에서 이순형 교수와 부산 인제의대 손운목 교수는 전어 농어 숭어 문절망둑(고시래기) 등에서 장흡충 유충인 헤테로파이옵시스 콘티뉴아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손교수팀은 91년 11월과 12월 네차례에 걸쳐 전남 해남군에서 전어(30마리) 농어(20마리) 숭어(30마리) 문절망둑(30마리)을 채집·조사한 결과 이를 밝혀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은 양식업자 및 횟집 주인의 생존권을 건 항의에 부딪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얼마 전 중국산 미꾸라지에서 극구흡충의 피낭유충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하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것도 한 예다.

흡충을 비롯한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민물고기뿐 아니라 바닷고기도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생선회를 좋아하는 사람은 1년에 한번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고래회충인 아니사키스 유충을 제외한 모든 기생충은 대변검사나 혈청검사를 통해 1백% 발견할 수 있다. 이순형 교수는 “현재 기술이 뒤떨어진 임상병리사가 건성으로 대변검사를 실시하는 예가 많아 흡충의 감염 여부를 정확히 가려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정밀한 검사제도의 정착을 촉구한다.

국내에서 개발·시판되는 프라지콴텔로 거의 모든 흡충류 퇴치가 가능하다. 다만 아니사키스 유충은 위점막 깊숙히 파고들어가 기생하기 때문에 약으로 치료할 수 없고 위내시경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고래회충은 아나고 낙지 오징어 광어 등 바닷고기의 내장 근처에 기생하므로 이같은 어류는 내장을 깨끗이 제거하거나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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